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트 ‘연기의성’, 왜 스타들이 자진해서 무너질까? [송원섭의 와칭]
2026.05.05 06:00
김의성. 현재 대한민국의 대세 악역 배우. 서울대 경영학과 84학번으로 젊은 시절엔 주로 홍상수 감독의 전속 배우처럼 여겨졌다. 2013년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 역, 2016년 영화 ‘부산행’에서 꼰대 악당,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매국노 이완익 역, 2023년 영화 ‘서울의 봄’의 국방부 장관 역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중년 이후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두 배우가 유튜브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목은 ‘연기의성’. 매회 이야기는 김의성의 사무실에 어쩐지 한가해 보이는 임형준이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초반엔 김의성, 임형준이 그 회차의 게스트와 경쟁적으로 평소의 친분을 과시하죠. 게스트도 좀 지나치다 싶게 예의를 차립니다. 하지만 이런 겸손과 외교적 수사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들 곧 질투, 허영, 탐욕, 과시처럼 감추고 싶은 밑바닥을 드러내며 무너집니다.
촬영 내내 자신이 연기한 한명회처럼 호방한 모습이었던 유지태는 결국 자신의 두쫀쿠(두바이 초코 쿠키)를 김의성과 임형준이 몰래 먹었다는 사실에 폭발하고, 촬영장을 박차고 떠나 버립니다.
왜 스타들이 자진해서 망가지나
“100% 코미디인데 좀 사실적으로 하다 보니 실제 상황인 줄 아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게 살짝 걱정”이라는 게 임형준의 말. 실제로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을 속여 출연료를 안 주려는 악질 감독’ 캐릭터를 너무 진지하게 연기하는 바람에 몇몇 인터넷 매체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형준이가 ‘나 사실 이런 걸 해보고 싶었다’며 얘기를 풀어놓는데 그럴듯하더라고요. 이 드라마 끝나면 한번 해 보자고 했죠.” (김의성)
대본과 설정은 90% 이상 임형준의 역할. 김의성은 게스트 섭외와 애드리브(?) 담당인데 호흡이 잘 맞아 구상에 긴 시간이 필요 없습니다.
실제 경험이 만든 에피소드들
예를 들면 유명 의류 브랜드에서 ‘연예인 DC’라는 이름으로 스타들에게 후한 할인을 제시할 때 무명 배우들도 어떻게든 거기에 끼어 보려고 눈치 보는 이야기, ‘다음 작품은 꼭 같이하자’는 술자리의 빈말, 개런티를 놓고 벌어지는 ‘화장실 밀담’ 같은 것들은 모두 임형준이 실제로 겪어 본 일들입니다.
“평생 한 번쯤 내가 쓴 대본으로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시작은 해 본 것 같아 뿌듯합니다. 계속 반응이 좋으면 시트콤 형태로 발전시켜 보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이걸 발판으로 콘텐트 기획자로 활동해보고 싶어요.” (임형준)
"누구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난처함이 있고, 스타덤에 오른 사람 역시 자신이 정말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내 업적은 오롯이 나의 능력으로 이룬 것인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에 대한 공포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거죠. 연예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런 내면의 싸움을 웃음으로 포장한 것이야말로 ‘연기의성’의 진짜 경쟁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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