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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 명 잘못 뽑았을 뿐인데...도시가 생지옥이 됐다

2026.05.08 11:51

[유권자가 투표 전 꼭 봐야 할 영화]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마블의 '데어데블' 실사 드라마 시리즈는 다른 히어로물과 차별되는 독특한 설정과 개성을 지녔다. 2015년부터 첫 3개의 시즌이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뉴욕 맨해튼의 헬스 키친을 배경으로 하는 성인 대상의 어둡고 무거운 범죄 액션물로 제작되었는데, 말그대로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과격하고 창의적인 액션 시퀀스들로 나름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마블을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가 2019년 디즈니+를 출시하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계된 설정들이 대규모 조정 과정을 거치며 데어데블 시리즈의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중단됐다. 시즌3이 공개됐던 2018년으로부터 무려 7년이 지난 지난해 3월이 돼서야 후속작인 <데어데블: 본 어게인>(이하 <본 어게인>)이 공개됐다.

<본 어게인> 시즌 1은 변함 없는 묵직한 피투성이 액션 시퀀스에 속도감이 한층 더해졌고 메인 빌런 '킹핀' 역을 맡고 있는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변함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킹핀이 뉴욕의 시장으로 나서며 만들어진 정치 스릴러적인 요소들 역시 전에 없던 새로운 극적 에너지를 만들었다.

올해 3월 말부터 선보인 시즌 2는 통제 불능의 권력을 가지게 된 숙적 킹핀으로 인해 최악의 위기를 겪는 뉴욕과 현재 비슷한 이유로 사회·정치적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상황이 포개어지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선거를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우리에게도 <본 어게인>이 주는 시사점이 있다. <본 어게인>의 모든 재앙 역시 권력을 잡으면 안되는 인물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가지며 시작되기 때문이다.

뉴욕의 시장이 된 범죄자

 '킹핀' 윌슨 피스크는 시장이 되어 자경단을 절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
ⓒ 마블

<본 어게인>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데어데블' 맷 머독(찰리 콕스 분)이 어린 시절부터 의지하던 죽마고우이자 동업자인 포기(엘든 헨슨 분)는 사이코패스 킬러에게 갑작스럽게 살해 당하고 어둠 속에서 폭력과 돈으로 도시를 움직이던 숙적 '킹핀' 윌슨 피스크가 정치 권력으로 떳떳하게 뉴욕을 지배하기 위해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그리고 심지어 당선된다. 흉폭한 본성을 지닌 킹핀이 그 권력을 이용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

자신을 거스르는 인간이면 주저하지 않고 제거해 버리는 윌슨 피스크를 뉴욕 시장에 당선시킨 핵심 공약은 아이러니 하게도 '안전한 거리' 캠페인이다. 폭력으로 뉴욕의 배후에서 지배하던 범죄조직의 수괴가 내건 핵심 공약이 '폭력이 없는 안전한 거리'라니.

물론 여기에는 당연히 구실과 계략이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 즉 데어데블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퍼니셔 등(이들은 모두 뉴욕을 근거지 활동하는 히어로들이다) 자경단이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원흉이라 지목해 내모는 것이다. 적을 지정하는 행위. 타자를 결정하는 행위. 한국에서는 익숙한 '빨갱이' 또는 '종북', 혹은 '좌파' 같은 말로 지정되는 공적(公敵). 이 앙상한 정치적 개념의 설정을 통해 윌슨 피스크는 뉴욕 시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최악의 범죄자인 그를 뉴욕 시장에 앉힌 것은 다름 아닌 뉴욕의 시민들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뉴욕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 혐오의 정서가 윌슨 피스크를 뉴욕의 시장으로 만들었다. 작중에서는 기자이자 유튜버인 BB 유릭(제냐 월튼 분)의 인터뷰와 방송화면 등을 통해 이런 정서가 짧게 표현된다. 뉴욕의 시민들은 "정치인들이나 범죄자들이나 똑같다", "어차피 모두 똑같이 썩었다면 차라리 숨기지 않고 솔직한 쪽이 낫다"고 말하며 윌슨 피스크를 지지한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비관과 냉소가 선명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인물에 대한 선호로 기운 것이다.

시장으로 당선된 윌슨 피스크는 안전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뉴욕 경찰들 중 폭력 성향이 극도로 강해 문제를 일으킨 경찰들을 선발한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조직한 반(反)자경단 특수부대(Anti-Vigilante Task Force, AVTF)를 조직한다. <본 어게인> 시즌 2의 섬뜩한 백미는 바로 이 반자경단 특수부대가 뉴욕의 거리를 누비는 풍경이다. 윌슨 피스크는 자신에게 벌어진 암살미수 사건을 빌미로 뉴욕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교각과 터널을 봉쇄하고 오후 8시 통금을 실시한다. 반자경단 특수부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경단을 색출하고 영장 없이 마구잡이로 시민들을 폭행하고 연행한다.

반자경단 특수부대에 의해 재현되는 폭력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관련 이미지.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관련 이미지.
ⓒ 디즈니플러스

<본 어게인> 시즌 2에서 가장 흥미롭고 충격적인 장면은 반자경단 특수부대 대원들이 상점에 들이닥쳐 식료품을 훔치려한 어린 십대 소년들을 체포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과격한 반자경단 특수부대가 소년과 상점 주인을 사살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올해 1월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에 의해 발생했던 2건의 미국시민 총격 사망사건을 경험했다. 현재 미국에서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폭력이 마블의 히어로물에서 똑같이 재현되는 상황. 마블의 원작들이 하나 같이 만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실감이 없었던, 그래서 더 절망적인 일상의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본 어게인>의 표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반자경단 특수부대는 뉴욕 거리를 누비며 그저 자경단원으로 의심되거나, 부대에 항의하거나, 아니면 그저 운 없이 대원들의 눈에 띄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해 장갑차에 실어 연행한다. 물론 윌슨 피스크에 의한 비상계엄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도 없고 당연히 영장도 없다.

<본 어게인>의 제작자이자 극본을 담당한 다리오 스카르다파네는 한 인터뷰에서 반자경단 특수부대의 폭력에 관한 장면들은 미네아폴리스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인 2025년에 촬영했는데 자신도 뉴스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놀랐다는 심경을 남긴 바 있다. <본 어게인>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지금의 미국 사회상과 맞물려 여지껏 공개됐던 마블 히어로 물들 중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드라마가 됐다.

만약 12.3 내란이 성공했다면?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 중

만약 12.3 내란이 성공했다면 지금 한국은 어떤 상황이 되었을까. 그날 밤 계엄 특임부대에 의해 국회 전력이 차단된 상태로 국회 본회의장이 점거 되고, 국군방첩사령부의 기획대로 주요 야당 정치인들과 윤석열에 반대한 정치인들 다수가 체포되어 구금되고, 계엄을 막기 위해 시민들을 모았던 시민운동가와 활동가들도 알 수 없는 비밀 수용소 같은 곳으로 끌려갔으면 지금 우린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며 살고 있을까.

내란 반대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기 위해 국회 앞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군인과 경찰들이 또 어떻게 진압했을까. 상상 속 12.3 내란이 성공한 서울은 <본 어게인> 속 윌슨 피스크가 계엄을 선포한 뉴욕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이제 약 한 달이 지나면 6.3 지방선거일이다. 과연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내란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는 정당의 후보들에게 다시 표를 던질까?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이진숙은 대구 달성에, 부위원장이었던 김태규는 울산 남구갑에,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과 인수위 당시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은 경기 하남갑에 공천 신청을 했고 국민의힘은 이들 셋을 각각 단수 공천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지난 12.3 내란은 시민들이 직접 막아냈지만 내란 정부에서 종사하던 인물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누구라도 당선된다면 우리가 겪은 내란이 정말로 끝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는 6월 3일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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