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주주들 “파업으로 손실 땐 노조원 전원 상대로 법적조치”
2026.05.05 13:31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달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5일 임직원들에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 의장은 작년 3월 선임 이후 사내외 상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와 주주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는 판단하에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외 증권가는 파업 리스크로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고, 주주 단체도 파업 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파업 땐 국가 경제 타격
신 의장은 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근의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서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고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나눠 달라고 요구하며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에 달한다. 노조 측은 파업 시 생산 차질 규모를 20조~30조원으로 자체 추산했다.
문제는 삼성전자 파업이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넘어 시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고객이 원하는 때 적시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으로 인해 제때 물량이 공급되지 못하면 삼성전자를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의장은 “개발 및 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으로 인해 법인세와 지방세 등 세수가 줄어들고, 주주 가치와 협력사 매출, 지역 고용에도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수출 둔화, 원화 약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의장은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백억달러의 수출과 수십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신 의장은 교섭 중단을 선언한 노조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건설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저도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증권가·주주도 촉각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는 실제로 증권가의 실적 전망 하향과 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4일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2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74조원에서 72조5000억원으로 약 2%, 영업이익률은 71.9%에서 67.4%로 4.5%포인트 낮췄다. 노사 갈등에 따른 잠재적 수익성 약화 가능성이 2분기부터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0%, 11% 하향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영업이익의 10% 수준이 충당금으로 쌓이면서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는 노조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파업으로 회사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파업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사측이 영업이익 기반 일률 성과급 계약을 맺으면 배당권을 침해한 사측에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생산 중단 예고와 비상식적인 성과급 독점 요구는 국가 경제의 근간과 자본주의 시장 경제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업의 성과가 선순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배분 방법을 공론화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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