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엔 너무 강하고, 사자니 너무 올랐고'…반도체 주가 논쟁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2026.05.07 07:5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섹터의 질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일(현지시간)에도 4.5% 상승해, 지난 한 달 간 61% 가까이 올랐습니다. 최근 26거래일 누적 상승률로 따지면 2000년 3월 9일(56%)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돌아보니 닷컴버블이 정점이었던 때입니다. 하루 뒤인 3월 10일, 반도체 주가는 나스닥지수와 함께 붕괴했습니다.
지금의 열기는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전반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네트워크, 광통신, 네오클라우드 등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의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는 섹터들입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에만 7100억 달러 넘는 돈을 AI 인프라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수요는 진짜'임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월가에선 너무나 가파른 지금의 주가 상승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다할 조정 없는 급등에 투자자들마저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이번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 안에서도 엇갈리는 반도체 주가 논쟁을 정리했습니다. 2년 전 AI 투자 수익성(ROI) 논쟁에 불을 지폈던 골드만삭스 글로벌 주식 리서치 총괄 짐 코벨로는 최근 보기 드문 ‘반도체 비중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2년 전 내 생각과 달리 AI는 분명 진짜지만, 지금의 반도체 주가가 정당화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핵심은 엔비디아 마이크론 샌디스크 같은 ‘곡괭이’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과 마진을 거두는데, 그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 때문에 현금흐름을 태우는 지금의 구조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코벨로는 아직 일반 기업 층위에선 AI의 수익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결국은 AI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고, 이미 AI 인프라 투자 수혜를 주가에 다 반영한 반도체보다 하이퍼스케일러에 베팅하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 의견은 아직 소수입니다. 같은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콰리엘로 글로벌 헤지펀드 총괄은 “반도체 랠리가 단기 과열인 건 맞지만, AI 투자 슈퍼사이클 자체에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추격 매수는 권하지 않지만, AI 인프라 구축이 다 끝나지 않은 국면에서 매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세미어낼리시스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토큰의 가치와 비용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합니다. AI는 고숙련 지식노동을 대체하는 생산 수단으로서 그 효용과 수익성을 이미 입증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토큰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선 최종 고객이 얻는 생산성 가치에 비해 아직 AI 가격이 충분히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초과수익을 거두긴커녕 앞으로 더 가격을 올릴 여지도 많이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사이클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지금의 반도체 주가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고점 논쟁이나 버블론과는 다릅니다. AI는 진짜라는 사실이 모든 주가를 무한정 정당화해주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반도체 회사들이 돈을 너무 잘 벌고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AI 인프라 사이클이 끝물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AI 하드웨어 ‘곡괭이’ 회사들의 독주가 이어질지, 그렇다면 핵심 병목에 있는 기업들은 무엇인지, 아니면 이제 하이퍼스케일러와 소프트웨어 같은 다음 단계로 돈의 흐름이 옮겨갈지. AI 랠리에서 투자자들이 던져야 할 질문을 함께 짚어봅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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