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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괴물 부모

2026.05.07 00:39

김남중 편집부 선임기자

현장체험학습(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안 가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날까 봐 아예 안 간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학교 운동회에서는 승패를 가리지 않고 반장 선거도 과열을 우려해서 없앤다고 한다. 점심시간 축구 금지령을 내린 학교도 많다. ‘무균실 학교’라는 말이 나오고, 이재명 대통령도 “구더기 생길까 봐 장독 없애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여론에 대해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사고 책임과 처벌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현장체험이나 집단 활동, 스포츠 등은 아이들 교육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지난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글 ‘소수의 괴물 부모를 막을 절차적 방패가 필요하다’는 이 문제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위기라고 말한다. “소풍 가지 말자, 승패 가리지 말자는 몇 명의 학부모와 부작용으로 인해 또 의사를 옷 벗기겠다는 그 몇 명의 보호자, 즉 괴물 부모와 괴물 보호자는 대부분 소수이며 다수가 아닌데, 이들의 민원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으로 인해 그들의 불만 효과가 극대화될 때까지 집단 전체가 상처받아야 하는 형태의 공격에 우리가 휘청이고 있다.”

소수의 악성 민원 때문에 집단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는 김 교수의 진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실제로 다수의 부모와 학생들은 소풍을 원하고, 운동회를 원하고, 축구를 원한다. 공부 말고는 휴대폰이 전부인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변을 바라보고, 관계를 배우고, 승패와 위험을 경험하며, 몸의 감각을 키우길 바란다. 교사들 대다수도 그런 활동들이 학교에서 꼭 필요하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집을 잡고 억지를 부리는 소수의 목소리는 크고 집요한 반면, 이들 다수의 목소리는 침묵하거나 조직화하지 못한다. 학교는 방어적으로 흘러가고 수업 외 활동들은 사라지고 만다. 김 교수는 이것을 “발언의 비대칭이 공적 영역을 잠식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목소리 큰 소수의 의지가 다수의 침묵 속에 관철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공적 영역 중 하나라고 할 학교가 악성 민원 때문에 위축되고 망가지고 있다는 것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그는 “교사, 의사, 사회복지사를 향한 폭언과 위협은 개인 간의 사적 분쟁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재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앞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그 뒤로 이어진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 직후 ‘괴물 부모의 탄생’이란 책을 내 학부모들의 교사 괴롭힘 문제를 알렸다. 그는 책에서 “사회에 만연한 갑질, 괴롭힘이 이제 학교에도 전염되어 교사가 그 대상이 되었다”고 했다. 자기 아이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괴물 부모는 의료 분야도 황폐화시키고 있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연쇄 폐업 배경에도 괴물 부모가 있다. 돌봄 영역도 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학교, 병원, 돌봄 등을 폐허로 만들어 버린 괴물 부모는 또 어디로 향할까.

악성 민원, 괴물 부모에 의한 공적 영역 폐허화를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이젠 민원이라고 해도 악성은 가려내고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모든 민원을 동등한 무게로 처리하는 시스템은 결국 가장 시끄러운 자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라며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의 악성 민원 정책이나 일본의 학교 민원 분류 체계처럼 반복적이고 근거 없는 민원을 공식적으로 식별·분리·종결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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