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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블랙홀’ 반도체, 빛과 그림자 [스페셜리포트]

2026.05.06 08:44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 경쟁이 반도체 산업 지형도를 확 바꿔놨다. 과거 반도체 수요 중심축이 PC·스마트폰·서버 교체 사이클이었다면, 지금은 빅테크 주도 초대형 데이터센터 증설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AI 가속기 탑재량이 급증하면서 GPU와 주문형반도체(ASIC)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기판, 전력반도체, 냉각·전력 인프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병목이 빚어진다. 칩 수준 경쟁이 아니라 설계·제조·메모리·패키징·전력·장비가 맞물린 AI 인프라 확보 전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2000년대 중국이 막대한 고정자산 투자로 글로벌 단위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던 것에 빗대어 20여년 만에 AI로 생산요소 대이동이 본격화됐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AI는 지식노동 생산비용을 낮추는 ‘저렴한 지능’이지만, 이를 구현하려면 데이터센터·전력·냉각·네트워크와 반도체라는 천문학적인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투자 지형도 180도 바꿔놨다. 개별 반도체 관련 주식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간접투자 상품으로도 막대한 유동성이 밀려든다. 메모리 중심·AI 인프라 ETF부터 채권혼합, 커버드콜, 액티브, 레버리지 ETF까지 전략도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최소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빚투(설비투자·CAPEX)’와 ETF발 수급 변동성 확대 등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진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하이퍼 불(Hyper Bull·초강세장)’을 구가 중인 가운데 역대급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삼전·닉스’ 아직 고점 아냐

이익 대비 시총 할인 여전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하이퍼 불(Hyper Bull·초강세장)’을 구가 중인 가운데 역대급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출·영업이익 모두 최고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강세장으로 실적이 폭발적으로 개선됐다는 진단이다. 다만, 반도체 시장 수요예측이 난제라는 점에 비춰 자칫 과거처럼 돌발 변수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현재로서는 반도체 초호황에 대한 우려는 거의 읽히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을 판가름할 지표로 ▲메모리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량 거래) ▲빅테크 설비투자 가이드라인 ▲재고자산 회전율 등을 꼽는다. 이런 지표 가운데 경고음은 일절 관찰되지 않는다.

낙관론 배경으로는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무엇보다 AI 추론을 위해서는 서버 D램, 고용량 DDR5, 모바일 LPDDR 등이 필요해 수요 저변이 확대됐다. 스마트폰·PC·차량 등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전력 효율과 저지연이 핵심인 모바일 LPDDR 수요도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을 평가하는 잣대가 PBR(주가순자산비율)에서 PER(주가수익비율)로 변한 것에도 메모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실적 변동성이 커 이익 지속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이클 업종이었다. 호황기 땐 이익이 급증하지만 공급 증설이 뒤따르면 가격이 급락하고 적자로 전환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증권가는 특정 연도 순이익에 배수를 매기는 PER보다, 장부가치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준으로 저점과 고점을 판단하는 PBR 방식을 선호했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산가치 대비 얼마나 싸거나 비싼가”로 평가받는 제조업·사이클 업종에 가까웠다.

AI 메모리 사이클은 이 공식마저 뒤엎었다. HBM은 기업 간 계약(B2B)으로 장기공급계약이 가능해 이익 가시성이 높다. 공급 측면에서도 공정 난도와 첨단 패키징 병목 탓에 과거처럼 단기간에 공급이 폭증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런 변화 속 주요 증권사들은 속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산정 방식을 PER로 변경하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 잡는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연간 기준 엔비디아와 글로벌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겨룰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KB증권은 올해 엔비디아 영업이익을 357조원, 삼성전자를 327조원으로 예상했다. 2027년에는 삼성전자 488조원, 엔비디아 485조원으로 삼성전자의 역전 가능성을 점쳤다. SK하이닉스도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 251조원으로 글로벌 4위, 내년 358조원 안팎 영업이익으로 글로벌 3위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글로벌 반도체 선두기업과 시가총액 격차는 여전히 크다. 삼성전자 시총은 엔비디아의 19%, TSMC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익 체급은 글로벌 최상위권으로 올라섰지만, 시총 할인은 여전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은 절대 규모 외에도 메모리 사이클상 이제 막 중간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사례를 볼 때 판매가 상승 이후 물량 확대 구간이 겹치는 2026년 4분기에서 2027년 2분기 사이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펄펄 끓는 ‘소부장’

전공정 → 후공정으로

AI 서버가 고전력·고발열 구조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산업 수혜 범위도 HBM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확산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생산 공정별로 업황 체감 시점이 달라 시차 효과가 뚜렷하다. 설비 증설에 긴 시간이 걸리는 구조 때문에 장비 업체들이 업황 후반부 뒤늦은 수혜를 누릴 때가 많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수요가 급증해도 반도체 기업은 곧바로 생산능력을 늘릴 수 없어 초기 호황기 땐 기존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가령, 메모리 판매량이 늘면 불량 검사나 패키징을 담당하는 후공정(後工程) 업체들이 낙수효과를 누린다. 기존 설비에서 생산된 칩 물량이 늘어나면 테스트·패키징 물량도 함께 증가한다. 반면, 노광·식각·증착 장비나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전공정(前工程) 소부장 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결정하고 장비 발주가 이뤄져야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신규 팹 건설과 장비 반입까지 통상 1~2년가량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설비투자 사이클 초기에는 전공정 업체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후공정 업체는 시차를 두고 덜 오른 주가를 채우는 패턴을 보인다는 평가다.

현재 전공정 업체 주가는 이런 사이클 패턴을 선반영하며 퀀텀점프했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에서는 HPSP,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등 공정 미세화·HBM 투자와 맞물린 장비주가 주목받는다. 주가 랠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비주 고점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 동안은 범용 D램 생산라인이 HBM 라인으로 교체되는 전환 투자 중심이었다. 앞으로 설비투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신규 투자다. 대부분 장비 업체는 설비투자 사이클 수혜를 무차별적으로 받을 것”이라 말했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 주가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업가치 고점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진단했다.

HPSP는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뿐만 아니라 낸드 장비 매출 회복 기대가 높다.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 이후부터 파운드리는 물론 D램, 낸드까지 모든 응용처로 장비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 봤다. 원익IPS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모두 고객사로 둔 종합 전공정 장비 업체다. 반도체 장비 매출 비중이 80%를 웃돌아 메모리 투자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누린다. 주성엔지니어링은 ALD·CVD 증착 장비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세공정 확대와 고단화 수혜가 기대된다. 유진테크는 LPCVD·ALD·플라즈마 처리 등 메모리 전공정 장비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D램·낸드 투자 확대 시 이익 급증이 기대된다. 피에스케이는 글로벌 박리(Strip) 장비 1위 업체다.

다만, 전공정 업체 주가는 메모리 투자 확대에 대한 민감도가 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는 2024년 하반기 5만원대에서 최근까지 4배가량 올랐는데, 같은 기간 원익IPS 주가는 7배 정도 올랐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후공정 업체를 눈여겨보는 시각도 많다. 통상 후공정 장비 업종은 설비투자 사이클 후반부로 가며 덜 오른 주가를 채우며 오르는 특성을 보인다. 후공정 업체 주가는 HBM 이후 병목이 패키징·기판·테스트로 확산하는 흐름에 올라탔다. AI 가속기는 ▲HBM 적층 ▲칩렛(Chiplet·여러 칩을 연결해 블록처럼 조립) ▲2.5D·3D 패키징 ▲고성능 기판 ▲테스트 공정이 함께 따라붙어야 하므로,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HBM TC본더(칩을 열과 압력을 이용해 접합·적층하는 장비)로 잘 알려진 한미반도체를 비롯해 이오테크닉스·인텍플러스·리노공업·ISC 등이 테스트·검사·소켓 수요와 맞물려 주목받는다. 두산테스나도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업체로 설비투자 사이클 수혜가 기대된다. 기판 쪽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FC-BGA(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를 연결하는 패키징 기판), SKC·삼성전기·LG이노텍 간 유리기판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연간 기준 엔비디아와 글로벌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겨룰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사진은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 전시된 HBM4와 HBM4E. (연합뉴스)
일각선 경계심도

빅테크 ‘빚투’ 지속가능성 우려

다만, 반도체 사이클에 가려진 변수를 바라보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첫째, 빅테크 현금흐름 지속성이다. 현재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아마존·구글·메타·MS의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가 만드는 수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에 근접하거나 잉여현금흐름(FCF)을 잠식하면 2027~2028년 투자 증가율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빅테크의 연간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OFCF)과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후 추가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회사채 발행 같은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므로, 이는 AI 산업이 경기 민감 섹터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둘째, 설비투자 착시 효과에 대한 우려다. 겉으로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투자액이 끝없이 증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따져보면 신규 연산능력 확대보다 구형 GPU 교체와 기존 인프라 유지에 쓰이는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리서치어필리에이츠(Research Affiliates) 크리스 브라이트먼 CEO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GPU의 경제적 수명을 2~3년으로 보면 전체 설비투자 가운데 순수 생산능력 증가분은 20~30%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그는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 설비투자가 3월부터 주춤하고 있다”라며 “D램과 낸드 둘 다 단위당 생산비용이 상승해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폭과 비교하면 수익성 개선도 낮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ETF 자산·전략 제각각

채권혼합·커버드콜 전략도 눈길

반도체 랠리는 ETF 시장 판도도 바꿨다. 과거 반도체 ETF는 업종 지수를 단순히 추종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편입 종목별로 보면 ▲메모리 대형주 ▲AI 반도체 소부장 ▲전력·네트워크 등 AI 인프라까지 각양각색이다. 최근엔 주식형 ETF뿐 아니라 ▲채권혼합형 ▲커버드콜 ▲액티브 ▲레버리지 등 투자자산·전략도 다변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대형주를 편입한 ETF가 수익률은 물론 순자산 규모에서도 절대 우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반도체TOP10’은 순자산 10조4126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주식형 반도체 ETF 가운데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 ETF는 순자산 5조2395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수익률은 두 상품 모두 100%를 웃돈다.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도 발군이다. 올 들어 4월 27일까지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레버리지’는 약 3.5배 올랐다.

설태현 DB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개선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 ETF의 투자 매력도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관련 전력 인프라 ETF도 주목받는다.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칩 자체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 네트워크 장비로 확장돼 ETF 저변이 넓어졌다. 삼성자산운용 ‘KODEX AI전력핵심설비’는 연초 이후 4월 27일까지 수익률 116%, 최근 1년 수익률 416%를 각각 기록했다. 이 ETF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AI 전력 인프라 기업에 투자한다.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 기대로 소부장 ETF도 각광받는다. 신한자산운용 ‘SOL AI반도체소부장’과 ‘SOL 반도체후공정’이 연초 이후 4월 27일까지 2배가량 오른 것을 비롯해 삼성자산운용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도 뛰어난 수익률을 냈다. ‘SOL AI반도체소부장’은 소부장 ETF 가운데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한솔케미칼, HPSP, 주성엔지니어링, 솔브레인, ISC 등 2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액티브 ETF도 최근 반도체 ETF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힌다. 액티브 ETF는 단순 지수 추종 상품과 달리 매니저 판단에 따라 종목을 바꾸고 비중을 조절한다. 반도체 사이클은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 후공정, 전력 인프라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적극적인 운용이 적중하면 지수 추종 전략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올 들어 4월 27일까지 ▲현대자산운용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 ▲대신자산운용 ‘DAISHIN343 AI반도체&인프라액티브’ ▲우리자산운용 ‘WON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 등은 2배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최근에는 채권혼합형과 커버드콜 전략을 펴는 반도체 관련 ETF도 나왔다. 반도체 성장세에 투자하면서도 변동성을 낮춘 포트폴리오로 평가된다.

지난 2월 KB자산운용에서 출시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시작으로 주요 운용사가 유사 상품을 줄줄이 내놨다.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0% 담고 나머지 절반은 우량 채권을 편입한다. 4월 27일 기준 순자산 규모는 1조2671억원에 달한다. 매달 분배금을 받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을 가미한 ETF도 나왔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사고 동시에 그 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미래에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커버드콜 전략을 결합한 ‘TIGER 반도체TOP10커버드콜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ETF, 장점 많지만

그늘도 적잖아

반도체 ETF는 AI 인프라 성장에 올라타는 가장 쉬운 통로로 평가된다. 하지만, 반도체 ETF 그늘도 적지 않다. 첫째, ‘분산투자’ 착시다. ETF는 여러 종목을 담기 때문에 개별 종목 투자보다 안전해 보이지만, 반도체 ETF는 특정 업종과 대형주에 쏠려 집중투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반도체 ETF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 비중이 수익률을 좌우한다. 테마형 ETF일수록 편입 종목과 비중을 뜯어보면 특정 종목·가치사슬에 쏠려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도체 ETF를 고를 때 상위 10개 종목 비중, 특정 종목 편중도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두 번째 그늘은 패시브 자금이 주가 변동성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ETF로 개인 자금이 몰리면 유동성 공급자는 ETF 매도와 동시에 기초자산 현물이나 선물을 사는 방식으로 위험을 헤지(ETF 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을 기초자산 매매로 상쇄)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실적이나 업황 변화와 무관하게 지수 편입 종목에 기계적 매수가 유입되고 주가 상승은 다시 ETF 자금 유입을 부르는 자기강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가령,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ETF 내 비중이 큰 종목은 업황 기대와 패시브 수급이 맞물려 상승 탄력이 커진다. 반대로 자금이 빠질 때는 ETF 환매, 유동성 공급자 헤지 축소, 현물 매도가 한꺼번에 쏟아져 하락폭도 커질 수 있다. 학계에서도 ETF가 정보 없는 수요로 주가 변동성을 키워 가격발견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르면 5월 말 출시 예정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이들 ETF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ETF는 상승 추세가 지속될 때 수익률 극대화 가능하다”라며 “수익률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주가 하락 시 손실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8호(2026.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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