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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출 폭발’ 美, 결국 韓도 참전하라 닥달 [트럼프 스톡커]

2026.05.05 06:01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09>
유가 상승에 트럼프 궁지...유럽은 ‘원정 주유’
美·베네수 원유 수출은 급증...OPEC도 증산
“호르무즈 제3국 선박 구출 지원” 결국 승부수
이란 협상력 약화 겨냥...기름값은 외려 급등
獨엔 관세·철군 위협...韓파병 벌써 압박 시작
2017년부터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을 이끌고 있는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 엑손모빌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때인 2007년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 자산을 국유화하자 큰 손해를 입고 현지 사업에서 손을 뗐다가 최근 다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의 길을 가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역학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59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고 미국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이 반사 이익을 얻는 등 각국의 이해관계도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시장 불안정성이 너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들의 안전한 항행을 지원하는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공표하며 다시 한번 국면 전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너무 손쉬운 유가 안정 방법인데, 구체적인 효력을 가늠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가는 더 급등하는데 한국 등 동맹에 대한 압박 수위만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관세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이 협조를 거듭 강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미국 휘발유 값 상승에 트럼프 궁지...유럽은 ‘원정 주유’, OPEC은 6월부터 증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휘발유 가격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태에서 백악관의 대응 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일 기준으로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78ℓ)당 4.39달러로 2월 28일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3월부터 전략 비축유 1억 7200만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 선박에 미국 항구 간 운송 독점권을 부여하는 ‘존스법’에 대한 유예 조치를 오는 8월까지 90일 더 연장했다. 연방 의회 등에서는 대응책으로 유류세 폐지나 미국산 원유 수출 금지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재원 문제와 정유 업계 반발 탓에 쉽게 카드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미국 유가가 올해 초나 2020년, 지난해의 어느 시점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여론을 다독였다.

유가의 급등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다. 유럽에서는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에서 주유를 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럽은 북해 등에 유전은 있지만, 탄소중립 전환 시도와 환경 규제 강화로 정유 시설을 줄인 까닭에 항공유 같은 석유 제품은 중동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석유 업계와 전문가들이 이달 말이면 원유와 휘발유, 경유, 항공유 재고가 위태로울 정도로 적은 수준이 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덜란드타임스는 3일 자국의 휘발유 가격이 1ℓ당 2.62유로(약 4500원)로 오르자 벨기에에서 기름통을 채우고 돌아오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에서도 ℓ당 휘발유 가격이 이란 전쟁 이전 1.4유로(약 2420원)에서 현재 1.9유로(약 3300원)로 오르기는 했지만, 네덜란드보다는 싸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2개월간 유류세를 내리기로 한 독일에서 기름을 채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독일의 휘발유 값은 ℓ당 2.1유로(약 3640원)로 네덜란드보다는 싸다. 정작 독일 동부 사람들은 폴란드로 가서 휘발유를 구매하고 있다. 폴란드의 휘발유 값은 ℓ당 6.14즈워티(약 2510원)로 독일보다 한참 낮다.

UAE는 원유 시장이 흔들리는 틈을 타 1일부터 OPEC과 OPEC+를 전격 탈퇴했다. OPEC+는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대체다. UAE는 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산유량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UAE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때부터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불만을 내비치며 증산 의지를 다졌다.

UAE가 빠져나가자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OPEC+의 7개 가입국은 3일 공동 성명을 내고 다음달부터 원유를 하루 18만 8000배럴씩 더 증산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각 하루 6만 2000배럴, 이라크가 2만 6000배럴, 쿠웨이트가 1만 6000배럴, 카자흐스탄이 1만 배럴, 알제리가 6000배럴, 오만 5000배럴 등이다. 3일 선박 추적 업체 탱크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이 가운데 쿠웨이트는 전쟁의 여파로 지난달 한 달 동안 원유를 전혀 수출하지 못했다. 쿠웨이트가 원유를 팔지 못한 것은 1990~1991년 걸프 전쟁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급증...트럼프 “4일부터 호르무즈 제3국 선박 구출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현 글로벌 유가 상승은 중동 전쟁 발발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서 비롯됐다. 현재 이란은 2월 28일 전쟁 발생 직후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내내 통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지난달 13일부터 해상 봉쇄에 돌입했다. 이 해협은 전쟁 이전까지 전 세계 하루 원유 물동량 약 20%가 오가던 곳으로 비산유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미국 경제에 마냥 타격만 주는 것은 아니다. 3일 CNBC에 따르면 전쟁 여파로 미국 원유 수출은 지난달 하루 520만 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발발 전인 2월 하루 390만 배럴보다 약 33%나 증가한 수치다. 전쟁 전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던 아시아 국가 유조선이 대거 미국으로 향하면서 사실상 수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미국산 경질유가 중동산 중질유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95%를 중동산에 의존하다가 미국과 러시아산 등으로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미국 멕시코만을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한 달 전 세 척에서 열세 척으로 늘었다. 4일에는 러시아산 원유가 전쟁 이후 처음 일본에 입항했다.

베네수엘라의 지난달 원유 수출량도 하루 123만 배럴로 미국에 제재를 가한 2018년 말 이후 최대에 달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출 대상 국가별로는 미국이 하루 44만 5000배럴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37만 4000배럴, 유럽이 16만 5000배럴로 그 뒤를 이었다.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선 덕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의 거대 정유사들이 그간 접근하길 꺼렸던 베네수엘라에 직원을 파견하고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쟁 기간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지고 고유가가 정치적 부담으로 부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제3국 선박의 안전을 지원하는 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며 “제한된 수로(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하게 밖으로 내보내 자유롭고 원활하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은 중동 시간으로 4일 오전에 시작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이 인도적 절차가 방해받는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 갇힌 선박은 약 2000척, 선원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AP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날도 벌크선 한 척이 이란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이란 협상력 약화 노렸지만 유가는 급등...韓에도 파병 압박 본격화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일본·한국 등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강요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 카드를 꺼낸 것은 유가 안정을 도모하고 이란의 협상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복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미군 군함이 선박들을 호위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무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인도적 절차’를 부각함으로써 이란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전쟁의 정당성을 미국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군함 파견을 재차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자동차 관세 15%에서 25%로 인상, 주독 미군 5000명 감축 등을 발표하며 독일을 상대로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4일 X에서 “미국 상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성공적으로 통과해 안전히 항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이란의 종전 제안을 거부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이스라엘 공영 칸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제안한 14개항 수정안을 검토했으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협상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을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에 9개항의 종전안을 먼저 제시했고 이란은 이에 14개항의 수정안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향해 부패 등의 혐의로 재판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사면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란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장은 3일 X(옛 트위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질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개입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해협 통제 범위도 대폭 확대했다.

예상대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파병 압박도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해 한국 등 무관한 국가들의 화물선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한국 선사 운용 선박의 폭발 사고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와중에 이란의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선제적으로 단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의 관건은 결국 국제 유가의 하락 안정 여부다. 해방 프로젝트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가 더 올라가자 유가는 외려 급등했다. 이 작전이 쉽게 성사될 것이었다면 미국이 그동안 상황을 방치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과 뉴욕상품거래소의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4일 각각 5.80%, 4.39% 상승한 114.44달러, 106.42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 프로젝트 작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제 유가는 물론 주가, 채권 금리, 금값, 가상화폐 가격도 모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동맹국인 한국은 작전 합류를 종용당하며 관세 인상은 물론 미군 감축·철수 압박까지 받을 불확실성도 함께 안게 됐다. 작전의 실효성에 따라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무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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