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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 영상기자들이 본 '춘추관 시대' 100일은?

2026.05.05 13:18

한국영상기자협회, 청와대 출입 영상기자 간담회…KTV 생중계 시대에 영상기자들 평가는
“기록은 홍보와 다르다”… 제2의 바이든-날리면 사태 막기 위한 권력 감시 필요성
유튜버 등 영상 무단사용에 적극 대처 요구…청와대 춘추관 “방미통위 등 협조 얻어 공동 대응”
공식 브리핑서 호칭 문제 “우린 ‘카메라’ 아닌 ‘영상기자’”…청와대 대변인실 “언어 유의하겠다”
▲ 청와대 본관 앞에 게양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이 지난해 12월 청와대로 이전하면서 출입기자들도 다시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내란으로 끝나며 '불통 정부'로 기록된 윤석열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KTV)을 통해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청와대 브리핑과 기자들과 질의응답 등을 생중계하면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정부의 투명성이 높아지지만 한편으로는 KTV와 다른 관점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영상기자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출입기자에만 적용되는 엠바고·비보도 등 제재를 어떻게 협의해갈지도 청와대와 출입기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격월로 발행하는 '영상기자' 4월24일자(161호) <다시 열린 '춘추관 시대' 100일, 대통령 영상취재 현장의 명과 암>은 최연송 영상기자협회장의 사회로 6명의 청와대 영상취재단 기자들의 간담회 내용을 실었다. 현재 청와대 영상기자단은 KBS, MBC, SBS, YTN, OBS, MBN 등 6개 방송사가 1풀단, 연합뉴스TV, JTBC, TV조선, 채널A, 아리랑TV 등 5개 방송사가 2풀단을 꾸려 대통령 공개일정을 풀취재하고 있다. KTV는 이번 정부 들어 풀단에서 빠졌다.

KTV 생중계 시대, 영상기자의 과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영상을 KTV를 통해 전면 개방하고 있는데 이는 영상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김우성 아리랑TV 기자는 "KTV를 통해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내용이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언론사마다 어떻게 자기 색깔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고민이 시작됐다"며 "청와대가 우리 쪽에 숙제를 던져준 셈"이라고 했다. 청와대 출입 매체가 아니라도 대통령 영상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영상 촬영용 카메라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사진=Getty Images bank
방송사 영상기자들보다는 KTV가 중심에 놓이기 시작했다. 조성진 OBS 기자는 "영상기자들은 이 정책 시행에 앞서 대통령의 활동을 전 국민에게 더 널리 개방하는 것은 좋으나 방송사들이 다수 영상기자를 파견해 막대한 비용과 장비를 투입해 운영해온 기존 풀취재 시스템에서 KTV와 영상을 계속 공유하면 기존 방송사들의 저작권이 침해당하는 문제가 있으니 보도지원담당자들에게 이를 보완할 방법을 상의할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정책은 그대로 시행됐다"고 했다. 이일환 연합뉴스TV 기자는 "과거 KTV가 풀단 소속으로 함께 취재했는데 지금은 전체 취재 인원의 반을 KTV가 고정적으로 차지하다보니 풀단 취재진이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줄어 다양한 취재를 할수 없게 됐다"고 했다.

'바이든-날리면' 당시 KTV만 현장에 있었다면?

영상기자의 필요성, 권력감시의 중요성
영상기자들은 현 정부의 정책을 존중하고,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유튜브와 SNS 등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KTV 영상제공과 기자들의 취재는 별개란 점을 강조했다. 이일환 기자는 "영상을 기록하는 것과 홍보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며 "영상기자는 정권을 감시하고 역사와 현장을 기록하는 언론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주변 상황을 정리해 영상에 담는다"고 말했다. 김우성 기자는 "만약 윤석열 정부에서 KTV나 전속이 대통령의 활동을 독점촬영해 제공한 영상만을 제공받아 보도해야 했다면 '바이든 날리면' 같은 영상을 우리가 뉴스에서 볼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느 정부에서도 KTV와 전속이 대통령의 영상 서비스를 독점한다면 정부와 불편한 영상들은 언제든지 그 제공이 멈출 수 있다"고 했다.

▲ 나준영 MBC 영상기자가 동료들로부터 받은 '바이든 날리면' 영상 원본 메모리카드. 사진=장슬기 기자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10월 최연송 협회장과 나준영 기자를 인터뷰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영상기자들이 '바이든 날리면' 영상 원본 메모리카드를 숨겨놓고 있던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비보도를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당시 대통령이 비속어를 쓰지 않았으며 해당 영상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했기에 기자들은 압수수색 등을 피하기 위해 원본 영상을 숨겼던 것이다. 영상기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당사자인 MBC 소속 나 기자에게 해당 메모리카드를 건넸다.

[관련기사 : 대통령실 영상기자들, '바이든·날리면' 원본 숨겨놨었다]

영상기자 취재 영역이 줄어드는 문제
영상기자들의 취재 영역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준영 기자는 "역대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취재공개를 안 한 적이 없는데 ENG카메라가 민생현장 방문 시 경호 차원에서 부담이 된다면 소형카메라를 들고 가겠다고 공보담당자들에게 기자단의 뜻을 전했는데도 대통령 활동의 여러 현장이 영상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나 기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 임명장 수여식은 영상기자와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김건희씨가 최초로 영상기록으로 등장했고 이후 김씨 관련 여러 정치적 문제들이 부상되고 보도될 때마다 그 영상들은 검증보도에 비중있게 쓰여 왔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이 시민을 만나는 현장을 청와대가 엠바고·비공개하는 것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주현 JTBC 기자는 "이 대통령이 진주시장에 갔을 때도 전속 공개였는데 인터넷 매체에서 사진을 찍어 바로 보도했다"며 "청와대는 출입기자가 아니다 보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결국 엠바고를 지킨 우리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나 기자도 "엠바고, 비공개 행사를 보도하면 기자단은 출입정지부터 기자단 영상 사용 금지 등 엄청난 벌칙이 가해지는데 기자단에 비공개라고 공지된 민생 현장을 자유롭게 취재하는 언론사나 유튜버들에 대해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출입기자단 외 매체나 유튜버에 대한 기본적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만 불합리한 제재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 청와대 춘추관 건물 모습. 사진=대통령기록관
청와대 춘추관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에 "국민주권 정부는 '열린 경호'를 원칙으로 영상기자들의 원활한 취재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경호처와 영상기자단 간 회의를 개최하는 등 노력을 해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열린 경호와 영상기자의 원활한 취재를 더욱 조화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영상 무분별 캡처·불법 이용 대처 문제
영상기자들이 찍은 영상을 무분별하게 캡처하거나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유튜버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유튜버가 영상기자가 풀취재한 영상을 사전 양해 없이 쇼츠를 만들어 올렸다. 영상기자들이 힘들게 취재한 영상을 일부 유튜버들은 쉽게 가져다가 구독자를 모으고 수익을 올리는 문제다. 이주현 기자는 "언론은 장비와 비용을 투입해 뉴스를 생산하는데 법을 지키는 언론만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적하면 영상을 내리거나 구두 사과를 하면 끝나는 수준으로 넘어가는데 청와대도 정식 경로를 통해 영상을 받지 않고 사용하는 콘텐츠는 불법 영상으로 간주하고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일환 기자는 "영상 무단도용에 대한 춘추관의 대처 방법이 다른데 윤석열 정권 시절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대통령실 차원에서 직접 전화해서 영상을 내려달라고 한다든지, 풀단에 변호사를 소개해 법적 조언을 해주는 등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대처했다"며 "지금 춘추관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고 기자들 의견 수렴이 아예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 춘추관은 "지난 2월20일 KTV가 업로드한 '육·해·공 3군사관학교 통합임관식 생중계 영상' 두 개가 사흘 만에 297개의 파급영상으로 재탄생하는 등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큰 상황임을 감안할 때 청와대 출입 영상기자들의 영상이 불법이용될 가능성도 커졌을 것"이라며 "불법 이용에 대해서는 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공동으로 대처해나가야할 사안"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소통, 잘하고 있을까
출입기자들은 청와대가 기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기자는 "KTV로 전 국민이 대통령 활동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건 시대방향에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기존 언론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투명하게 현장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보여준 모습은 많은 영상기자에게 빠른 변화를 '그냥 받아들이고 수용하라'는 강요로 느껴져 아쉽고 시스템 변화에 대해 기자들과 소통이 없었다"고 했다. 김우성 기자는 "청와대 입장에선 성공적으로 결과물을 냈기 때문에 굳이 대화를 안해도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KTV와 전속의 영상을 편집해 유통된 유튜버들의 생산물들이 정권에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춘추관은 "홍보소통수석실은 용산 시절은 물론 청와대 복귀 이후에도 영상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부족함이 있다면 더 자주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 사진=gettyimagesbank
영상기자들 '사물화' 논란

청와대 대변인실 "유의하겠다"
영상기자들에 대한 호칭도 문제가 됐다. 김정원 YTN 기자는 "일반인들이 영상기자들 도구상징의 관점에서 '카메라'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청와대만큼은 '영상기자'라고 지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식 브리핑 또는 카톡메시지로 '카메라 없이', '카메라 나가면' 또는 '카메라 끄고' 등 영상기자를 사물화해 일컫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영상기자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실은 5일 미디어오늘에 "영상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언어 사용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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