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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부터 숟가락까지 다 사줬는데 3개월 만에 떠났다"…기업들 '울상'

2026.05.07 11:09

사업장 변경 요구 74.5%…1년 미만 이탈 높아
급여·주거 지원에도 "수익 높은 곳 이동" 요구
지방 유출 심화…"숙련도 고려한 보완책 절실"


"침대부터 숟가락까지 다 사줬는데 석 달도 안 돼서 떠나겠답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62)는 최근 공장 운영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줄줄이 이직을 요구하며 회사를 떠난 탓이다. 김씨는 "외국인 한 명을 입국시키려고 수수료 80만원에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기술을 가르쳤지만, 돌아온 건 막무가내식 이직 요구"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직원 기숙사로 계약했던 빈 방의 월세도 매달 부담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인천 중구의 한 철공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 비자(E-9)를 받고 입국한 캄보디아·미얀마 국적 외국인들이 근무 중이다. 박호수 기자


정부가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를 검토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권침해 방지와 사업장 종속 비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 현장에선 인력 유출 가속화에 따른 운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고용 중소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4.5%가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사업장 변경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1.4%는 입국 1년도 안 돼 이직을 요구했다. 3개월 이내 조기 이탈 요구는 비수도권(37.8%)이 수도권(29.5%)보다 높아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더 심각하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고용주는 외국인 근로자가 계약 조건에 합의한 상태에서 입국하고도 현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태도를 바꾼다고 지적한다. 경북의 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 홍모씨(59)는 "계약 당시에는 하루 8시간 근무에 합의해놓고 막상 한국에 들어오고 나면 무조건 잔업을 시켜달라고 떼를 쓴다"며 "잔업이 없다고 하면 그때부터 태업을 하면서 이직 준비에 들어가는 식"이라고 했다.



올해 3월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50.2%가 월 200만~300만원을 수령했다. 300만원 이상 수령자도 36.9%에 달했다. 내국인과의 임금 격차가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다. 숙소비·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체감 인건비가 내국인보다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 나주시의 금속가공 공장 대표 박모씨(61)는 "외국인 인건비가 싸다는 건 옛말"이라며 "기본 급여에 매달 월세 지원까지 합치면 외국인 직원에게 들어가는 고정비가 내국인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이직 제한 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외국인 인력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기업 93.8%는 인건비 절감이 아닌 '국내 근로자를 구할 수 없어서' 외국인을 고용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이탈하면 해외에서 대체 인력을 수급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지만, 인력 유출이 반복될 때마다 공장은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성토도 많다.

중소기업계는 현행 제도의 틀 유지하며 현장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외국인 취업 비자 인력의 이직을 엄격히 제한한다"며 "운영 안정성을 위해 최소 2년간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도록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부당 처우 방지를 위해 요건 완화를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며 "노사 양측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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