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천국’, ‘질투’는 반입 금지…여행하듯 즐기는 기독 축제
2026.05.05 18:17
북적이는 인파 속 청년들의 손엔 파란색 여권과 탑승권이 쥐어졌다. 외교부 발급 여권이 아니다. 표지엔 ‘REPUBLIC OF KOREA’와 태극 무늬 대신 ‘KINGDOM OF HEAVEN(천국)’과 뭉게구름 무늬가 새겨졌다. 여권 사이에 끼워진 탑승권이 가리키는 최종 목적지는 HVN(천국), 출발지는 SIN(죄)이다.
“미움 시기 질투 가져오셨나요?” 보안 검색대 직원의 안내에 참가자들은 멋쩍은 듯 웃으며 양팔을 십자로 벌렸다. 검색대 옆에 세워진 안내판엔 교만과 탐욕 등 경계해야 할 육체의 열매가 반입 금지 물품으로 적혀 있다. 검색대 직원이 다시 말한다. “들어가시면 성령의 열매를 가득 채워주세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심호흡 한 번.” 검색대를 통과해 본당 문을 열자 대형 스크린엔 둥근 기내 창문과 좌석 등받이에 설치된 개인용 모니터 등 여객기 객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화면이 번쩍였다.
기독교 문화 브랜드 로아스토어(대표 박종우)가 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개최한 ‘제3회 레디컬 에어포트’ 현장은 인천공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기획됐다. 주최 측은 “에어(AIR)에는 생명의 숨결을, 포트(PORT)에는 생명의 통로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면세점 쇼핑. 이날 교회 내부엔 의류와 소품 등을 판매하는 58개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도 입점했다. 면세점(Duty Free)엔 세금이 없지만 이곳에는 다른 의미의 의무(Duty)가 있다. 받은 사랑을 다음세대에 전해야 할 책임이다. 굿즈 매출의 15%는 소아 뇌전증 및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햇빛투게더’에 기부된다.
이날 라이브 토크에는 개그우먼 송은이 이성미와 스타강사 김미경, 가수 선예, 피식대학 이용주와 소녀시대 수영, 래퍼 비와이, 댄서 바타 등이 나서 신앙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 앞에서 신앙 간증을 처음 한다고 밝힌 김미경 강사는 “과거엔 눈에 보이는 성공만 좇으며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며 “예수님을 만나고 내 성공으로만 끝나는 삶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치를 꿈꾸게 됐다. 하나님의 축복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통로로 우리 모두 신분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댄서 바타는 많은 기독 청년이 흔히 겪는 신앙 고민을 짚으며 율법적인 잣대와 죄책감이 자칫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스무 살 때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나는 악에 졌다’는 죄책감에 교회에 나가지 않은 적이 있다”며 “우린 때론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 잊어버리는 것 같은데 인간의 실패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더 크다”고 전했다.
피식대학 이용주는 자극적인 소재와 신앙 사이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크리스천임을 밝힌 이상 아무 소재나 쓸 수는 없다”며 “코미디를 통해 서로 단절된 사람들을 연결하며 하나님 보시기에 건강한 웃음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소녀시대 수영은 “하나님이 내 삶을 이끄시는 걸 알지만, 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때 ‘경로 이탈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면서 “이유를 모를 때조차 믿는 게 믿음인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억울하게만 두시진 않는다. 답을 바로 주지 않으셔도 결국 기쁨으로 허락하신다”고 말했다.
저녁 집회에서 ‘영원한 삶,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말씀을 전한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기독교가 죽음 너머의 소망을 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목사는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었다’가 아닌 ‘하나님이다’라는 현재형으로 주님은 말씀하신다”며 “예수님은 우리와의 사랑을 과거형으로 남겨두기를 원치 않으셔서 우리가 당해야 할 죽음을 대신 당하시고 생명을 주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입장이 30분 넘게 지연될 만큼 열띤 호응 속에 치러진 행사엔 800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기독교인 남자친구와 함께 참석한 민소원(24)씨는 “전도의 필요성은 알았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주신 마음을 품고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 먼저 예수님을 믿은 은혜를 기억하고 빚진 자의 마음으로 전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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