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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자유 없으면 해외인재 유치 힘들죠

2026.05.06 17:42

'외국인 전문변호사' KL법률사무소 고민석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명
내국인과 법 적용 차별 커
이직 때 사업주 동의서 필수
유연한 인력 활용 힘들게 해
지방선 가족 동반 체류 지원
수도권선 전문직 유치 중심
이민정책 발맞춘 제도 정비를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면서 외국인이 생산인구 빈자리의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농어업, 제조업, 노인 돌봄 수요뿐 아니라 신산업 분야에서도 인력 고갈이 예상되는 데다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해 이민 활성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관점에서다. 지난해 법무부가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항공우주 등 첨단 분야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신(新)이민 정책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이민 정책을 정비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 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4%를 넘어섰다. 향후 4년 내 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 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최근 산업 현장에서는 해외 전문 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마련되지 않다는 점이 숙제다.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달하는 이때 관련 법체계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국인 사건 전문 변호사인 고민석 KL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38·사진)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해외 인재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닌 같은 법 아래에서 자국민과 외국인이 공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변호사는 출입국·외국인청과 외교부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한 뒤 법무법인 충정에서 변호사로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라시아 지역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부티크 로펌 KL법률사무소를 세워 고려인·조선족을 비롯해 외국인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출신인 그는 외국인 전문 변호사가 된 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위해 '생활 법률 앱(Life In Korea)'을 개발하고 '생활 법률 책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사이버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로 임명돼 고려인 정착을 돕는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저서로는 10여 년간 전담한 외국인 사건을 묶은 에세이 '법 앞에 선 외국인'이 있다.

산업단지나 농어촌 지역에 비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낮지만, 전문직·유학생·화이트칼라 중심의 고급 인재가 유입되는 추세다. 고 변호사는 "지방에서는 안정적인 체류와 가족 동반 정착 지원이, 수도권에서는 전문 인력 유치와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지역별로 다른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와 정주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변호사가 뽑은 해외 인재의 국내 정착을 가로막는 문턱 중 하나는 체류 자격 중심의 경직된 고용 구조다. 현실적으로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유연한 이동이 필요한데,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에서다.

대표적으로 사업장 변경 제한 문제가 있다. 현행 제도상 일부 체류 자격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이직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직장 사업주의 이직 동의서 등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퇴사의 자유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 때문에 사측이 악의를 갖고 이직 동의서를 써주지 않거나 체류 연장이 되지 않도록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비자에 따라 취업 가능 여부, 업종, 근무 형태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외국인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도 쉽게 이직하기 어렵다.

고 변호사는 "국가와 기업은 외국인 체류 관리와 인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강제적 고용 관계 유지에 따른 인권 침해와 형사·행정 리스크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해외 인재들은 능력이나 의지가 있어도 제도의 엄격성으로 인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국인들은 소송 절차의 공정성에서도 여러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언어 장벽, 제도 이해 부족, 통역 인력의 부족 등으로 외국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동일한 법이 적용되더라도 실제 소송 절차에서의 접근성과 방어권 보장 수준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고 변호사는 외국인 고용에 대해 "더 이상 '노동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존속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며 "법과 제도를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희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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