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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둘이 만드는 예술...AI에 사고 주도권 뺏겨선 안돼”

2026.05.07 00:00

■이창호-이세돌 UNIST 토크콘서트
이세돌 “관건은 사람이 떠올리는 질문
낯선 상황서 선택내리는 판단력 중요
10년전 돌아가도 알파고와 대결할것”
이창호 “버티는 시간이 실력 만들어
좋은 수는 흔들리는 순간 나와”
이창호(오른쪽) 국수와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6일 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UNIST
“바둑은 둘이서 만드는 예술입니다. 바둑이라는 전략 게임에서 고유한 기품은 초반부터 드러납니다. 인공지능(AI)에 생각이라는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

“좋은 수는 대개 흔들리는 순간에 나옵니다. 끝까지 생각하고 버티는 시간이 결국 실력을 만듭니다.” (이창호 국수)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 같은 역량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를 떠나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끈기 있는 태도가 이를 기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창호 국수와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는 6일 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AI 시대 인간의 승부수’를 주제로 이 같은 대담을 나눴다. 명인, 국수, 기왕 등 바둑계의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던 두 기사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이기고 지는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바둑은 2016년 이세돌 교수와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AI의 충격을 가장 먼저 겪은 분야다. AI는 훈련 방식과 복기 문화, 포석의 상식까지 바꾸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바둑의 입신(入神)인 이들은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AI가 더 빠른 답을 낼 수는 있지만 무엇을 물을지, 어떤 답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사람이 AI의 답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이라며 “낯선 상황에서 자기 생각으로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국수도 “정답을 보는 것과 그 정답에 이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며 “AI가 좋은 수를 알려줘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직무 전문성도 갖출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국수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얻은 집중력과 판단력은 다른 영역에서도 쓰인다”며 “전문성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질수록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집념 또한 AI 시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이 교수는 “창의적인 수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한 시간이 있다”고 전했다. 과거를 반추하는 자세는 앞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그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관건은 그 뒤에 멈추느냐, 다시 수를 찾느냐”라며 “학생들이 실패를 끝이 아니라 다음 질문의 시작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국수는 “아픈 패배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보는 시간이 다음 승부를 만든다”고 말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학생·교직원·시민 등 200여 명은 두 기사의 대담을 끝까지 경청했다. 이 교수는 콘서트에 앞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알파고와 대결과 관련해 “그때로 돌아가도 대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아쉬운 것은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는 점이며 AI를 등한시하는 태도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미래에 대해선 “특정 집단이 AI를 무기로 삼고 좌지우지하는 디스토피아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것만 조심하면 AI로 인류는 난제를 풀고 지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행사는 UNIST가 새롭게 출범한 GRIT인재융합학부 운영 취지와 인재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첫 공개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GRIT인재융합학부는 학생이 학과를 먼저 고르는 대신 자신의 연구 질문과 관심 분야, 진로 목표를 바탕으로 학업 경로를 직접 짜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대학은 학생이 자기 질문을 만들고 실패를 견디며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며 “이번 행사는 바둑이라는 상징적 매개를 통해 인간 고유의 끈기와 창의성, 판단력이 미래 인재의 핵심 조건임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6일 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UNIST
이창호 국수가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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