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병원협회 첫 女수장… “의사의 기본 지키는 게 해법”
2026.05.07 00:45
“의사로서 기본을 지키려고 한 게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원동력 같아요. 힘든 일이 있을수록 ‘다시 처음으로’, ‘기본을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왔습니다.”
이달 초 대한병원협회(병협) 43대 신임 회장에 취임한 유경하(66)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올해로 창립 67주년을 맞은 병협의 첫 여성 회장이다. 소아 혈액 종양 분야 전문의 출신인 유 회장은 지난달 10일 임원 선출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당선됐다. 병협은 전국 병원 경영자(원장·이사장)들의 모임으로 회원 병원 수만 1000여 곳에 달한다.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협상을 통해 병원들의 의료 수가(건보가 병원에 주는 돈)를 결정하는 등 의료계 영향력도 크다. 주로 명망 있는 의료 경영인이 선출돼 권위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의대 출신인 유 회장은 2020년부터 이대서울병원·이대목동병원 등을 총괄하는 이화의료원장을 맡고 있다. 이화의료원 사상 첫 원장 연임(2022년)과 3연임(2024년)에 성공한 뒤 병협 회장 후보로 줄곧 이름이 거론돼 왔다. 그는 이화의료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의사의 기본’을 앞세워 그동안 어려움을 돌파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회장은 지난달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병원에서 더 많은 의사가 초심을 지킬 수 있게 역할을 하겠다”며 “나도 그동안 의사의 기본을 지키려는 동료들이 주변에 함께 있었기에 많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유 회장이 2020년 이화의료원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는 3년 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아기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담당 의료진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의료원 내에는 산부인과·소아과 분야 투자와 확대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유 회장은 당시 산부인과 의사와 NICU 전문의 영입에 나서면서 “병원의 기본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 아니냐”고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갔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이대서울병원에선 새벽 1시까지 고위험 산모 환자를 진료할 뿐 아니라, 한 달 분만 건수(180건)가 강남 차병원에 이어 전국 2위로 올랐다.
또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다른 병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을 때 서울 최초 ‘거점 전담’ 병원을 자처했다. 유 회장은 “이화의료원의 전신이 바로 조선 시대 최초의 근대식 여성 전용 병원”이라며 “동료들에게 ‘구한말 치료받지 못하던 여성을 위해 세워진 이 병원이 지금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설득했었다”고 말했다. 2024년 의정 갈등이 벌어졌을 땐 이대목동병원에 여성암·혈액암 등 전문센터를 강화했다. 이때 로봇 수술 전문가들을 육성했을 뿐 아니라 암 진단 후 일주일 내 수술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병원의 수입도 의정 갈등 전보다 약 17% 증가했다.
그는 앞으로 최대 과제를 “병원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단합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병협은 대학 병원부터 요양 병원까지 회원들이 다양한 만큼 서로 간의 입장 차가 크다. 유 회장은 “우리 사회에 시급한 지역·필수·공공 의료 확충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병원과 전문 병원의 목소리까지 두루 듣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어도 1년에 네 번은 지역에서 워크숍을 열고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그는 또 “병원이나 병협은 영리 기관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곳인 만큼 환자의 인격이나 생명, 시간을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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