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10% 관세마저 막혔지만’… 트럼프 관세 ‘전 세계 일괄’서 ‘품목 정조준’으로 재편
2026.05.08 11:00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관세 전략 집중
“관세 전략 재편 임박”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이 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 관세를 무효로 선언한 데 이어, 이를 대체하려고 쓴 카드까지 1심에서 막혔다.
122조는 1974년 제정된 조항으로,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나 임박한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15% 이내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은 트럼프가 근거로 든 1조 2000억 달러(약 1660조 원) 규모 상품 무역적자가 122조가 예정한 국제수지 위기와 다르다고 봤다.
그동안 트럼프식 관세 외교는 모든 교역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상대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됐다. 이후 다자 협상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IEEPA 상호 관세를 발효한 뒤 영국·일본·한국·EU·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 등과 잇따라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 영국은 미국산 쇠고기 쿼터를 확대했고, 일본과 한국은 각각 수천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약속을 안고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묶었다. EU는 75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매와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대가로 15% 관세율에 합의했다. 인도네시아·필리핀은 미국산 제품에 사실상 무관세 시장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관세율을 20%대에서 19%로 낮췄다.
통상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면 트럼프 관세 권력은 두 차례 무너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남은 카드가 여전히 두텁다고 풀이했다. 트럼프는 이날 USCIT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판결이 한 번 나오면,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한다”고 했다.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매기던 광역 관세 대신, 합법적인 권한으로 남은 정밀 관세로 자동차·철강·반도체처럼 특정 품목을 골라 관세를 수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아있는 카드 가운데 가장 확실한 제재 수단은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자동차·철강·알루미늄·반도체·의약품 같은 전략 품목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이번에 막힌 122조와 달리 232조는 품목별 안보 논리와 상무부 조사를 거쳐 발동된다. 법적 방어력도 단단하다. 트럼프 1기 시절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가 이미 이 조항을 근거로 부과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22조 패소 직후에도 보란 듯 유럽연합(EU)을 향해 “7월 4일까지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EU 상품에 훨씬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EU산 자동차 관세를 합의된 15%에서 25%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이 권한 역시 232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232조에 따라 자동차 수입 전반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EU 별도 합의를 거쳐 EU산은 15%로 묶어둔 상태다.
미국 행정부가 자주 사용했던 무역법 301조는 232조에 비해 절차 상 발효가 복잡하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관행, 보조금, 강제노동, 공급과잉을 문제 삼아 관세를 매기는 조항이다. 트럼프 1기 대중(對中) 관세 대부분이 이 조항으로 부과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현재 강제노동 제품 거래와 주요 교역국 제조 능력을 겨냥한 301조 조사 두 건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122조 패소를 미리 염두에 두고 대체 카드를 깔아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301조는 발동 전 조사·청문·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122조가 며칠 만에 전 세계를 때리는 카드였다면, 301조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특정 국가·품목을 정조준해 발동하는 카드다.
세이프가드 201조와 반덤핑·상계관세도 남아 있다. 201조는 특정 수입품 급증으로 미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 발동한다. 반덤핑·상계관세는 특정 기업·품목에 매겨진다. 정치적 파괴력은 광역 관세보다 작지만, 해당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쓰인다. 한국 철강·배터리·태양광 업계는 이미 이들 법안을 여러 차례 겪었다.
전문가들은 법적 안정성이 높은 232조와 301조가 새 관세 전략 중심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철강처럼 안보 명분을 붙이기 쉬운 품목과, 중국 공급과잉·강제노동처럼 불공정 관행을 묶기 좋은 영역이 1차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광역 관세가 막힌 만큼 트럼프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표 시점과 대상을 더 공격적으로 고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워싱턴 통상 전문 로펌 와일리 라인 관계자는 NYT에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 ‘플랜 C’였던 301조 조사가 7월쯤 새 관세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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