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고수들의 마지막 승부… 원 구성 합의 안되면 독식 암시
2026.05.05 18:51
제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조정식(6선)·김태년(5선)·박지원(5선) 의원은 국회 내에서도 알아주는 ‘정치 고단수’로 손꼽힌다. 후반기 국회의장은 이재명정부 집권 중반기까지 국회를 이끌며 정책 카운터파트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사상 최초로 민주당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돼 동료 의원 표심과 당심도 동시에 사로잡아야 한다. 국민일보는 5일 각 후보에게 국회 운영과 개헌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先합의·後강행’ 상임위 독식 공감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후보 3인은 ‘선(先) 합의 시도, 후(後) 원 구성 강행’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후보는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후반기 국회가 운영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협치가 어렵다면 국익과 국민을 위해 책임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보수 진영은 미국식 법·제도를 선호하는데, 미 의회는 한 석만 많아도 원내 제1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는다”고 말했다.
조 후보도 “원 구성 협상이 민생과 국정과제를 발목 잡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 충분히 협의하되 협상의 마지노선을 제시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체 않고 6월 내 원 구성, 12월 내 국정과제 법안 100%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인 건 김 후보다. 김 후보는 “최대한 빨리, 신속 구성이 원칙”이라며 “합의 불발을 이유로 국회를 세워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민주당은 전석 확보라는 결단을 내려봤다. 중동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피해가 막심한 지금도 코로나와 유사한 위기상황”이라며 협상 불발 시 민주당 위주의 원 구성 강행을 예고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개헌 즉각 추진
세 후보는 개헌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방식에 대해선 각자 전략을 제시했다. 조 후보는 단계적 속도형, 김 후보는 숙의 합의형, 박 후보는 정치력 중심 돌파형으로 분류됐다.
조 후보는 “7일까지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후반기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 동력을 강력히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적 합의가 끝난 사안에 대한 개헌을 재추진하고 내년쯤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권력 구조 개편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야당 참여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개헌은 전국 선거와 분리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선거와 결합하는 순간 개헌은 선거 전략으로 소비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큰 과제조차 정쟁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선거 유불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충분히 논의할 공간이 생길 것”이라며 “오로지 국민 뜻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를 거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다음 총선과 함께 권력 구조 개편 등 쟁점을 담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국회의 숙원이었던 감사원 국회 이관과 국회부의장을 현행 2인에서 3인으로 증원하는 내용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은 ‘조정자’, 마지막 도전
조정자와 중립 의무를 동시에 요구받는 국회의장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묻자 후보들은 조정자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후보는 “조정 없는 중립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의장의 역할은 국회를 멈추지 않게 하는 책임 있는 조정자”라며 “조정의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국회가 늦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본회의 직회부로 처리된 노란봉투법 사례에 대해서도 “충분한 심사 기회가 있었음에도 시간만 붙잡아 두는 상황이라면 의장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박 후보는 본회의 상정 기준에 대해 “합의가 안 될 때는 다수의 원칙을 적용해야겠지만 원내대표 간 원활한 소통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칭 ‘국회운영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슬로우’로 변해버린 현행 패스트트랙 제도,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의 본회의 부의 절차 등 국회 운영 전반에 관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극한 대치 상황일수록 중요한 건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책임 있게 결론을 내는 것”이라면서 “국민 삶과 직결된 사안은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반장 뽑는데 엄마가 투표? 아니다”
일각에선 국회의장(반장) 선거에 당원(엄마)이 투표권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당원의 뜻이 함께 반영되는 만큼 결과의 정당성과 대표성이 더욱 커지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시절 온라인 입당 허용, 안심번호 도입으로 당원 참여를 대폭 확대한 게 바로 나”라며 “당원의 참여로 국회를 더 민감하고 책임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공당의 의사결정에 당의 주인인 당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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