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지도까지 나왔을까? '거지맵 열풍' 천태만상 [세태+]
2026.05.04 11:09
'거지맵' 한달 만에 131만명 몰려
1만원으로 한끼 어려운 고물가
외식비 급등에 '극가성비' 소비 확산
위축된 소비심리가 만든 집단지성
경제환경 반영된 구조적 현상새로운 지도가 등장했다. 일명 '거지맵'이다.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름은 자극적이지만 그 이면엔 1만원 한장으로는 한끼 식사 해결도 어려워진 절박한 현실이 깔려 있다. 거지맵을 단순한 트렌드쯤으로 해석해선 안 되는 이유다.
# 같은 날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 구내식당도 점심시간을 앞두고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곳 역시 '거지맵'에 등록된 곳으로, 외부인도 식권을 구매하면 65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직원이 아닌 외부 이용객도 하루 평균 30명 안팎으로 찾는다"며 "주변 직장인이나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극極가성비' 식당을 알려주는 '거지맵'이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거지맵은 1만원 이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 정보를 지도 형태로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직접 식당을 등록하고 후기를 남기는 참여형 구조가 특징이다.
지난 3월 20일 웹사이트 형태로 처음 출시된 거지맵은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했다. 공개 한달여 만에 누적 방문자 131만명(4월 24일 기준)을 넘어섰다. 현재 지도에는 3800여곳의 식당 정보가 등록돼 있다. 인기에 힘입어 4월 10일에는 모바일 앱으로도 출시됐다.
식당 위치와 메뉴 가격, 추천 이유뿐만 아니라 할인 여부나 가격 변동 같은 실질적인 이용 정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최신 후기를 덧붙이며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이런 집단 참여 구조를 기반으로 직장인과 학생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용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식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식당을 찾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3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칼국수 평균 가격이 1만원선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2월 9962원에서 한달 새 0.7%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다.
다른 외식 메뉴도 줄줄이 올랐다. 서울 냉면은 1만2538원, 비빔밥은 1만1615원, 삼계탕은 1만8154원이다. 주요 메뉴 대부분이 1만원을 훌쩍 웃도는 상황은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각각 2.4%에서 12월 2.3%로 낮아졌고, 올해 1월과 2월에는 한국은행 목표치인 2.0%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3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2.8%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문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동전쟁에서 기인한 고유가·고환율 영향이 4월부터 본격 반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한달 새 7.8포인트(3월·107.0)나 빠졌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CCSI가 100을 하회한 것 역시 지난해 4월(93.6) 이후 1년 만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데,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의 경제전망이 긍정적이란 의미다.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소비자의 경제 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거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 경기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소비자학) 교수는 거지맵의 등장을 소비 구조의 재편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재 소비 트렌드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극가성비' '초超가성비'를 추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이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소비의 최우선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거지맵의 열풍에 숨은 웃픈 함의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더스쿠프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