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식의 시시각각] 누구나 자신의 재판관이 되고 싶다
2026.05.07 00:2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시한 여권이 이재명 대통령 및 정진상·김용 등 측근 사건의 공소취소 특검법까지 밀어붙이려 한 데는 6·3 지방선거 압승의 자신감이 깔렸을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입법부 내 견제 세력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12·3 계엄 1년7개월 뒤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도 ‘윤 어게인’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대안 세력이 되는 것을 포기한 야당에 국민이 눈길을 다시 줄지 의문이다.
청와대 권력의 공감 아래 이뤄지는 여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도 무력화한 지 오래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4일 특검법에 속도조절 시그널을 주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법부 장악법’ 논란 속에 재판소원·법왜곡죄·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도 이렇다 할 사법부의 저항이나 견제는 없었다. 헌법상 마지막 견제 장치인 헌법재판소 전현직 수장들도 수십 년 소신을 바꿔 찬성으로 선회했다. 여권이 지방선거 후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경우 헌법기관 중 어디도 막을 곳이 없는 형편이다.
특검법 자체엔 이른바 ‘윤석열 검찰 조작 수사·기소’ 의혹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대장동·대북송금·선거법 사건 등 재판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다. 제6조 1항 특검 권한에 ‘수사 대상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공소취소)에 관한 결정’을 포함하고, 2항에 공소취소를 특검보 또는 공소유지 변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했다. 특검, 특검보로도 모자라 특검이 뽑은 특별수사관 변호사도 공소취소를 할 수 있도록 이중·삼중 장치를 해놨다. 그 자체로 헌법상 3권 중 하나인 사법권(재판권)을 무력화하는 위헌 조항이다.
검찰권 집중이 만악의 근원이라며 헌정사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하는 마당에 특검엔 수사·기소권은 물론 자수자·고발자에게 형 면제를 포함한 플리바기닝 특전, 재판을 취소하는 초헌법적 특권을 몰아줬다. 앞뒤가 안 맞는 자가당착이다. 진보 성향인 정의당, 시민단체 경실련까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조항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비판할 정도다. ‘연어 술파티’ 의혹 같은 것을 규명하는 데 초대형 특검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판검사를 수사·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그도 못 미더우면 10월에 신설할 중수청에 맡기면 족하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특검 동원은 이미 과도한 수준을 넘었다. 특검은 임시·예외 기구다. 공소취소 특검까지 출범하면 내란·김건희·순직해병·관봉권 띠지·2차 종합특검에 이어 여섯 번째 특검이 된다. 현 정부 5년 내내 특검이 가동할 판이다. 특검마다 검사 수십 명씩 파견하니 전국 검찰청 검사 1인당 많게는 500건씩 미제 사건이 쌓여 있다. 수사·기소의 입구부터 재판소원 4심제 도입에 따른 최종 판결까지 사법 절차 지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신속히 구제해 갈등의 최종 해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여권의 일련의 입법은 기존 문제 해결은커녕 거꾸로 사법을 갈등의 진원지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 신속한 재판권 보장을 위한 숙의 없이 정치적 목적의 졸속 입법만 남발한 탓이다. 공소취소 특검법은 사법의 정치 도구화 입법의 결정판이다.
권력이 한번 선을 넘으면 다음이 문제다. 다음 권력자는 더한 것을 해도 되겠다는 유혹을 받을 것이다. 법치를 무너뜨리고 장기집권을 꿈꿀 수도 있다. 국내외에 입법권을 장악한 뒤 개헌 등 ‘합법적 절차’를 통해 그렇게 나아간 선례가 많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판결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