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가족 품으로 못 돌아온 160명…기약 없는 귀향길
2026.05.04 13:52
호르무즈 내 국내 선박 여전히 발 묶여
‘탈출 돕겠다’는 트럼프 말 신뢰 못 해
‘가정의 달’ 가족과 화상통화로만 위안
중동 전쟁 발발 이후 70일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호르무즈에 갇힌 한국 선원 숫자도 하나둘 줄어 4일 현재 기준 160명이 남았다. 선원들은 코로나19 시절 1년 가까이 배 위에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처럼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것은 처음이다.
바다 위 사정은 점점 나빠진다. 애초 이란의 봉쇄만 풀면 얼마든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은 아니다. 이란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재도 피해야 한다. 이란은 ‘통행료’라는 최후의 수단이라도 있었지만,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말한다.
2일 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일(현지시각) “이란 정권에 어떤 형태로든 자금(통행료)을 지불하거나, (이란 쪽에) 안전보장을 요청하는 미국 또는 여타 국가의 법인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방법은 대가 없이 호르무즈를 빠져나오는 것뿐이다. 물론 쉽지 않다. 전쟁 직후부터 우리 외교 당국이 이란과 물밑 협상에 나섰지만, 두 달째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지난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 통화했다. 조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상황을 언급하고 선박의 안전 통항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측 외교 당국 통화는 이번이 전쟁 이후 세 번째다. 특히 이번 통화는 이란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이 한국과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란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대(對)이란 외교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이란 메흐스통신은 지난달 29일 ‘이란 전쟁 기간 한국 행동에 대한 전략적 검토’라는 제목의 시론을 통해 “이번 위기에서 한국은 미국의 일부 서방 동맹들과 달리 정치적 입장 표명에 국한하지 않고 일련의 실질적 조치를 실행하고 정치적 신호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의 선박들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자국의 선박들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미국에 요청해 왔다”며 “이 작전, 즉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프로젝트)’는 중동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에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란은 즉각 반박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린 직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지원 계획에 대해 휴전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질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개입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트럼프가 그렇게 얘기는 했지만 일단 이란이 실제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명확해야 우리도 통항을 해보든가 말든가 할 수 있다”며 “실제로 (호르무즈를) 나가는 선박들이 좀 있으면, 그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항하는 걸 봐야 할 듯하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어제 통화해 보니 선원들도 지금 대기가 길어지면서 많이 지쳐있다. 그래서 나름 배 안에서라도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며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 딸인데 가정의 달에 배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힘들 거다. (가족과) 화상통화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 생각이 많이 나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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