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기증한 국외 유물…‘이진검 묘지·순종 현판’ 고국 품으로
2026.05.08 11:29
해외 소재 유산 2건 형제 기증 환수
이진검 묘지와 순종 현판 첫 공개
조선 문신 이진검의 생애 기록해
명필 이광사의 희귀 서체 확인돼
명성황후 장수 기원한 순종 현판
녹색 글씨 새긴 왕실 현판의 특징
이진검 묘지와 순종 현판 첫 공개
조선 문신 이진검의 생애 기록해
명필 이광사의 희귀 서체 확인돼
명성황후 장수 기원한 순종 현판
녹색 글씨 새긴 왕실 현판의 특징
|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백자청화이진검묘지’와 ‘순종예제예필현판’ 합동 기증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 기증자인 김강원, 김창원 형제,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김명상 기자) |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해외에 머물던 조선시대 문화유산 2건이 형제의 기증을 통해 국내로 환수돼 처음 공개됐다. 효심을 담아 아버지의 묘지를 쓴 명필 이광사의 글씨와 명성왕후의 장수를 기원한 세자의 친필 현판은 서예사·왕실사 측면에서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을 통해 환수된 ‘백자청화이진검묘지’와 ‘순종예제예필현판’을 공개했다. 두 유물의 기증자가 형제인 점을 고려해 합동기증식으로 진행됐으며,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두 기증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허민 청장은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담긴 중요한 유산을 기증해 주신 두 분께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전한다”며 “앞으로도 해외에 있던 우리 문화유산이 다시 돌아와 국민과 그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사진=국가유산청) |
‘백자청화이진검묘지’는 조선 후기 예조판서를 지낸 이진검(1671~1727)의 일생을 적은 것으로, 1745년에 제작됐다. 묘지는 푸른색 안료로 글씨를 쓴 백자판 10점으로 구성됐다. 각 판의 앞면에는 이진검의 생애·행적·가계·장례 관련 내용이, 뒷면에는 묘의 위치와 방향 등 풍수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다.
글은 이조판서를 지낸 이덕수(1673~1744)가 짓고, 글씨는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1705~1777)가 썼다. 이광사는 이진검의 아들로, 아버지의 묘지 글씨를 직접 썼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광사의 글씨는 행초서에 집중돼 있는데, 이 묘지의 앞면은 이광사의 작품 가운데 드물게 예서로 쓰여 서예사적으로 주목된다. 철필로 새긴 듯 간결한 획과 독특한 조형성을 보여 기존에 전하는 이광사의 예서와도 다른 서풍을 보인다.
| 순종예제예필현판 (사진=국가유산청) |
‘순종예제예필현판’은 1892년(고종 29) 음력 9월 진찬에서 당시 세자였던 순종이 명성황후의 생신을 축하하며 직접 짓고 쓴 글을 새긴 현판이다. 크기는 58×124㎝이며 나무 재질이다. 용두와 봉두를 조각한 사변형 현판으로 위계가 높은 왕실 현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목판에 양각으로 글씨를 새긴 후 바탕은 먹색, 글씨는 녹색으로 칠했으며, 테두리를 연꽃과 접시꽃 문양 등으로 꾸몄다. 글씨를 녹색으로 칠한 것은 드문 사례로, 귀한 글귀라는 상징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판 속 글은 어머니 명성황후의 생일을 축하하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이 글은 ‘진찬의궤’, ‘순종어제곤성홍류’ 등 관련 문헌에도 수록돼 있다. 순종의 글씨는 해서체로 단정하며 세자의 서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유산청은 “‘백자청화이진검묘지’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가의 온전한 묘지의 실물이 발견된 것으로 문화유산적 가치가 크다”며 “‘순종예제예필현판’은 1892년 진연의 주된 내용인 순종의 효심을 이해할 수 있고 진연과 관련한 기록자료가 함께 전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산”이라고 밝혔다.
| 백자청화이진검묘지 모음 (사진=국가유산청) |
이번 기증식은 두 유물의 기증자가 형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순종예제예필현판’을 기증한 동생 김강원 씨는 국외재단에 이번까지 네 차례 문화유산을 기증했다. ▷백자청화김경온묘지(1755, 2021년 기증) ▷백자철화이성립묘지(17세기 말, 2022년 기증) ▷조현묘각운 시판(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 2024년 기증)이 기(旣) 기증 유물이다.
김강원 씨는 “순종의 글씨로 쓰여진 이 현판은 조선 왕실의 유물이기에 경복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증 취지를 밝혔다. 형 김창원 씨는 동생의 연이은 기증에 뜻을 같이해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기증했다. 김창원 씨는 “옛글씨를 수집하던 중 이광사의 글씨로 쓰여진 묘지를 발견, 조선시대 명필인 이광사의 글씨는 개인이 소장하기보다는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귀중한 문화유산이 국외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은 “두 유물을 고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신념만으로 아무 조건 없이 기증을 결정해 준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문화유산의 가치는 국민 앞에 공개되고 연구와 전시로 활용될 때 온전히 살아나는데 앞으로도 해외의 우리 문화유산을 발굴·조사하고, 환수와 활용을 통해 그 의미를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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