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못 지키면 가구당 3000만원”… DL이앤씨, 정비사업 파격 수주 나선 까닭
2026.05.06 14:40
압구정5구역 미분양은 직접 인수 약속
정비사업 선별 수주서 적극 수주 돌아선 듯
DL이앤씨가 최근 주택 정비사업 부문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정비사업 조합에 제안하고 있다. 조합이 예상한 금액보다 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거나 아예 착공이 미뤄지면 조합원들에게 가구당 3000만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정 조건도 내걸었다. 지금까지 이런 조건을 내건 건설사는 없었다. 특히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은 이해욱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에 알려진 상황이라 최근 DL이앤씨의 행보는 더욱 이례적이다.
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경기도 성남 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합에 오는 6월까지 착공하지 않으면 조합원 가구당 3000만원을 배상하기로 한 공문을 발송했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상대원동 3910 일대 24만2000㎡에 지상 최고 29층, 43개 동, 4885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철거가 마무리된 상태다. 이와 함께 DL이앤씨는 2000억원 규모의 사업 촉진비를 책임 조달해 다주택 보유 조합원의 분담금(계약금·중도금) 지원도 약속했다. 보통 입주 당시 완납하는 추가 분담금도 입주 후 1년 후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납부 기한 연장안도 제시했다. 정비 업계에서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배상금까지 내건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원2구역은 GS건설과 DL이앤씨가 시공사 지위를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조합이 기존 시공사였던 DL이앤씨를 GS건설로 교체하려 했지만 DL이앤씨가 조합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도급계약 해지 통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 신청이 법원 인용을 받으며 시공사 지위가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GS건설로의 시공사 교체 가능성이 아직도 열려 있다.
앞서 DL이앤씨는 지난 2015년 이 사업을 수주했고 2021년 조합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DL이앤씨는 공사비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적용 등을 놓고 조합과 갈등을 빚었고 이런 갈등이 시공사 교체 추진으로 이어졌다. DL그룹 관계자는 “수주한 후 10년을 넘게 기다렸고 이제 착공을 눈앞에 둬 매년 5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잡히는 단계에 시공자 지위를 빼앗기게 생겼다. 이런 상황을 만들 수는 없어 적극적인 조합원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DL이앤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에도 적극적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공사비를 3.3㎡당 1139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조합이 예상한 공사비보다 100만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이 사업은 강남구 압구정동 490 일대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으로 지하 5층~지상 최고 60층 이상,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약 1조4960억원 규모이며 30일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중 시공자가 선정된다. DL이앤씨는 약 5060평 규모로 조성되는 상가 건축비 전액을 부담하고 글로벌 상업시설 매각 전문기업과 협업해 책임지고 매각해 줄 것도 약속했다. 상가는 조합원이 없어 상가 건축비를 분담할 주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제안이다. 또 아파트와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DL이앤씨가 조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은 건설 업계에서 정비사업 수주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하거나 과도한 하이엔드 브랜드 남용을 지양하며 알짜 사업지가 아니면 아예 수주를 하지 않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되도록 정비 사업장에 내걸지 않도록 했고 신중한 수주를 고수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정비사업 분야의 인력과 비용 절감 등도 이어져 일부 인원은 삼성물산이나 GS건설 등 경쟁사로 이직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DL이앤씨가 미착공 시 배상금이나 미분양 물량 직접 인수까지 내걸고 정비 사업 수주에 나선 것은 조 단위의 대형 사업지를 계속 놓치면 미래 먹거리가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내세운 건설사들이 강남,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서울 주요 지역을 대부분 가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DL이앤씨의 국내 주택 부문 매출은 9281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9243억원)에 이어 9000억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DL이앤씨의 국내 주택 부문 매출은 2024년에는 매 분기 1조원을 넘었고, 지난해 1~3분기에도 9000억원대 후반에서 1조원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비사업에서 대형사 쏠림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데,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성과나 수익성을 전혀 낼 수 없는 구조라 DL이앤씨도 과감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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