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으로 주식 투자? 증여세 대상입니다
2026.05.04 00:04
18개월 아기를 키우는 이모(37)씨는 출생 신고 후 자녀 명의 주식 계좌부터 만들었다.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을 종잣돈으로 삼아 투자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증여로 보이지 않도록 수당을 부모 계좌가 아닌 자녀 계좌로 직접 받아야 한다는 주변 조언을 들었다”며 “적어도 은행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자는 목표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시 호황에 자녀 명의 계좌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부모가 늘었다. 주식을 갖고 있는 미성년자 수는 지난해 약 77만 명으로 불과 5년 만에 3배로 불었다(금융투자협회). 특히 부모급여(0~1세 월 50만~100만원)나 아동수당(0~8세 월 10만~13만원) 같은 현금성 정부 지원이 늘면서 이 돈을 투자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녀 명의 계좌로 수당을 받아 투자하면 증여가 아니라는 인식에, 이는 절세 전략으로도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양육’이라는 목적을 벗어날 경우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관련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영옥 기자
A : “부모 계좌든 자녀 계좌든 ‘어떻게 썼느냐’가 더 중요하다. 부모 계좌로 받아 자녀 계좌로 이체하더라도, 양육 목적에 따라 소비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지급여 자체는 비과세 소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돈을 자녀 명의로 투자했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자녀 계좌로 직접 수령했든, 부모 계좌로 받아 자녀에게 이체했든 과세당국의 판단은 같다.”
Q : 자녀 앞으로 나온 수당을 자녀 명의 계좌로 투자하는 것이 왜 증여인가.
A : “과세당국은 부모의 판단을 통해 자녀의 재산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현준 NH농협은행 세무전문위원은 “세법상 증여란 직·간접적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자녀가 스스로 투자할 능력이 없는데도 부모 판단으로 재산 가치를 불렸으니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Q : 그렇다면 부모를 위해 지급되는 부모급여로 투자하면.
A : “양육을 위해 지급되는 것이니, 이를 자녀 계좌에서 투자하면 마찬가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Q : 세뱃돈이나 용돈은.
A : “원칙적으로는 증여 신고 대상이 아니다. 사회 통념상 세뱃돈과 용돈은 아이를 위해 쓰일 돈이어서다. 하지만 투자에 활용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과세당국은 재산을 취득한 사람의 직업·연령·소득에 비춰 자력으로 취득한 돈이 아니라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투자에 쓸 거라면 미리 증여 신고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Q : 자녀 주식 가치를 최대한 불리기 위해 ‘사팔사팔’(짧은 시간 내 사고 팔기를 반복)하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방식도 괜찮을까.
A : “현금 증여는 증여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현금으로 산 자녀 주식 가치가 올라도 상승분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모가 적극적으로 매매해 주식 가치를 불린다면 해당 기여분에 대해 증여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자녀가 미취학 상태라면 부모 차명 계좌로 간주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피하려면 우량주나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장기간 보유하고,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Q : 부모 계좌에서 매달 10만원가량 자녀 계좌로 송금해 ETF를 매수한다고 하면, 매월 증여 신고를 해야 하나.
A :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에게 증여할 땐 10년간 최대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이에 실제 납부할 세금이 없는데도 매월 신고하는 건 번거로울 수 있다. 문 위원은 “500만~1000만원 등 일정 금액까지 누적됐을 때 한 번씩 신고하거나 1년 주기로 신고하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했다. 만일 이체 금액이 공제 범위 안에 있다면 매년 200만원씩 이체해 10년간 총 2000만원이 될 때까지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10년 주기로 신고하면 과세당국이 세부적인 소명 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오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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