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기리고, 허수아비, 골드랜드…‘하이브리드’ 장르물이 온다
2026.05.06 12:30
‘소원을 들어주는 저주 걸린 앱’(‘기리고’), ‘1980년대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2019년의 형사’(‘허수아비’), ‘1500억원 상당의 금괴를 싣고 질주하는 세관원’(‘골드랜드’). 최근 OTT와 TV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의 콘셉트다.
‘하이브리드’ 장르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한두개 장르를 다룬 정통 장르물(‘킹덤’, ‘오징어 게임’, ‘무빙’ 등)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세 개에서 많게는 다섯 개 장르까지 합해 몰입감을 높인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작품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원하는 대중의 수요에 따른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8부작이 모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는 ‘장르물 2.0’의 대표 사례다.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동명의 앱에 얽힌 저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 학원물과 호러물을 섞은 드라마다. 여기에 무속인의 조력이 등장하며 액션 장르를 더했고, 저주의 배경을 푸는 회차에서는 휴먼 드라마 장르도 선보였다.
신인 배우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의 탄탄한 연기가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저주를 푸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한국적 무당 소재가 천만 영화 ‘파묘’의 완성도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인기를 얻었다. 공개 약 2주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쇼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에선 공개 직후부터 지난 5일까지 톱 10 시리즈 1위(플릭스패트롤)를 지켰다.
지난달 29일부터 공개 중인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도 ‘장르물 2.0’의 경향을 띤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금괴를 얻은 주인공이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탐욕과 배신이 뒤얽힌 관계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이야기다. 드라마, 로맨스, 누아르, 액션 장르를 혼합해 전개하고 있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됐다.
‘골드랜드’는 장르물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 박보영을 주연으로 내세워 시선을 끌었고, 주인공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해 범죄의 전말을 밝히는 구성을 택해 장르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공개 후 한국 디즈니+ 톱 10 TV 쇼 부문에서 연속 1위(플릭스패트롤)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벼무린 작품의 등장은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만 생긴 변화가 아니다.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을 TV와 OTT에 동시 편성하는 상황인 만큼 ‘장르물 2.0’ 법칙은 드라마 업계 전반에 해당한다.
지난달 20일부터 ENA와 티빙에서 동시 공개 중인 KT 스튜디오지니 제작 드라마 ‘허수아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전형적인 수사물의 서사를 차용했고, 이미 미디어에 여러 차례 노출된 사건을 소재 삼았다. 그러나 1980년대와 2010년대를 오가는 독특한 콘셉트, 학창시절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였던 주인공들이 같은 사건을 배당받은 검사와 형사로 만나 공조한다는 관계성을 넣어 차별화를 보였다.
KT 스튜디오지니 관계자는 “추리과정에 주인공 중심의 갈등과 공조를 넘나드는 심리 스릴러,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결합한 이유는 (타 작품과) 차별화된 깊이를 부여하기 위함”이라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복합 장르적 특징을 정교하게 설계하려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웰메이드 장르물’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첫 회 시청률 2.9%에서 5일 공개된 6회 시청률 7.4%(닐슨코리아)까지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웃런브라더스픽쳐스 등 4개의 제작사가 함께 만든 드라마 ‘리버스’는 지난달 17일부터 KBS와 웨이브에 동시 공개되고 있다.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을 표방하며 별장 폭발사고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리버스’ 역시 복합장르를 통해 대중성을 잡고자 했다.
‘리버스’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임건중 감독은 “메인 장르의 중심축이 분명하다면, 여러 장르가 결합했을 때 매력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루하거나 느린 전개로 느껴질 수 있는 단일 장르의 한계를 넘어 극의 재미와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런 장르물의 변화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가 초기에 마니아층을 타깃한 장르물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지금은 회원 수가 상당히 늘어났다”며 “장르물의 흥행을 위해선 한국적 요소로 현지화 색채를 넣고, 새로 유입된 대중을 위해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여러 장르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는 없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의 장르물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잘 섞으면 인기작이 되지만 잘못 섞으면 실험작이 되는 만큼 다양한 장르를 어떻게 잘 운용해 시청자들을 만족하게 할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금 수요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