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나초 트럼프
2026.05.07 17:23
1년 전 이맘때다. 상호관세의 반작용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적용하며 자주 말을 바꿨다. 이를 시장은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밈(소셜미디어 유행어)으로 조롱했다.
지금 미국·이란 전쟁을 두고선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라는 밈이 급부상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 가능성은 없다'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리더십이 엉망진창이라는 냉소를 담았다.
바삭한 말의 식감에 끌린 것인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나초 밈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한 나초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쉽게 열릴 수 없는 '3대 이유'를 설파했다.
실패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유약한 '자아'가 첫째요, 이 유약함에 자꾸 자신을 속이는 '무지'에 빠진다는 게 둘째. 이런 트럼프와는 어떤 합의도 무의미하다는 이란 지도부의 '믿음'이 정당화됐다는 게 마지막 논리다.
풍자와 익살이 넘치는 나초 밈을 우리는 속 편하게 즐길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경색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속없는 나초 밈의 주인공은 최근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해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도 (미국의) 임무에 동참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요구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타코와 나초 다음엔 또 어떤 멕시코 음식이 트럼프 리더십을 조롱하는 밈으로 등장할까. 잔여 임기가 2년6개월 남았으니 살사, 브리토, 케사디야까지 소환되지 않을까 싶다.
고약하고 씁쓸하다. 타코 트럼프든, 나초 트럼프든 한국이 늘 우왕좌왕 리더십의 핵심 피해국으로 엮여 있으니 말이다.
[이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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