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한병도
한병도
[칼럼] ‘조작기소 특검’ 위헌 논란과 4가지 해법

2026.05.04 14:40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걸 갖는 거야).”

언제 들어도 싱그러운 세계적 팝그룹 아바(ABBA)의 명곡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문득 떠오른 것은 유감이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이다. 40여 일간 진행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후속 조치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지난 3월 국조특위가 출범할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기에 새삼 놀랍지는 않다. 물론 ‘삼권분립 훼손’이니 ‘법치 파괴’니 ‘평등원칙 위반’이니 하는 정치권과 법조계 비판에 일리가 없지 않다. 역대 특검과 달리 정권을 잡은 쪽에서, 그것도 집권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벌써 세 번째 특검을 가동한다는 점에서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렇긴 해도 정치검찰 단죄와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시대정신을 무시할 수 없다. 국조특위를 통해 드러난 진술 회유나 강압수사, 인권침해, 증거 조작, 정권의 수사 개입 의혹 등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문제는 적절성과 공정성이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재수사라는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사법체계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특검에 초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특검 수사의 최대 수혜자가 현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4월 30일 민주당은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했다. (출처:연합) 
법왜곡죄 해당?

법안에 따르면, ‘슈퍼 특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조작기소 특검은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4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종합특검) 소속 검사가 수사하거나 공소유지 중인 사건을 넘겨받을 권한을 가졌다. 수사에 협조하는 피의자의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도 있다. 나아가 사건 이첩을 거부한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업무에서 배제하는 권한도 가졌다. 그야말로 무소불위 특검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소 취소 권한이다. 법안에는 ‘이첩받은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사실상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특검 수사 대상은 12개 사건, 국조특위에서 다룬 7개 사건에 5개 사건을 추가했다. 12건 중 8건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장동 개발 비리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백현동 아파트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비리 ▲성남FC 불법 광고 및 후원 ▲검사 사칭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들과 관련해 배임, 제3자 뇌물,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인데, 법적으로는 퇴임 후 재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특검에서 공소를 취소하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원천무효가 된다. 당연히 재판도 종결된다. 특검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셀프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사건을 조작해 기소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이 받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집권 세력이 권력 분립의 원칙을 어기고 사법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법왜곡죄를 언급하면서 ‘향후 정권이 바뀌거나 여소야대 국면이 되면 조작기소 특검이 반대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경고했다.

특검 수사 결과 활용하되...

그렇다면 특검 취지를 살리면서도 정치적 사법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없을까? 가장 깔끔한 방법은 공소 취소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이다. 즉, 특검이 새로 수사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유지권을 갖되 기존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권은 원래대로 검찰(공소청)이 행사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특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기소 과정에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수사검사 등 관련자들을 기소한다면 그에 대한 공소유지만 하고, 기존 사건, 즉 이미 재판 중인 본안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 권한은 갖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본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게 특검 의견을 반영해 공소유지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 공소청도 이번 기회에 수사권 남용에 대한 기준을 정립해 그에 맞춰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특검이 본안 사건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재판부가 이를 토대로 공소 기각을 검토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 방안 다 특검 수사 결과를 활용하되 기존 사법제도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근원적 해법은 아니지만 일정한 공소 취소 기준을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한겨레, 5월 2일, ‘논썰’). 이를테면 특검이 기소한 사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안에 한해 본안 사건도 공소 취소한다’는 식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검이 본안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권을 갖되 임의로 공소를 취소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수사·기소의 위법성이나 유무죄 판단은 사법부 고유 영역이라는 점에서 재판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근본적 비판을 비켜 갈 수는 없다.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공소를 취소하는 방안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검찰청법 8조).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해 총장에게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또는 취소 검토를 지시하는 건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논란이 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당시 형식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이 항소를 포기했지만, 실제로는 법무부 장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나 담당 검사가 직을 걸고 반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찮다. 정권 차원의 부담도 크다. 장관의 지시는 곧 대통령의 뜻으로 읽히기에 정치적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4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왼쪽)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출처:연합)
사면법 개정

마지막으로, 사면 제도 활용이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특정인에게 형 집행을 면제하는 제도다. 형식적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결정한다. 관건은 사면 요건이다. 특검 수사 대상인 이 대통령 관련 8개 사건은 모두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 단계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2심으로 넘어간 위증교사 사건을 뺀 6건은 1심 재판 중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재임 기간 중 중단된 재판이 재개된다. 특검 수사로 이 대통령이 조작기소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도 후임 대통령이 곧바로 사면할 수는 없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면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미국 사면 제도를 원용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유죄 판결 확정 전에도 사면할 수 있다. 심지어 기소 전 사면도 가능하다. 미국식으로 사면법을 개정하면 이 대통령은 퇴임 직후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물론 후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면법 개정은 또 다른 논란을 빚겠지만, 어차피 다수의 힘으로 결정하는 건 마찬가지다. 더욱이 사면법 개정의 과실은 정치적 목적의 특검과 달리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야당이 무조건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보다 헌법이 행정부에 부여한 사면권을 활용하는 것이 덜 위헌적이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백성의 신뢰를 꼽았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최고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모든 권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비치면, 민심 이반을 부를 수 있다. 이는 내란 종식과는 별개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갖는 건 부적절하다. 자칫 일 잘하는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대통령 자신은 또 얼마나 부담스럽고 국민에게 면구한 일인가?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이해충돌’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 전에 민주당에서 특검의 공소 취소권을 뺀 수정안을 만드는 것이 순리다. 집권여당은 진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한병도의 다른 소식

한병도
한병도
1시간 전
조작기소 특검, 6.3선거 뒤흔드나…野 총공에 與 뒷걸음
한병도
한병도
4시간 전
김경수 '힘있는 해결사' vs 박완수 '지역일꾼'…경남도민 선택은
한병도
한병도
4시간 전
“이재명 셀프 면죄부냐, 사법 정상화냐”…‘용산의 부장들’ 6일 세 번째 방송
한병도
한병도
5시간 전
장성철 "'오빠' 논란? 정청래, 영남 선거에 도움 안돼"[한판승부]
한병도
한병도
7시간 전
與 조작기소 특검법, 지방선거 후 처리 무게 속 野 공세 지속
한병도
한병도
7시간 전
與, “지방선거 망할라” 조작기소 특검법 속도 조절… 野 “선거용 기만 전술” 맹비난
한병도
한병도
18시간 전
한병도 "조작기소 특검, 진실 파헤치는 게 원칙...종합적 판단"
한병도
한병도
18시간 전
한병도 "여론수렴 탄탄히"…與,조작기소 특검법 지선후 처리할듯(종합)
한병도
한병도
2026.01.11
與 원내대표 선거…'한병도·백혜련' 양강 구도 속 결선투표 변수
한병도
한병도
2026.01.09
한병도 "전북·평택 무공천? 고도의 정무감각 필요…지금 말할 때 아냐"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