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필동정담] 횡재를 대하는 자세
2026.05.04 17:41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을 횡재수라고 한다. 통상 행운에는 액(厄)이 함께 따라온다고 여겨진다. 횡재수 다음의 후속 인생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지만 낭비벽과 약물, 알코올 중독에 빠져 몇 년 안에 당첨금을 탕진하고 인생의 바닥을 헤매는 사연이 가끔 신문에 나온다. 반대로 당첨을 발판 삼아 인생 역전에 성공하고 남을 돕게 된 훈훈한 스토리도 있다. 둘의 차이는 횡재를 대하는 자세다. 행운에 취하면 위험해지고, 운명이 진 빚이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안전하다.
집단도 다르지 않다. 1950년대 후반 네덜란드 근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됐다. 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네덜란드 정부는 공공 지출과 복지 확대에 썼다. 임금과 물가는 급상승하고 제조업 경쟁력은 약해지고 일자리가 사라졌다. 경제학에선 이를 '자원의 저주' 혹은 '네덜란드병'이라고 부른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기름을 팔아 국부펀드에 적립했다. 매년 펀드 수익의 3%만 복지 예산에 쓴다. 그전에 유전 수익을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 '마르지 않는 재정 샘물'로 활용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거둬들일 천문학적 이익을 놓고 눈이 벌게진 사람들이 많다. 어떤 눈은 욕심, 어떤 눈은 질투심에 활활 불타오른다. 그걸 지켜보기가 영 마뜩잖다. 배가 아파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깜냥을 테스트받는다는 느낌, 그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행운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그 행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인격이고 사회 수준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당첨금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