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크레바스’ 없앤다지만…지속가능한 모델 설계가 핵심 [속도 내는 기본대출]
2026.05.05 17:41
시중銀 가계 소액대출 금리 6.03%
저축銀은 평균 15.67%로 격차 커
고신용자가 신용대출의 45% 차지
무너진 2금융권 생태계 복원하고
한계 차주는 복지·재정으로 지원을
연구원은 1940만 명가량의 대출 이용자(2019년 말 기준)를 대상으로 연 2.8%로 1000만 원까지 기본대출을 한다고 가정하면 194조 원의 여신이 나갈 것으로 봤다. 정부가 이자 부담 등으로 써야 할 돈은 연 776억 원으로 나왔다. 이를 19세 이상 신용평가 대상자(4291만 명)로 확대하면 각각 대출 318조 9000억 원에 정부 부담은 매년 1조 1479억 원으로 커진다. 기본대출 금리를 3.25%로 하면 대출은 103조~155조 원, 정부 비용은 최대 620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추진하는 기본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30%를 대상으로 해 보다 타깃화돼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일 “전 국민에게 다 해준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부 한정한다면 기본대출은 가능한 이야기”라며 “현재 소득 기준, 자금 용도별로 구분되는 여러 정책금융 상품을 기본대출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수많은 정책 노력에도 금리와 대출 공백 구간인 ‘크레바스’가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3월 가계 소액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6.03%다. 2금융인 저축은행은 15.67%에 달한다. 서민들이 많이 쓰는 신용카드사의 카드론은 KB국민 13.45%, 신한 13.81%, 삼성 14.31%, 현대 13.45% 등이다. 이는 전체 평균으로 신용점수 700점 이하로 좁히면 16~18% 안팎이다. 은행에서 한 자릿수 금리로 대출을 받지 못하면 갑자기 금리가 10%대 중후반으로 튀어오른다.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 거래 가능 고객과 2금융권 이용 손님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 경계 구간에 존재하는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곧바로 2금융권으로 넘어가야 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장 많은 대출 고객이 있는 허리춤이 방치돼 있다며 이를 가운데가 뚫려 있는 ‘커다란 도넛’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의 44.8%는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차지했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16.6%에서 16.2%로 낮아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 기준으로 10% 안팎 수준에서 금리와 대출 절벽, 즉 크레바스가 존재한다”며 “신용평가 체계와 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저신용자 대출은 경기 둔화 시 한 번에 부실화하는 경향이 높다.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9조 4000억 원을 서민금융안정기금에 출연해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경우 약 3조 4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서금원의 판단이다.
기본대출도 정부 부담이 불가피하다. 향후 연체가 늘어나면 운영 주체의 부담 역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21년 기본대출에 대해 “막대한 소요 재원에 부채를 더 늘려 상환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을 충분히 수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이나 대안 신용 정보 활용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영업을 허용한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업체가 되레 주택담보대출에 매달리는 것이 그 방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의 역할을 지금보다 늘리되 금융 생태계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개인과 기업이 2금융을, 고금리 부담이 불가능한 서민은 상호금융권을 이용하는 형태다. 하지만 전 국민이 낮은 금리로 은행을 쓰기 원하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은행에 쏠리다 보니 생태계가 무너졌다. 고객을 잃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든 이유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대형 은행들이 주담대를 하지 않는다”며 “지방소멸과 함께 지방은행도 무너지고 있어 전체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은행이 대부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규제 완화도 절실하다. 국제 업무를 하지 않는 저축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대신 새 지표를 적용하거나 대출의 성격에 따라 자본 규제를 달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한계 상황에 몰린 이들은 복지와 재정으로 지원하고 대출 시에는 재기를 염두에 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출 크레바스=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취급 고객 단절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금리가 한 자릿수에서 10%대 중후반으로 급등하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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