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숟가락 얹기’라 말하기 전에 [뉴스룸에서]
2026.05.05 05:02
노현웅 | 경제산업부장
“지난 1분기 57조2천억원 영업이익은 저도 깜짝 놀란 수치였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 있을까요?”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뒤 지난 4월8일 한 임원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다. 전망치 속에만 존재하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이 눈앞의 성적표로 나오자, 예견된 갈등을 앞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야 지지고 볶는 다툼이 일상이겠지만, 갑자기 복권에 당첨된 집안도 평안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예상대로 이후 한달여 삼성전자의 이익분배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 사회가 그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익 규모 덕분에 직원 한 사람당 최소 수억원대 성과급 책정이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노사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가 된 모양새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회사 울타리를 넘어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등의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다양한 논의에 대해 ‘이기심의 발로’ ‘숟가락 얹기’ 같은 딱지를 붙이지는 말자. 저마다의 주장엔 일면의 진실이 숨어 있고, 각자의 관점과 처지에서 나온 요구를 최대한 조율해 최대공약수를 내는 게 지금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돌리자는 노조의 주장은 한편 타당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한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노동자들이다. 미세공정을 세밀하게 조정해 수율을 끌어올리고, 뒤처졌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은 것은 삼성전자 노동자의 노력을 빼놓곤 설명하기 어렵다. 반도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합당한 성과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노조 쪽 주장 역시 상식에 부합한다.
다만 노조가 놓친 몇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협력·하청 업체 노동자들과의 상생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도체 생산은 다단계로 이뤄진 전후방 공정 협력업체와 협업이 필수다. 또 엄청난 설비와 소재·부품이 동원되는 장치산업이어서, 시설 유지·보수와 위험물 관리에 다수의 하청업체가 함께한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소속 외 노동자’만 3만5천명에 이르는 걸로 추산된다. 반도체 업계에 갑자기 닥친 초과이익이 인공지능 투자 열풍으로 인한 외생변수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이들 하청·협력 업체 노동자들을 빼놓은 성과분배 요구는 과하다.
상생기금 조성, 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초과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과정에 정책 지원이 큰 몫을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국가대표 산업’으로 여겨지며 세제·금융·에너지·부지·규제 등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최대치로 누려왔다. 단적으로 현재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에는 최대 40%의 법인세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기업의 연구개발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율(2%)의 20배에 이른다. 공동체가 함께 치른 비용을 무시하고, 삼성전자 노사가 집안싸움만 벌이게 된다면 국민 입장에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조의 요구에 난처해하는 삼성전자 경영진 입장에도 수긍할 만한 대목이 있다. 우선 반도체 산업 특유의 업황 사이클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구나 삼성전자 안에는 반도체 부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복잡한 사업 부문이 존재한다. 1분기 57조2천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53조7천억원을 쓸어담은 반도체 부문에만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순 없다는 설명을 무시하긴 어렵다.
다만 인공지능발 초과이익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견됐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성과분배안을 미리 고민하지 않은 점은 삼성전자 경영진의 가장 큰 잘못이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 주주환원과 노동자 몫의 이익배분율을 이사회 등에서 미리 논의하고 주주총회에서 공개했다면 지금의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노조를 손가락질하는 일이 아니라, 근거를 갖춘 황금분할의 비율을 찾고 회사 안팎의 설득을 구하는 일이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행일(21일)까지 보름 남짓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삼성 갤럭시s26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