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바다를 보려면 바닷가를 떠나라 : 프랜시스 드레이크 & 제프 베조스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2026.05.07 14:50
드레이크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담하게 기습한 뒤 영리하게 추격을 따돌리는 해적으로 유명하다. 브라질 동쪽 해안에서 해적질을 벌인 뒤, 마젤란 해협을 지나 페루 서쪽 해안에 불쑥 나타난 것이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건너간 드레이크는 내친 김에 인도양까지 돌파했다. ‘카카푸에고’로 크게 한 탕 벌인 뒤, 추격을 피하려고 서쪽 항로를 잡다 보니 뜻하지 않게 세계 일주(1580년)까지 하게 된 것이다. 페르디난드 마젤란(1522년)에 이은 2번째 세계일주다.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드레이크는 몰래 후원해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알현하고 약탈한 보물을 바쳤다. 지금으로 치면 1,500억원 규모로 당시 영국 국고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카카푸에고’ 건을 포함해서 전체 전리품의 거의 80%를 여왕에게 바친 것이다. 왕실의 재정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한 여왕은 크게 기뻐하며 드레이크에게 기사 작위를 주고 해군 제독으로 임명하면서 공공연하게 해적질(사략질)을 지원했다.
해적질 경험이 해군의 전술에 도움이 됐을까?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에 맞서 칼레 해전을 벌인 드레이크는 작고 빠른 배로 게릴라처럼 치고 빠지면서, 크고 무거운 스페인 함대를 줄곧 괴롭혔다. 또 화약을 잔뜩 실은 배에 불을 질러 적선에 돌격하게 하는, 생각지도 않은 화공술로 스페인 함대를 혼란에 빠뜨려 칼레 해전 최고의 영웅이 됐다. 스페인은 악명 높은 해적 드레이크를 ‘엘드라케’(El Draque. The Dragon)라 불렀다.
드레이크가 구사한 게릴라 리더십은 ‘아마존’(Amazon) 제프 베조스의 지략 리더십과 닮았다. 드레이크가 카리브해를 비롯한 대서양에서 벗어나 태평양을 건너 세계를 일주했듯이, 베조스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서 온라인 쇼핑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인터넷 쇼핑몰을 건설했다. 1995년 ‘아마존닷컴’이라는 작은 항구에서 디지털 바다를 향해 출항할 때부터, 베조스는 바람과 조류를 읽으면서 목적지에 이르는 항로를 생각했을 것이다.
‘무적함대’에 맞서려면 화력보다 게릴라 전술에 집중해야 한다. 베조스는 ‘월마트’(WalMart) 같은 세계 최고의 유통 거인에 맞서, 빠른 배송을 앞세운 ‘아마존 프라임’ 회원 서비스로 틈새를 파고 들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s)를 도입하면서 ‘월마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유통회사가 왜 웹서비스 플랫폼에 투자할까? 드레이크의 화공술처럼 뚱딴지 같은 전략이다.
목숨을 걸고 약탈한 전리품을 거의 다 바치고 기사 작위를 얻는다? 드레이크가 노린 것은 단순한 작위보다 왕실의 공식적인 후원이었다. 약탈하는 흉악한 해적에서 수호하는 당당한 해군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베조스는 AWS를 열어 미국 정부기관이 이용하게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었다. 우주로켓 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도 NASA와 긴밀한 협력 관계로 발전시켰다.
‘바닷가를 떠날 용기가 없으면 새로운 바다를 볼 수 없다’(You cannot discover new oceans unless he has the courage to lose sight of the shore). 페루의 리마 연안에서 스페인 해군의 추격을 피해 광활한 태평양을 향해 키를 잡았을 때 드레이크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뭍이 보이지 않는 낯선 항해에 불안한 해적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베조스도 마찬가지다. 당시 아무도 알지 못했던 인터넷쇼핑의 디지털 바다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고 돛을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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