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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평택 건드리기 어렵다...한국 언론이 모르는 3가지

2026.05.06 12:01

[강명구의 뉴욕 직설] 의회·시간·평택... 트럼프조차 못 넘는 '벽'이 있다
 2017년 11월 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 들른 뒤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대화하며 나오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독일에서 5000명의 미군을 6~12개월에 걸쳐 빼기로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한국 포털 뉴스는 곧장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보도들로 넘쳐났다. 한국도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트럼프 본인이 "(파병 여부를)기억할 것" "한국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라며 보복을 시사해 온 터다. 그러니 불안의 근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한다. 트럼프의 위협을 액면가 이상으로 부풀려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트럼프가 손에 쥐고 있다는 그 카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카드인지부터 검증해 보는 것이 먼저다.

트럼프의 위협을 부풀려서 보면, 대미 협상에서 그만큼 잃는다. 그래서 미군 철수나 재편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이번 독일에서의 5000명 철수만 보아도 실행되지 못하거나, 되더라도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조차 못 넘는 7만 6000명 하한선

 지난 3월 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회동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독미군 축소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은 그 숫자가 왜 5000명에 그쳤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의 위협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듯한데 철군 규모는 1기 정부 말 시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가 주독미군을 빼겠다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기 시절인 2020년 7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은 1만 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6400명은 본토로 돌리고, 5600명은 벨기에·이탈리아·폴란드로 옮긴다는 구상이었다.

결과는 단 한 명도 옮기지 못한 채 끝났다. 의회가 재배치 예산을 주지 않았고, 펜타곤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으며, 부대 이전 비용이 천문학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동맹국 주둔 미군을 대규모로 빼낸 사례는 미국 외교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다.

미국 의회가 가진 예산권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군대를 철수하고 새로 기지를 만드는 모든 일에 예산이 필요한데, 그 최종 결정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심사·확정한다. 반면 미국은 헌법 1조에서 예산 편성권 자체를 의회에 주었고, 특히 세입 법안은 하원에서 시작되도록 못 박았다.

실제로 미 의회는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2025년 12월에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Public Law 119-60)을 통과시키면서 유럽 주둔 미군을 7만 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감축할 수 없다는 조항(Section 1249)을 못 박았다. 주한미군 2만 8500명 하한선(Section 1268)도 같은 법에 함께 들어갔다.

이렇게 국방수권법에 유럽 및 한국 주둔 미군 규모의 하한선을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 트럼프 1기 정부 때였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에도 주한미군과 유럽 주둔 미군 철수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미 의회는 이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부터 유럽 및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을 넣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잃은 탓도 있지만 당시에도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이런 유럽 및 주한미군 하한선 규정 도입에 찬성했다.

이번 5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2025년 12월 말 현재 유럽 주둔 미군 인력은 약 8만 5000명이다. 이 숫자는 미 국방부 소속 민간직원(APF DOD Civilian), 즉 군무원 약 1만 7천 명을 합친 숫자다. Section 1249가 규정하는 "현역군인(members of the Armed forces)"만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미 6만 8000명으로 하한선 미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하한선을 군무원까지 포함해서 계산하고 있고, 그렇게 해도 7만 6천 명 하한선까지의 여유는 9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즉, 의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재량으로 뺄 수 있는 인원이 9000명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국 5000명에서 멈춘 것은 유럽 주둔 미군의 하한선이 있고, 그 이상 줄이는 것에는 국방 예산을 단 한 푼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 선을 넘으려면 국방장관이 직접 의회에 나와 설명해야 한다. 나토 동맹국과 미리 협의했는지, 미국 안보와 동맹 준비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러시아 억지력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평가서로 제출하고 청문회에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가 이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의 국방수권법 하원 표결에서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바로 이 유럽 주둔 미군 하한선과 주한미군 하한선 규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하원 표결은 312대 112로 통과됐고, 찬성 312명 가운데 공화당이 197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명시적으로 제동을 거는 데 공화당 다수가 동참한 것이다.

이렇듯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까닭은 미군 부대가 주둔하는 해외 기지 하나하나에는 미국 본토 지역구의 이해가 직접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대 이전이나 감축은 군수산업 일자리, 군 가족 거주지의 경제, 부대 주변 상권의 매출, 군수업체 하청 계약과 곧장 연결된다. 의원들의 가장 핵심 이익은 재선이고, 재선은 지역구 경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트럼프의 해외주둔 미군철수나 변덕스러운 안보 정책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다.

이번 5000명 결정에 대한 의회 반발도 양당에서 즉각 터져 나왔다. 공화당 안에서는 퇴역 군 출신 의원들이 앞장섰다. 나토를 약화시키고 러시아만 도와주는 결정이며, 충동적인 반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대통령 기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더 엄밀히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5000명 감축 결정 자체가 2026 국방수권법 법문 그대로의 해석에 따르면 위법 소지가 있다. 이 점이 향후 의회 청문회에서 추궁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1만 1900명 감축 명령은 결국 0명으로 끝났다

 2026년 5월 2일 토요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로 향하는 길에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1기 때와 달리 이번 주독미군 철수를 발표하면서 6~12개월 시한을 두었다. 즉시 실행이 아니라 단계적 이행이다.

트럼프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번 5000명 감축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의 이란 전쟁 전략을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펜타곤이 이미 추진해 오던 계획이다. 펜타곤은 이미 5월 발표 3개월 전인 2026년 1월 23일 국가방위전략에서 유럽 주둔 미군을 줄이고 인도태평양에 집중한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펜타곤이 이미 2025년 4월부터 동유럽 주둔 미군 1만 명 감축안을 검토해 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분노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미군을 복귀시키려는 펜타곤의 공식 전략이 메르츠 발언과 호르무즈 거부라는 명분을 만나 가시화된 것일 뿐이다.

재정적 제약도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작동한다. 부대 재배치에는 수천억 달러가 들고,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미 유럽사령관이 의회에 제출한 2025년 태세 보고서에서도 유럽·아프리카 작전의 핵심 거점으로 명시한 시설이다. 1기 시절 미 유럽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퇴역 중장은 일부 부대를 옮기는 데도 최소 4년이 걸리고 수천억 달러가 든다고 지적했다. 1기 1만 1900명 감축이 한 명도 못 옮긴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의회가 끝내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철군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11월 중간선거가 있다. 공화당이 예산권을 틀어쥔 하원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치사에서 임기 중 치러진 중간선거는 대부분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1기 트럼프의 첫 중간선거였던 2018년에도 공화당은 하원을 내줬고 그 흐름 속에서 국방수권법의 유럽 및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은 더 단단해졌다.

이번 11월에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1기 1만 1900명 명령이 어떻게 끝났는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2020년 7월에 발표된 그 명령은 6개월 뒤 정권이 바뀌자 동결됐고, 두 달 뒤 폐기됐으며, 폐기와 함께 오히려 미군 500명이 추가 배치됐다. 트럼프의 5,000명 명령 자체가 1기의 1만 1900명처럼 한 명도 옮기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택은 옮길 수 없고, 미국도 그것을 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이 배치돼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 있는 미군 시설은 옮기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옮길 곳이 사실상 없다.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이 보유한 해외 군사기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미 육군이 스스로 "태평양 최대의 전력 투사 플랫폼"이라 부른다. 면적은 여의도의 5배고, 상주인구만 4만 5천 명에 이른다. 주한미군사령부, 미 8군, 2사단 본부, 한미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가 모두 이 한 기지에 모여 있다. 미 육군 기지 가운데 아시아에서 가장 바쁜 비행장이 그 안에 있다.

2007년에 착공해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 2022년 한미연합사령부 이전을 완료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확장 사업비는 110억 달러, 한화로 12조 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을 한국이 댔다. 한국은 부지를 내주고, 건설비를 대고, 그렇게 지은 시설을 미군에 통째로 넘겼다. 트럼프가 입에 달고 사는 "동맹의 공정한 분담", 그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이라는 뜻이다.

이 시설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 5만 5천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일본 기지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오키나와에서는 시민 반발이 갈수록 거세다. 괌은 인도태평양 작전권에서 너무 뒤로 빠져 있다. 호주는 너무 멀고, 필리핀이 강화된 방위협력협정(EDCA)으로 미군에 개방한 9개 거점은 사령부급 시설을 흡수할 만한 규모가 못 된다.

평택 미군기지를 비우는 순간 미국은 자기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을 잃는다. 물론 단기간에 대규모 병력을 빼서 이동할 대안 부지도 없고, 미국 의회가 만든 법이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침착할수록 트럼프 위협은 오히려 한국의 지렛대가 된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잦은 위협 자체가 한국의 협상력을 거꾸로 증명한다. 협박이 늘어난다는 것은 동맹의 협조 없이는 미국 시스템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신호다. 앞으로도 트럼프는 고비마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한국을 흔들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카드의 실제 크기는 이미 정해져 있다. 2025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흘린 4500명 재배치 안, 곧 주한미군의 15% 수준이 트럼프가 의회와 중간선거, 평택의 벽을 안고 꺼낼 수 있는 현실적 상한선이다. 주한미군의 기동군화 명목으로 단기 순환보직 비중을 늘려 의회가 정한 병력 하한선을 우회하는 정도가 그가 시도해 볼 만한 최대치다.

친트럼프 진영 일각에서 거론되는 1만 명 선까지의 감축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서 평택 미군기지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 조선업의 우위,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지위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작 경계해야 할 것은 한국 내부의 분열이다. 위협의 강도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위협받는 쪽이 흔들리지 않으면 위협은 위협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트럼프 카드의 구조적 제약을 정확히 읽고 한국 사회와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대미 협상에서 국익 증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위기는 늘 기회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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