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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한국사회가 미뤄온 질문을 소환하다

2026.05.08 13:41

[기고]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천3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6.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삼성전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은 단순히 성과급의 크기를 둘러싼 다툼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 사안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 곧 노동이 만들어낸 성과는 누구의 것이며, 그 성과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근본 문제를 다시 우리 앞에 세우고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낸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일 자체는 낯설거나 부당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사회적 공감과 설득을 얻지 못할 때, 갈등은 쉽게 "정당한 요구"와 "과도한 요구"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축소되고, 결국 노동운동 전체가 사회적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전태일재단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오랜 시간 노동운동의 현장과 이론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 사안을 무겁게 바라봅니다. 노동이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존엄이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더 정교하고도 새로운 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비판 가운데에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 자체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연대의 부재, 전략의 미숙, 사회적 설득력의 부족입니다. 노동운동이 자기 내부의 이해에만 머무를 때, 그것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결국 스스로의 힘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문제는 특정 노조의 태도나 전략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 구조가 여전히 분절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라진 구조 속에서 노동의 성과는 함께 만들어졌지만, 그 분배는 함께 설계되지 못했습니다. 이 불균형이 바로 오늘의 갈등을 낳은 근본 배경입니다. 노동이 함께 만들었으면, 성과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갈등은 반복되고 분열은 깊어집니다.

"45조 요구" 논쟁의 본질

지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요구처럼 비쳐지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전략적 설득력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금액이 크냐 작으냐가 아닙니다. 성과를 나누는 구조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 없이 기업 내부 논리로만 결정된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노동운동은 개별 기업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성과의 사회적 배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논쟁의 해법도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니라 구조 전환이어야 합니다.

성과급 논의는 더 이상 개별 부서의 몫을 두고 다투는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반도체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은 정규직 내부 배분에만 묶이지 않고, 비정규직·하청·지역사회·산업 생태계로 함께 흘러가야 합니다. 즉 "45조 요구"는 액수의 정당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귀속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얼마를 받을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어떤 사회적 원리로 나눌 것인가"입니다.

연대 부재의 문제

이번 논쟁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삼성전자 노조의 내부 중심성입니다. 노동을 정규직 내부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은 노동운동의 사회적 기반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습니다.

지금의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성과 분배 요구, 하청·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의 배제, 산업 생태계 전체에 대한 책임 의제의 부재로 나타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의 이해를 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 조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대는 감정이나 선언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연대는 구조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연대기금의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법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산업연대기금으로 적립하고, 그 재원은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우선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 단위를 넘는 산업 단위 교섭 구조도 필요합니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 교섭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삼성전자 노동자"라는 좁은 이름을 넘어 "반도체 산업 노동자"라는 넓은 구조적 정체성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노동의 성과가 한 회사의 울타리 안에 갇힐 때 사회는 분열합니다. 그러나 성과가 산업과 사회 전체로 번질 때, 노동은 비로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전략 부재를 넘어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갈등에서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반도체 중심 성과급 요구가 노조 내부의 균열을 초래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협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 내부 민주주의 구조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데서 나온 문제입니다.

노동조합의 전략은 노동 내부의 다양한 위치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같은 공장을 둘러싸고 있지만 같은 위치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분배는 곧 경쟁이 되고, 경쟁은 곧 분열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내부 사회계약의 제도화입니다. 기여도 산정은 투명해야 하고, 성과급의 배분 기준은 사후 협상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된 규칙이어야 하며, 부문 간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상설 협의체도 필요합니다. 노동조합은 단순한 교섭 조직을 넘어, 노동 내부를 조정하는 사회적 기관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제 노동운동은 "누가 더 많이 받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여를 했고, 그 기여를 어떤 기준으로 존중할 것인가"를 묻는 단계로 올라서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초기업노조와 전환기

일부에서는 리더십 논란과 조직 운영의 미숙함을 들어 노조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노동운동 자체가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 노동운동은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다시 사회연대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이 과정은 당연히 혼란과 시행착오를 동반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혼란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전환을 뒷받침하려면 상급 노동단체와의 전략적 연계를 복원하고, 반도체 산업 전체 노동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시민사회와 지역사회로 연결되는 다층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노조는 하나의 폐쇄된 조직이 아니라, 연결된 연합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초기업노조는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노동운동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를 향해 나아가려는 전환기의 이름입니다. 문제는 그 전환을 어떻게 제도와 연대로 완성할 것인가입니다.

사회연대기금과 정의로운 분배

이 모든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시장 내부의 교섭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초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법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자동 적립하고, 그 기금은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산업 안전 강화, 지역사회 투자, 노동자 재교육과 산업 전환 지원에 써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기업과 노동과 사회가 함께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는 일입니다.

성과를 사유화하는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언제든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성과를 사회적으로 나누는 구조를 만들면, 노동운동은 사회 전체를 향한 공공적 힘으로 다시 설 수 있습니다. 사회연대기금은 그저 돈을 나누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노동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길을 제도 속에 새기는 첫걸음입니다.

실행 가능한 제도 설계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천3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6.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133조8천73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9.2% 증가했다. 순이익은 47조2천253억원으로 474.3% 늘었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4.30
ⓒ 연합뉴스

이제는 방향 제시를 넘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 실행이 필요합니다.

첫째, 기업 내부가 아닌 산업 단위의 노사 공동 합의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정부가 참여하는 3자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사회연대기금을 시범 도입해야 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적용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먼저 시작해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임금과 성과급을 산업 단위에서 결정하는 교섭 구조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하청을 포함하는 교섭체계가 필요합니다.

넷째, 노동과 사회, 기업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을 따로 보지 않고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작동해 온 모델을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제도들이 한 번의 논쟁을 넘어서 사회적 관습이 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45조 논쟁을 넘어 사회적 계약의 재구성으로

지금의 논쟁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가를 묻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노동과 자본, 성장과 분배를 어떤 구조로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입니다. 노동운동은 더 이상 내부 이해집단에 머물 수 없습니다. 노동은 임금투쟁을 넘어 사회구조를 재편하는 주체여야 하며, 연대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분배 구조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요구 조정이 아닙니다. 정규직 중심 조직을 산업 전체 노동 연합으로 바꾸고, 임금 중심 요구를 사회연대적 분배 구조 설계로 전환하며, 내부 교섭 조직을 사회적 공공성을 생산하는 주체로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하나입니다. "45조를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45조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입니다. 지금의 갈등은 어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노동이 고립되면 사회는 분열되지만, 노동이 사회 전체와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전태일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노동도 결국 한 방향을 향합니다. 더 나은 삶, 더 공정한 사회,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향해서입니다. 이 글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분명합니다.

노동의 성과를 둘러싼 갈등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연대와 재구성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

저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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