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 국가에 수용당한다고? 미리 알아둬야 할 구제 절차
2026.05.05 17:01
● 공익사업 위한 국가·지자체의 개인 토지수용 인정
● 토지소유자에겐 재산 가치에 따른 정당한 보상 지급
● 분쟁 발생 대부분은 손실보상에 관한 이견 때문
●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 등으로 권리구제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재산제를 보장하고 있다. 그 결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국토개발과 관련된 정책을 시행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자 할 때 항상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국방·군사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땅이 필요한데 땅 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한다. 도로, 공항, 항만, 상·하수도, 가스관로 등의 설치를 위해 토지수용이 필수적인데 해당 토지소유자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한다. 문화·보건·체육시설, 학교, 도서관, 박물관이 들어설 부지를 확보하려고 하는데 팔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공공사업을 과연 시행할 수 있을까. 국가나 지자체가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는 사유재산제를 보장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매도 의사가 없는 토지소유자를 설득해 국가나 지자체가 그 토지를 확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감당할 수 없는 웃돈까지 지불하면서 매수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 위한 ‘토지보상법’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은 사유재산제도 보장의 기조 아래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의 구체적 재산권의 자유로운 이용·수익·처분을 보장하면서도,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은 헌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국토의 효율적 개발과 공익사업 시행 등 공공의 필요에 의한 공용수용을 통해 필요한 토지를 확보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여기서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유재산을 아무런 근거 없이 함부로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을까. 토지소유자 개인 입장에서 볼 때 평생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집을 짓고 생활하던 땅과 건물의 소유권이 하루아침에 국가나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을 용인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공권력적·강제적 박탈을 의미하는 공용수용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명시된 대로 국민의 재산권을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라도 취득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을 것, 수용과 그에 대한 보상은 모두 법률에 의거할 것, 그리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것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여기서 정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피수용 재산의 객관적인 재산 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완전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보상금액뿐만 아니라 보상의 시기·방법 및 절차까지도 정당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0. 6. 25. 선고 89헌마107 판결).
즉 국가나 지자체는 공공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토지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토지를 수용당해 토지소유권을 상실하는 기존 토지소유자에겐 그 객관적 재산 가치를 정확히 산정해 완전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법률로 구체화한 것이 바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다. 약칭하여 ‘토지보상법’이라고 한다. 토지보상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통한 공공복리 증진과 더불어 개인 재산권의 적정한 보호를 도모해 양자 간 이익 균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토지수용 상황이면 권리구제 절차 숙지해야
공익사업 목적으로 부득이 토지를 수용당해 토지소유권을 상실할 처지에 놓인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토지수용으로 발생하는 분쟁의 유형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만족스럽지 못한 보상금을 수령했다면 적정하고도 완전한 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안내하고자 한다.먼저 토지수용 절차를 개괄적이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지자체 등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선 공익사업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사업 인정을 받게 되면 관보에 고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지조서와 물건조서가 작성되고 보상계획 공고·열람 과정을 거쳐 감정평가를 통해 보상액이 산정되면 토지소유자와 관계인 사이에 협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때 당사자 사이에 손실보상 협의가 무난히 이뤄진다면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토지소유권을 이전함과 동시에 보상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 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다.
그런데 토지수용 절차에서 대부분의 분쟁은 보상금이 산정돼 당사자 사이에 손실보상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는 시점에 발생한다.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 보상금이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서 현저히 부당하게 평가, 반영됐다고 주장하는 경우엔 대부분 협의가 성립되기 어렵다.
이처럼 손실보상 협의가 불성립한 경우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 신청을 하게 되고 그 절차가 개시된다. 이후 수용재결이 이뤄지면 사업시행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재결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때 토지소유자가 보상금 액수에 대한 불만으로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면 보상금을 공탁할 수 있다.
토지소유자가 위와 같은 수용재결에 따른 보상금조차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그 불복 수단으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거나, 곧바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을 신청하고, 이의재결 결과에도 불복하는 경우 비로소 마지막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와 같이 보상금 액수에 대해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 등 여러 가지 불복 수단을 마련해 실질적으로 다툴 수 있는 구체적인 구제 절차를 토지보상법에 규정함으로써 토지수용으로 인해 토지를 상실하는 토지소유자의 충분한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토지가 현재 수용당할 상황에 놓인 토지소유자라면 반드시 권리구제 절차를 대략적이라도 알아둬야 한다.
토지소유권 이외 재산권 침해 사례도 발생
한편 토지소유자가 아니더라도 토지수용으로 재산권을 상실하는 사례도 다양하다. 수용 대상 토지에 과수나 그 밖의 관상수를 식재해 소유하고 있는 경우, 수용 대상 토지에 분묘를 개장한 경우, 수용 대상 토지를 임차해 영업을 하거나 농지를 경작하는 경우, 수용 대상 토지 위에 있는 지장물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침해되는 재산에 대해 영업보상, 영농 보상, 분묘이장비, 이주 대책 수립 등의 명목으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물론 정확한 보상금 산정을 위해 각 재산권에 대한 감정평가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되고, 불복절차 구제 수단도 보장하고 있다.필자는 몇 해 전 수도권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특이하게도 영업보상을 전혀 받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의 사건을 맡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보통의 경우 영업보상금이 현저히 낮게 평가됐음을 다투는 사건이 일반적인데, 해당 사건은 영업보상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경우였다. 당시 영업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던 것인데, 3년 남짓 되는 장기간의 소송 끝에 결국 영업행위를 인정받아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사건을 간단히 소개하면, 의뢰인은 수용 대상 토지 일부를 임차해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초 등을 재배해 시중에 판매하는 영업을 수년간 계속해 왔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영업보상 대상에서 누락됐다. 아마도 토지조사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어찌 됐건 이미 보상 대상에서 누락된 마당에 임의로 영업보상을 받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고, 결과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는 방법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당시 매출 내역, 카드 매출 전표, 통신 기록, 위성사진, 관련자 증언 등을 통해 힘들게 영업 사실을 입증해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와 같이 영업보상을 비롯해 각종 보상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반드시 행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미리 채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의 경우 등기부라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나, 토지 보상 외의 보상에서는 결국 보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그러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토지수용과 관련해 토지소유자와 그 밖의 재산권을 지닌 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은 지속적으로 수반되는 과제다. 공익 목적을 위해 부득이하게 토지를 수용할 필요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헌법과 관계 법령에 따라 재산권을 상실하는 자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 법은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이라는 다양한 단계의 불복 구제 절차 수단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를 숙지하고 잘 활용한다면 억울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정당하고도 완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1978년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 現 HS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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