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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
테슬라 모델 3
전기차 전성시대 관전 포인트 5

2026.05.06 16:59

가격 내리고 자율주행 강화에 수요 ‘쑥’
유가·배터리 값 변수…안전 확보 관건


올 들어 전기차 시장이 점차 살아나는 분위기다. 국내 누적 등록 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며 이제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전기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고 최근 유가 급등 등 내연기관차 운영 비용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워진 영향에 다시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테슬라를 필두로 갈수록 강화되는 자율주행 기능도 소비자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관건은 이번 수요 반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세로 이어질지 여부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낙관론과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이번 사이클이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질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변수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 수요 회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은 완전자율주행(FSD)이 작동되는 테슬라 모델X 주행 모습. (테슬라 제공)
수요 되살린 3가지 변화

가격·자율주행·유가 급등

최근 전기차 수요 반등의 출발점은 가격이다. 과거 전기차는 ‘비싼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동일급 내연기관차 대비 수천만원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보조금을 반영하면 일부 모델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가격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이 전기차 시장의 판을 바꿨다. 테슬라는 주요 모델 가격을 수차례 인하하며 수요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저가를 내세운 중국 전기차까지 등장하며 가격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도 가격 조정에 나섰다.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린 또 다른 변화는 기술 체감이다. 초기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문제로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모델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400~500㎞ 수준을 확보했다.

급속 충전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다. 일부 모델은 20~30분 충전으로 80% 이상 충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소비자 인식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에는 장거리 이동 시 불안 요소가 컸다면, 지금은 일상적인 사용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자율주행 기술 또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을 비롯해 GM의 핸즈프리 주행 보조 시스템 ‘슈퍼 크루즈’ 등 운전자 편의성을 높여주는 자율주행 기술이 나날이 발전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부터 자동 차선 변경, 주차 보조 기능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상용화됐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는 점도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거시경제 환경도 전기차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이란 정부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유가가 급등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다. 이 여파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돌파했고, 내연기관차 연료비 부담이 커지며 전기차 운영비용 매력도가 높아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간이 기존 9년에서 최근 6년 수준으로 단축됐다. 초기에는 전기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의 가격 매력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름값과 유지·정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 경제성이 부각된다.

관전 포인트(1) 고유가 지속 여부

휘발유 차량 대비 경제성 부각

전기차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국제유가는 중요한 변수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는 대체재라는 점에서다. 연료비 변화가 곧 전기차 수요 변화로 이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 경우, 전기차 총소유비용(TCO)은 내연기관차 대비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60달러 이하에서는 경제성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반면 2023년 유가가 안정되며 증가율은 30%대로 낮아져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기술이나 정책보다 유가가 전기차 수요를 더 강력히 움직이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유가 급등이 단기 충격에 그칠 경우, 전기차 수요 자극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전기차 수요를 장기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줄줄이 국제유가 전망을 높여 잡는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오는 4분기 배럴당 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80달러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씨티그룹은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올 2분기 기준 95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였다. 오는 6월 말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전 포인트(2) 배터리 가격 흐름

㎾h당 30달러 가능할까

국제유가 못지않게 배터리 가격 역시 중요하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배터리 가격 하락 여부가 곧 전기차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셀 기준 ㎾h당 약 100~120달러, 팩 기준 130~16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1000달러에 달한 가격이 10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문제는 속도다. 2010년대 연평균 10% 이상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하락 속도는 둔화됐다. 원재료 가격 변동성과 설비 투자 비용,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망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h당 100달러는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경쟁이 가능해지는 1차 기준선으로 평가된다. 이미 일부 배터리는 100달러 아래로 가격이 내려간 사례가 포착된다. 진정한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h당 30달러 밑으로 내려가야 전기차가 가격 측면에서 완전히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는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은 구조다. BYD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 업체가 강점을 지닌 삼원계(NCM) 배터리는 성능에서 우위에 있지만,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LFP 전환을 가속화하거나, NCM 가격을 내려야 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만약 배터리 가격 하락 속도가 기대보다 더딜 경우,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전 포인트(3) 거세진 중국 공세

가격 경쟁력 앞세워 대거 난입

중국 전기차 공세는 더 이상 변수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존재감이 커지며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첫 정식 고객 인도가 시작된 뒤 11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최단 기간 기록이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 우려 등으로 BYD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을 깨고 순항 중이다.

앞으로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리자동차그룹 전기차 브랜드 지커와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 등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체리·창안·둥펑자동차와 샤오미의 상륙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에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디자인 등 경쟁력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소재-셀메이커-완성차로 이어지는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확보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풀밸류체인을 활용해 성능과 가격을 모두 갖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중국 브랜드가 대거 상륙할 경우, 국내 업체와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시장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저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브랜드와 경쟁을 위해 국내 브랜드가 가격을 내리면, 소비자 구매 심리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전반적인 시장 가격을 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4) 안전 리스크

화재 여전히 불안…신뢰 확보해야

전기차 화재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특히 민감한 변수로 작용한다. 내연기관차 대비 진압이 어렵고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을 자극한다.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차량 880대에 피해를 입히고, 약 38억원의 재산 손실을 발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 문제가 아닌 전기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사고 이후 전기차 계약을 취소하거나 구매를 지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 같은 화재 우려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화재 대응 시스템 마련, 보상 체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비가 요구된다. 기술적으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와 열폭주 방지 기술 등이 필수다.

보상 체계도 중요하다. 전기차 보험료는 내연기관차 대비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고, 사고 발생 시 수리비 부담이 크다. 향후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과 보상·안전 기준을 정부가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안정성이 입증될 경우 수요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도 “만약 또다시 큰 화재가 발생하면 소비 심리는 재차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5) 인프라 구축 속도

충전 환경 뒷받침 필요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시장의 가장 현실적인 병목 요인으로 꼽힌다. 차량 성능이 아무리 개선돼도 충전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전기차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50만8356기로 처음 5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전기차는 누적 등록 대수 100만대를 돌파했지만, 충전기는 차량 1대당 1개 꼴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급속 충전기는 약 5만기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충전기 수량 확대도 중요하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편의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기차 충전 시설 접근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급속 충전기 확대도 필요하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등 장거리 운전 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급속 충전기 보급이 시급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기 중 급속 충전기 비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나 관광지, 쇼핑센터 등을 중심으로 급속 충전기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차 운전자가 어디서든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주유소 일부는 전기차 충전소로 변경하는 방법도 추진할 만하다”며 “휘발유 가격처럼 전기차 충전 가격을 붙여놓고 운전자가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게 하면 지금보다 편의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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