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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총격, 불법 검문… 마두로 사라지자 총 든 민병대가 활개

2026.01.15 00:54

무법천지·혼돈의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 4일 친정부·반미 성향 민병대 ‘콜렉티보’ 대원이 소총을 들고 얼굴을 가린 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마두로 석방 요구 집회 현장에 배치돼 있다. 미국은 마두로 체포 후 베네수엘라 석유를 전면 통제하고 있지만, 현지에선 미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오히려 콜렉티보 대원들이 시민들을 불심검문하면서 미국에 협력하는 사람을 색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소총을 든 민병대 ‘콜렉티보(Colectivo)’가 수시로 불심 검문을 하고 있다. 일상 자체가 스트레스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사는 베네수엘라인 A씨는 13일 본지와 온라인 채팅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생포된 후 일상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언제 미국의 추가 공격이 있을지 모르고, 언제 콜렉티보를 만나 반역죄로 잡혀갈지 모른다. 지금 당신과 나눈 대화도 바로 지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공습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생포된 지 열흘이 지났다. 지난 5일 미국이 지명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고,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거래를 통제하고 있지만 전체 국민은 미국의 영향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좌파 친위대의 감시와 공포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본지는 혼란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 현지인과 교민, 외교 당국 관계자와 접촉해 목소리를 들었다.


현지인들은 “정치 얘기는 꿈도 못 꾼다”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몸을 낮춘 채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입을 모았다. 좌파 무장 민병대인 ‘콜렉티보’가 마두로 부재를 명분으로 더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좌파의 대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두로를 극렬 지지하는 ‘차비스모(Chavismo)’ 추종자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조직이다.

전국에 5000~8000명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 이들은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대 주변을 질주하며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빈민가·거리를 ‘순찰’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에 협력하는 자는 반역죄로 잡아가겠다며 완장을 차고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한인회 관계자 B씨는 “콜렉티보는 법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라며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자 무력 행동을 강화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공포가 현지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했다.

미국이 과도 정부의 통치자로 지목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줄타기’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마두로의 최측근인 그는 마두로가 생포되자 미국을 맹비난했으나, 미국이 “협조하라”고 압박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차비스모 추종자들은 그를 호시탐탐 감시하고 있다.

A씨는 “로드리게스는 (강경 좌파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과 경쟁 관계”라며 “카베요가 사실상 콜렉티보를 통제하는 만큼, 내부 무력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마두로 정권의 ‘행동파’였던 카베요가 콜렉티보를 동원해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생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공식 통화는 볼리바르지만, 실제론 미국 달러가 더 많이 쓰인다. 최근 정정 불안과 사재기로 달러 가치와 물가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현지인들의 구매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15년째 현지에서 의료기기 수입업을 하는 교민 문익환(59)씨는 “며칠 사이 암달러 환율이 사실상 두 배 이상 뛰면서 물가도 그대로 올랐다”며 “130달러면 살 수 있던 차량 배터리가 최근에는 200달러를 훌쩍 넘는다”고 했다. 교민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의 개학 일정도 연기된 상태다.

1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성향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집회에서 지난 3일 미국에 체포·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조속한 석방 등을 촉구했다. /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3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군 작전에 협력하거나 이를 지지·조장한 인물에 대해 수색·체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집회·시위 권리 정지, 국내 이동 제한, 재산 압류 등이 포함된 이 조치는 90일간 유지되며 연장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와 야권은 억눌려 있는 반면, ‘세력 과시’를 하려는 친정부 시위는 산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사태 초기의 극심한 충격은 다소 가라앉았고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등 일상 회복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라면서도 “비상사태가 유지돼 군·경의 검문 검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콜렉티보의 존재는 가장 큰 공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반미 정서가 확산돼 친미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주베네수엘라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교민 사회나 한국 공관을 겨냥한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이른바 ‘K컬처’ 덕분에 한국에 우호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에 체류하는 한인은 약 70명으로 파악된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대부분을 가져가던 중국도 최근 원유를 못 받고 있다. 12일 로이터가 분석한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이 베네수엘라 항해 도중 아시아 방향으로 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받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했지만, 로이터는 “중국은 지난달부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에서 단 한 차례도 원유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콜렉티보(Colectivo)

스페인어로 ‘단체, 집단’이라는 뜻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친정부 성향을 띤 무장 민병대 조직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좌파 정권을 지지·수호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지역 자치 조직이나 사회운동 단체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총기로 무장한 채 시위 통제·주민 감시 등을 수행해 왔다. 사실상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며 처벌을 받지 않는 ‘정권의 비공식 무력 수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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