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韓 내란죄 인정하면서도… “계엄 주도한 건 아니다” 감형
2026.05.08 00:53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가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징역 23년)보다 8년 줄어든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은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해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아야 할 총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를 막지 않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12·3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 등으로 규정하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신군부 내란 사건의 형량을 뛰어넘는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계엄 가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1심이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하면서 제시한 근거들을 배척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판단한 것은 한 전 총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부작위)’을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을 전부 모아 계엄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것을 내란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부작위가 범죄가 되려면 ‘의무를 이행했을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한 전 총리의 경우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더라도 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를 적극 말리지 않은 부분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혐의는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2심은 “특검이 기소하지도 않은 혐의를 1심이 유죄로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라고 지적했다. 다만 2심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를 건의하고 장관들에게 재촉 전화를 한 것, 이 전 장관과 단전·단수에 대해 논의한 행위가 이미 내란죄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한 전 총리가 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뒤 12월 3일 자 가짜 계엄 선포문 표지에 서명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이와 관련한 수사가 시작되자 표지를 파쇄하게 한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 등 허위 증언한 혐의(위증)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헌재에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건네는 걸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부분은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특검이 1심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계엄 해제 지연’ 혐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1심이 한 전 총리에게 과거 신군부의 내란 사건 형량을 뛰어넘어 중형을 선고한 논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의 내란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든다”며 “이는 ‘위로부터의 내란’이기 때문에 기존의 ‘아래로부터의 내란’ 관련 판결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친위 쿠데타’로 인해 생긴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과거 내란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의 2인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합헌·합법적으로 행사되도록 보좌할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내란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면서도 “한 전 총리가 내란 행위를 사전에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50여 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여러 훈장과 표장을 받는 등 국가에 헌신해 온 공로가 있기도 하다”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되자 대통령을 대신해 해제 국무회의를 소집·주재해 약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된 점 등을 감경 사유로 고려했다”고 했다.
이날 판결로 한 전 총리 형량이 징역 15년보다 무거워지기는 어려워졌다. 대법원 판례상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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