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AI마저 속이는 폰지사기
2026.05.04 17:26
언론의 존재 가치는 기사로 '사실'을 전달한다는 대전제 속에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기사는 쓰지 않는 게 원칙이란 뜻이다. 하나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자란 직업이 고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건 현장에 있지 못했다면 목격자를 찾아내야 한다. 어렵게 찾은 증언조차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틴이 말한 "기사는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일 뿐"이란 표현도 지난한 사실 확인 도중에 나오지 않았을까.
이토록 어려운 작업을 쉽게 하는 방법이 있다. 보도자료 받아쓰기가 대표적이다. 그럴듯한 사진도 있고, 필요한 문장도 이미 들어 있으니 조금만 손보면 기사처럼 보인다. 근거 없는 주장도 그대로 실어주는 게으른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온갖 보도자료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2024년 가을부터 지난달까지 약 1년6개월간 수천억 원을 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규모 폰지사기 일당은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사회적기업인 것처럼 행세하며 봉사활동과 기부·사회공헌을 앞세웠다. 봉사단체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혀 사진을 찍은 뒤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지난해 배포한 자료만 121건, 이 중 32건은 일부 언론을 통해 온라인상에 보도됐다.
그렇게 나간 기사들은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미끼로 쓰였다. 피해자 입장에선 사기가 아닐까란 의심에 단체명을 검색하면 '비영리 봉사단체' '사회적기업'이라는 기사가 나오니 경계심을 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기사를 학습하는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마저 사기꾼을 자선사업가로 소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AI 시대를 맞아 기사의 수명은 이전보다 길어졌다. 잘못된 보도는 하루짜리 실수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학습되고 재가공된다. '어떤 기사를 써야 할까'만 궁리할 것이 아니라 '어떤 기사는 쓰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김송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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