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정부, TSMC 유치 열 올리지만 트럼프 리스크는 여전
2026.05.08 09:58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을 계기로 미국 각 주가 대만 기업과의 협력 관계 확보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는 8일 TSMC 미국 공장이 위치한 애리조나주를 중심으로 대만 기업 유치 경쟁이 확산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역시 대만에 공식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기업 대표단은 최근 피닉스에서 워싱턴DC까지 2주간 미국을 방문해 '셀렉트 USA 투자 정상회의'에 참석, 이른바 '대만 모델'이 미국 고위 관리와 주지사, 주요 연구기관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동부 지역 학자들은 대만 기업의 미국 투자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미국 구직자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특히 애리조나주는 TSMC 공장을 중심으로 대만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에는 주정부와 지역 정치권의 지원 속에 '피닉스 대만 무역 투자센터'가 문을 열었고 주정부 관계자와 상원 지도자, 시장 등이 직접 참석했다. 텍사스주도 지난해 대만 경제부와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주정부 차원의 환대와 별개로 미국 연방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변수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약속을 요구하는 대신 관세 인하를 제시했지만, 이후 한국산 제품 관세를 다시 25%로 올릴 수 있다고 위협해 한국 산업계를 흔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무역협정 비준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관세를 15%에서 25%로 높이겠다고 밝히면서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주가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이 겪은 충격은 관세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미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약 475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었다.
당시 로이터는 이 단속이 미 국토안보부 역사상 단일 사업장 최대 규모 집행 작전이었으며 공장 건설이 중단되고 한미 관계에도 긴장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미국이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노동·비자·이민 규정을 강경하게 적용할 경우 투자 기업이 언제든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대만 기업 역시 미국 주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분위기만 보고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는 TSMC와 대만 공급망을 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이민·산업정책은 언제든 기업에 부담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협상, 투자 압박, 비자 규제, 현장 단속이 결합될 경우 TSMC와 협력사들도 한국 기업이 겪은 것과 유사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만 내부에서는 TSMC의 적극적인 미국 공장 건설이 안보 측면에서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만의 첨단 반도체 생산 집중도는 그동안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억제하고 미국의 대만 방어 유인을 높이는 이른바 '실리콘 방패'로 평가돼 왔지만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자국으로 이전하려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대만이 가진 전략적 가치는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팀슨센터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온쇼어링 정책이 대만의 '실리콘 방패' 약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고 토터스미디어 역시 TSMC의 애리조나 생산 확대가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대만 반도체 생산 집중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아야 할 전략적 이유로 작용해 왔지만, 첨단 생산능력이 미국으로 분산될 경우 대만 방어의 경제·산업적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TSMC의 미국 공장 투자는 대만 기업에 거대한 기회이자 동시에 복합 리스크로 미국 주정부들은 일자리와 공급망 확보를 위해 대만 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돌변하는 통상·이민정책은 언제든 투자 환경을 흔들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TSMC의 미국 이전이 확대될수록 대만의 핵심 안보 자산인 반도체 집중도가 약화될 수 있어 대만은 미국 투자 확대와 자국 안보 기반 유지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요구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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