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더비’ 152년 만에 여성 조교사가 첫 우승
2026.05.05 00:43
1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 대회 ‘켄터키 더비’가 지난 3일(한국 시각)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 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렸다. 현지에서 압도적인 인기로 ‘경마계의 수퍼볼’이라 불리는 메인 이벤트 1.25마일(2.01㎞) 레이스에서 ‘골든 템포’가 거짓말 같은 막판 질주로 역전 우승했다. 18마리 출전마 중 꼴찌로 달리던 골든 템포는 결승선까지 약 500m를 남기고 마지막 코너에서 가속을 시작하더니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앞서 달리던 모든 말을 제치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언더독(약체)’으로 꼽히던 골든 템포의 역전 우승에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 15만415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세계 경마 관계자의 시선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45세 여성 조교사(調敎師) 셰리 드보(미국)에게 쏠렸다. 골든 템포를 훈련시킨 당사자로 켄터키 더비 역사상 처음 나온 여성 우승 조교사였기 때문이다.
조교사는 1년 내내 말과 함께 생활하며 식단과 컨디션 관리는 물론 경주마가 최적의 상태로 경주에 나설 수 있게 조련하는 일을 한다. 말과 기수가 선수라면 조교사는 감독인 셈이다.
1800년대 중·후반 경마가 스포츠로 자리 잡은 이후 서구에선 ‘보이스 클럽’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였고, 미국도 1930년대까진 여성 조교사는 면허가 제한될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켄터키 더비도 152년간 여성 조교사가 훈련시킨 말은 단 19마리만 출전할 정도였다.
드보에게 “여성 조교사로 처음 우승한 소감이 어떻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드보는 의기양양한 미소와 함께 “이제 더 이상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답했다. 성별과 상관없이 실력으로 우승마를 키워낸 자부심을 느낀다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자신의 성별이 경기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마장은 언제나 거칠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모두 그렇다.”
드보는 켄터키 더비를 준비하면서 후반 스퍼트에 특히 강한 경주마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세밀한 레이스 전략을 세웠다. 이를 기수인 호세 오르티스(푸에르토리코)와 공유하며 차분히 레이스를 지켜봤고, 예상한 대로 레이스가 펼쳐지자 결승선을 약 300m 앞둔 지점부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어렴풋이 떠올렸다고 했다.
미국의 유서 깊은 관광지인 뉴욕주 새러토가가 고향인 드보는 원래 의사를 꿈꾸던 대학생이었다. 어머니의 소개로 집 근처에서 말을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본격적인 의대 심화 과정을 밟을지 고민하던 그는 “유기화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말과 함께 생활하고 싶다”며 경마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향에서 ‘마필 관리원’으로 취업해 경마 관련 일을 배워나갔다. 영어로 ‘핫 워커(hot walker)’인 마필 관리원은 격렬한 경주나 훈련을 마치고 체온이 오른 말을 끌고 다니며 열을 식혀 주는 단순 작업을 반복한다. 이후 ‘훈련 기수’를 거쳐 보조 조교사로 일하며 14년간 실력을 쌓았다.
2018년 자신의 마구간을 꾸려 조교사로 독립할 때만 해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 좋은 혈통의 경주마를 발굴하는 일을 하는 남편이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느냐. 3년만 해보자”고 권유했고, 드보는 “나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남편이 찾아내 믿어줬다”고 했다. 이후 드보는 켄터키 더비 우승까지 각종 경마 대회에서 299승을 이룬 명 조교사로 성장했다.
미국 경마 팬들은 드보의 인생 여정이 우승마 골든 템포의 막판 대역전 레이스와 닮았다며 열광하고 있다. 드보 역시 켄터키 더비가 끝난 뒤 이런 소감을 남겼다. “꿈을 크게 꾸세요. 때로는 경로를 수정해도 괜찮아요. 어디서 시작했든, 당신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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