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30년 IMF맨'…"오일쇼크보다 지금이 더 위험"
2026.05.05 17:52
약 30년간 국제통화기금(IMF)과 민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지난 3월 퇴직한 이재우 전 IMF 조사부 부국장(사진)은 최근 워싱턴DC에서 한국경제신문 등과 만나 이번 전쟁의 여파에 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과거 오일쇼크 때는 산유국이 유가 상승으로 수혜를 봤고, 늘어난 이익으로 다른 나라에 돈을 빌려주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국제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데 기여했다”며 “지금은 산유국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나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국장은 올해 내내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이란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양측이 타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각종 정책과 ‘페트로달러’ 체제의 위기가 달러 위상을 약화할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지고, 안보 분야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달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지만 기축통화 역할을 대체할 다른 통화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부국장은 “유로화는 유로존 국가 간 재정 통합이 되지 않은 한계가 있고, 위안화는 중국 자본시장 자유화가 이뤄지고 나서야 기축통화 지위를 넘볼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내 달러가 기축통화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역적자 완화를 위해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희생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이 전 부국장은 “달러를 푸는 대가로 상품을 받지 않고 해당 국가의 자산을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미국이 한국 상품을 수입하는 대신 한국 내 부동산이나 한국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한미 양국 간 정책금리 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환율을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인은 국제 자본시장의 흐름”이라며 국가 간 금리 차가 환율로 보정된다는 ‘이자율 평형’ 이론이 실증 연구에서 입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 한국은행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부국장은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낸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직위에 이른 한국인이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어바인에서 조교수로 일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IMF에 합류했다. 스리랑카 등에 IMF 대표단장으로 파견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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