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꾼 현대차 자율주행… “엔비디아 협업으로 개발 속도 기대, 분산된 조직 결합은 숙제”
2026.01.14 16:45
현대차 AVP 본부장 겸 포티두닷 대표 임명
자율주행 역량, 포티투닷·모셔널 등 분산
로보틱스와 달리 식구들끼리 경쟁하는 구조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총괄 책임자로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48·사진) 박사를 영입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테슬라 등 선두 그룹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장 교체를 통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먼저 흩어져 있는 자율주행 개발 조직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AVP 본부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미래차 플랫폼 개발을, 포티투닷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 지난 2021년부터 이 조직을 이끌었던 송창현 전 사장은 4년여 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초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박 사장은 1977년생으로 현대차그룹 내 최연소 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는 2015년 테슬라에 입사해 2년여 간 일한 뒤 2017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0년 동안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해 테슬라가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를 상용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FSD에 버금가는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기 위해 최근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인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박 사장은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개발에 참여했다. 엔비디아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과 양산, 자율주행 플랫폼의 적용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테슬라를 추격하는데 집중해야 할 현대차그룹에게는 최적의 인재인 셈이다.
실제로 완성차 업계에서는 박 사장을 연결고리 삼아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최신칩 ‘블랙웰’ 5만장을 공급받기로 했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플랫폼 등도 제공한다. 이 생태계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레벨2(부분 자동화) 이상 자율주행 기술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는 테슬라이고 이 뒤를 중국 신흥 브랜드가 추격하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엔비디아 자율주행 생태계에 합류했다는 점”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뒤늦게 합류했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짧은 기간 안에 레벨2 이상 선두 그룹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엔비디아 오린칩을 쓰는 중국 BYD를 비롯해 샤오미, 샤오펑, 화웨이 등은 엔비디아와 함께 단기간 내에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성공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박 사장이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으로 분산된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조직들을 신속하게 효율화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은 AVP 본부와 포티투닷 외에도 미국에서 운영하는 자회사인 모셔널이 있다. 모셔널은 특히 무인 로보택시 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과는 경쟁사보다 뒤처진 상태다. 이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등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모셔널은 당초 2024년을 목표로 했던 상용화 시점을 올해로 2년 미루기도 했다. 모셔널 외에 R&D 본부도 자율주행과 SDV 개발 등의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자율주행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이 분산돼 있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많은 투자를 하고도 테슬라 등에 비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로 꼽혔다. 특히 모셔널과 R&D 본부는 따로 수장을 두고 있어 박민우 사장의 리더십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도 현재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모셔널은 지난해 6월부터 로라 메이저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으며, R&D 본부장에는 지난해 말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책임을 여러 계열사가 나누는 전략을 쓰고 있다. 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설계와 기술 개발은 미국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제조 현장 적용과 기술 검증은 현대차·기아가 담당한다. 현대모비스는 액츄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현대오토에버는 시스템 통합과 로봇 관제를 맡는다.
로보틱스 사업의 경우 각 계열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고, 이를 결합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반면 자율주행 개발은 각 조직의 역할이 여전히 불분명해 서로 먼저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라 역량 결집이 어렵고 방향성에서도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AVP 본부와 포티투닷을 포함한 각 조직들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자율주행 관련 조직들의 개편이나 통합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박 사장이 기술 개발 속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하면 그룹 경영진의 검토를 거쳐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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