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매매 효력, 계약보다 '허가'가 좌우한다
2026.05.07 16:02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 거래·지가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일정 기간 토지거래계약을 ‘허가제’로 묶어 거래 단계에서 통제를 가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지역의 토지거래를 행정청의 허가에 종속시키는 장치다.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를 통해 거래의 적정성을 사전에 통제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는 구조가 다르다. 특히 주택의 대지권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구역에서의 거래는 통상적인 계약과 동일하게 이해해서는 예상치 못한 법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허가 전 매매계약의 법적 효력 발생 여부다. 허가를 전제로 체결된 계약은 이른바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인다. 이는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매매계약을 무효로 보아 아무런 효력이 발생하지 않지만, 추후 허가받으면 그 시점으로 소급해 해당 법률행위, 즉 매매계약이 유효로 전환되는 특수한 구조를 가진다. 반대로 허가받지 못하면 매매계약은 그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일반적인 민법상 계약과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허가 전의 계약 체결만으로 매매에 관한 어떠한 권리 및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거래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허가 전 단계에서의 권리행사 가능성이다. 판례는 허가 전에는 계약에 따른 채권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나 매도인의 대금 청구를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 나아가 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 계약 자체가 유동적 무효이므로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 사이의 법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 유효로 완성될 수 있도록 상호 토지거래 허가에 협력해야 할 의무는 인정된다. 즉 당사자는 공동으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절차 진행에 협력해야 하며, 일방이 이를 거부할 경우 상대방은 법원을 통해 협력의무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토지거래 허가 전 단계에서는 이 협력의무가 사실상 유일하게 거래 상대방을 강제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허가 절차와 관련된 위험을 사전에 통제할 필요도 있다. 판례는 허가 신청에 협력하지 않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경우 일정 금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약정이 전제돼야 하며, 이에 대한 별도의 명시 없이 일반적인 내용의 매매계약 작성만으로는 손해배상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계약 단계에서 위약 조항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분쟁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허가받지 못한 경우 계약의 효력도 중요한 쟁점이다. 허가 신청 결과 불허가 처분이 내려지면 그 시점에서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 또한 당사자 쌍방이 허가 신청하지 않기로 명백히 합의한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반면 단순히 일방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도로는 곧바로 무효로 확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곽종규 국민은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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