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날씬하게 보이려면 가로 줄무늬 옷
2026.05.05 06:04
뒷모습은 세로 줄무늬가 더 나을 때 있어
기온이 올라가면 옷이 얇아져 체형이 두드러지기 쉽다. 이럴 때는 키가 크고 날씬해 보이려고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옷을 찾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로 줄무늬가 들어간 옷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19세기 이래 과학자들이 찾아낸 최적의 패션 공식이다.
대만 국립윈린과학기술대 디자인대학원의 펑리슌(Li-Hsun Peng) 교수와 천쯔위(Tzu-Yu Chen) 연구원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실제 모델로 실험한 결과 가로로 얇게 나뉜 줄무늬가 가장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6일 국제 학술지 ‘아이퍼셉션(i-Perception)’에 발표했다.
가로줄과 여백 너비 1:2가 최적
독일의 과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1821~1894)는 1867년 수평선은 수직선보다 공간이나 사람을 더 길고 가늘게 보이게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른바 ‘헬름홀츠 착시(Helmholtz illusion)’로 알려진 시각적 지각 효과를 실제 모델이 입은 옷으로 증명했다.
먼저 몸에 딱 맞는 반소매 줄무늬 옷을 입은 여성 모델의 사진을 촬영했다. 모델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값)는 20.8로, 대만 여성 평균보다 약간 높은 체형에 해당한다. 모델이 입은 옷은 줄무늬의 방향이 가로와 세로로 나뉘었고, 간격도 각각 달랐다.
세 가지 디자인은 검은 선과 흰 여백의 너비가 각각 1㎝, 2㎝, 5㎝로 같았다. 두 가지는 1㎝ 너비 검은 선과 2㎝ 또는 5㎝ 너비의 흰색 여백으로 이뤄진 펜슬 줄무늬였다. 연필로 선을 그은 것처럼 가는 줄무늬가 반복되는 형태이다.
대학생 241명에게 다양한 줄무늬 상의를 입은 여성 사진을 보여주고 어떻게 보이는지 물었더니 전반적으로 가로 줄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은 모델이 날씬해 보인다고 답했다. 다섯 가지 가로 줄무늬 옷 중 1㎝ 검은 선과 2㎝ 흰색 여백이 있는 옷(1X2h)이 앞모습(56.1%)과 뒷모습(61.2%) 모두 압도적으로 가장 날씬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비율의 펜슬 디자인에서 줄무늬의 방향을 비교했을 때에도 응답자들은 가로 줄무늬가 세로 줄무늬(1X2v)보다 더 날씬하다고 평가했다. 체형을 잘 보정하며,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늘 가로 줄무늬가 세로 줄무늬보다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가 크다는 것은 아니었다. 펭 교수는 “선과 여백 너비가 각각 1㎝로 같다면 뒤에서 볼 때는 세로 줄무늬 옷(1X1V)이 더 날씬하다고 답한 비율이 75.2%였다”며 “시점을 조금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160년 넘은 착시 이론로 설명
가로 줄무늬 옷이 세로 줄무늬 옷보다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원리는 19세기 오펠-쿤트 착시(Oppel-Kundt illusion)에서 비롯됐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요한 요제프 오펠은 1860년 선이나 점으로 채워진 공간이 빈 공간보다 시각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고 언급했으며, 아우구스트 쿤트는 1863년부터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헬름홀츠 착시는 오펠-쿤트 착시를 사각형에 적용한 것이다. 가로선으로 채워진 사각형은 위아래로 공간이 분할돼 보여 실제보다 더 높고 좁게 느껴진다. 반대로 세로선으로 채워진 사각형은 좌우 방향으로 공간이 분할돼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헬름홀츠 착시는 인체라는 입체에도 적용된다. 가로 줄무늬 옷은 수직 방향의 공간을 촘촘히 채움으로써 시각적으로 인체의 높이를 확장하고 폭이 좁아 보이게 한다. 피터 톰슨(Peter Thompson) 영국 요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1년 같은 학술지에 가로 줄무늬 옷이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는 10.7%나 된다고 발표했다. 체중이 60㎏인 성인이라면 6㎏ 이상 감량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당시 요크대 연구진은 마네킹에 옷을 입혀 헬름홀츠 착시 현상의 3차원 버전을 시험했다. 대만 연구진은 실제 모델로 실험해 연구를 더 발전시켰다. 또 이번 연구는 줄무늬 간격에 따라 헬름홀츠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했다. 특히 선과 여백 너비가 같은 등간격 줄무늬라면 세로 방향이 더 날씬해 보일 수 있다는 예외적 상황도 발견했다.
펑 교수는 “디자인 심리학에서 ‘가로 줄무늬 대 세로 줄무늬’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넘어서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며 “신체 이미지를 평가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줄무늬 패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i-Perception(2026), DOI: https://doi.org/10.1177/20416695261441454
i-Perception(2011), DOI: https://doi.org/10.1068/i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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