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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결정, 왜 어른들끼리? 어린이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2026.05.05 04:31

아동총회 의장단 활동 양소원양
어린이 의견은 실종된 아동 정책
"종일 노는 날, 빼앗긴 것 같아요"
권리 외치는 아이들, 변화 일으켜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30일, 대전에서 만난 백운초 6학년 양소원(12) 양은 3학년 때 일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학교 근처 신호등 없는 2차선 도로를 성큼 가로지르는 어른들과 달리 소원이와 친구들은 쉽사리 건널 수 없었다. 학교를 안전하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지만 어린이의 말을 들어주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소원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다.

소원이가 느끼기에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린이가 당사자인 일에 의견을 개진하는 건 쉽지 않다. 최근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수학여행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온통 대통령, 선생님 등 어른 목소리뿐이다. 2022년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건 이후 학교가 수학여행을 피하는 모습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수학여행을 재개하려면 인솔 교사에게 안전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부과 문제를 풀어야 하는 등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평생 단 한 번뿐인 초등학교 수학여행이 어른들의 결정만으로 사라지는 게 소원이는 아쉽다.

운동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아이가 지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학부모 민원에 운동회에서 승패를 가르지 않거나 아예 폐지한 학교가 적지 않다. 소원이는 "주인공인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수학여행, 운동회가 없어지고 있다"며 "평소 친구들이 학원 다니느라 자주 어울리지 못하는데 유일하게 하루 종일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날을 빼앗긴 것 같다"고 했다.

소원이는 그래서 어린이가 처한 문제만큼은 어른들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자주 가던 동네 도서관의 관장님 권유로 대전 서구 구정 참여단에 들어가 등하굣길 도로 신호등 설치를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아동총회에 참가해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게 시작이었다.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 꿈꾸는 아이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아동총회는 2004년부터 여름에 2박 3일 동안 열리는 행사다. 2002년 유엔아동특별총회에서 의결한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 실현을 목표로 매년 선정 주제에 대한 정책 결의문을 내놓는다. 17개 시·도 대표, 의장단 등 초·중·고생 110여 명이 토론을 통해 직접 작성한 결의문은 복지부, 국회에 전달된다.

소원이가 대전 대표로 참여한 2024년 아동총회 주제는 '더워지는 지구 멀어지는 아동의 일상,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나요?'였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어린이들이 폭염, 물 부족, 가뭄 등으로 살기 어려워질 것 같다는 평소 생각을 아동총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눴다.

마음껏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아동총회가 좋았던 소원이는 2025년엔 주제를 정하는 의장단을 맡았다. 초등학생 7명, 중고생 7명으로 구성된 의장단 선출 투표에서 "아동들이 불편한 점을 조금 더 말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소원이를 친구들이 지지해줬다.

소원이가 의장단으로 참여한 2025년 아동총회는 '모든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행복한 그날까지, 아동권리 업데이트'로 주제를 정했다. 디지털 범죄에 노출된 아동 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소원이만 해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로블록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플랫폼에서 이유 없이 욕설을 듣고 상처 받는 친구를 여럿 봤다.

"수학여행 추억, 어린이도 하고 싶어요"

어른들이 아이 동의 없이 올리는 SNS 콘텐츠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어린이의 사생활도 어른처럼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가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아동을 SNS에 올릴 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팝업창이 보이게 해주세요"라는 조항으로 2025년 아동총회 결의문에 담겼다.

소원이와 어린이들이 스스로 권리를 외친 결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생겼다. 얼마 전 학교 근처 도로에 신호등이 생겼고 체벌 금지, 모든 학교 금연구역 지정, 교내 놀이시설 안전검사 실시 등 일부 아동총회 결의문은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소원이는 수학여행 여부를 결정할 때도 어린이의 의견이 더 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른들은 학창 시절 즐거웠던 추억 얘기를 아주 많이 하지만 우리는 책상 앞에서 공부했던 기억만 날 것 같아요. 어린이도 좋은 추억을 떠올리면서 살 권리가 있으니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대전=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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