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다산칼럼] '알 수 없는 위험' 사모대출의 경고

2026.05.06 00:09

2008년 금융위기 후 사모대출 급증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비상벨
AI 확산, SW기업 의구심 촉발

투자자도 잘 모르는 대출계약
韓 금융사 투자금만 수십조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사모대출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브랜드그룹과 자동차 금융 기업 트라이컬러가 작년 9월 연이어 파산 신청을 했다. 트라이컬러 파산으로 1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바퀴벌레 한 마리를 봤다면 아마 주변에 더 있을 것”이라는 말로 사모대출 시장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사모대출은 비은행 금융회사가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대출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사모대출 규모는 2014년 6000억달러에서 2024년 약 2조1500억달러로 10년 만에 네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의 은행 대출이 급감했고, 블랙스톤·아폴로·아레스 같은 대형 사모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기업에 직접 빌려주는 방식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차입자와 대출자가 직접 협상을 통해 담보 조건, 만기 구조, 상환 방식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사모대출은 담보로 제공할 유형자산은 부족하지만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에는 사실상 유일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장기 저금리 환경 속에서 수익률을 찾던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신디케이트론보다 1.5~3.0%포인트 높은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사모대출에 몰려들게 된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다이먼 회장의 표현과 같이 ‘바퀴벌레’들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은 반복 매출과 높은 고객 유지율을 앞세워 2025년 말 기준 전체 직접 대출의 약 19%를 차지하며 사모대출 시장의 최우량 차입자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런데 AI의 급속한 확산이 이들의 사업 모델 자체를 잠식하면서 대출 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촉발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채 중간값은 연간 수익의 8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절반은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 여기에 사모대출 특유의 구조적 불투명성이 더해진다. 사모대출 계약은 투자자에게 명확히 공개되지 않고, 대출자산 가치는 공개 시장이 아니라 운용사의 내부 모델로 산정하는 것이 관례다. ‘미지의 위험’이라는 영국 상원 보고서의 제목이 지적했듯 사모대출의 불투명성은 심각하다. 이는 자산 가치와 상환 능력을 적절히 평가해 투자자에게 알릴 동기가 구조적으로 약한 데서 기인한다. 시장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투자자의 대규모 환매 요구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런 불안은 이미 현실화됐다. 아레스·아폴로·블랙록은 올해 1분기 각각 11.6%, 11.2%, 9.3%의 환매 요청이 몰리자 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분기당 5% 상한을 적용해 환매를 제한했다. 테크 분야에 집중한 블루아울은 일부 펀드에서 15% 이상 환매를 허용했지만 투자자 이탈을 막지 못했고, 다른 펀드는 환매를 전면 중단했다. 투자자들이 대출자산의 가치가 과대 계상됐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금융권 역시 사모대출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왔다. 주요 12개 증권사의 해외 사모대출펀드 판매잔액은 2025년 말 17조원에 이르고, 보험권 투자액은 약 28조~29조원, 연기금·공제회의 추정 보유액은 26조원에 달한다.

우리 금융시장을 지키려면 지금 당장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업권을 아우르는 사모대출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현재 증권사·보험사·연기금의 투자 규모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집계돼 감독당국조차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건별 자산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시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유동성 제약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사례가 없도록 판매 행위를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넷째, 금융위원회가 보유한 40조원 규모의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 프로그램 등 시장 안전망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지금 당장 위기가 아니다’는 말은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발견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더 있는지 아직 모른다. 알 수 없는 위험을 알 수 있는 위험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국제 통화 기금의 다른 소식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2시간 전
노태우-YS-DJ 정부서 중용… 이홍구 前총리 별세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4시간 전
"고유가 대응 위한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만 부른다"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4시간 전
“양극화 심화 분석기사들 눈길… 핵심 어젠다로 지속 보도를”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5시간 전
아시아에 빠르게 번지는 ‘호르무즈 쇼크’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6시간 전
노태우·YS·DJ 정부서 요직, 이홍구 前 국무총리 별세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7시간 전
[사설] 한국 선박 덮친 호르무즈, 에너지·안보 비상체제로 가야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7시간 전
[한경에세이] 두려움을 잃지 않는 것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7시간 전
[사설] 韓선박 폭발에 “작전 참여 때 됐다”며 압박 나선 트럼프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7시간 전
[소날 데사이의 마켓 나우] 이란전쟁과 높아지는 금리 상승 압력
국제 통화 기금
국제 통화 기금
7시간 전
李대통령, 적극적 재정정책 강조…'IMF, 韓 국가 부채비율 주요 20개국 보다 크게 낮아' 기사 공유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