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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거인을 흔드는 무리한 잣대 '사후 확신 편향'의 함정

2026.05.04 15:51



최근 하이브(HYBE) 방시혁 의장을 둘러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소식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에까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의 화려한 발표 이면에는 자본시장의 생리와 K-팝이 창출하는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간과한 위험한 단정들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법적 판단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기도 전에 한 인물을 '사기꾼'으로 낙인찍는 행위는 한국 문화 산업의 동력을 꺾는 것을 넘어, 국가 경제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자본시장의 관행을 '음모'로 재단하는 시선
경찰이 문제 삼는 '언아웃(Earn-out)' 방식은 사실 자본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위험 분담의 도구입니다. 2019년 당시의 빅히트(현 하이브)는 BTS라는 단일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는 고위험 기업이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조차 투자를 철회하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경영권 상실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상장 성공 시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한 계약은 파산을 각오한 결단이었지, 결코 치밀하게 짜인 사기극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당시 경영자의 선견지명을 범죄로 치부하는 '사후 확신 편향'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미래에 과감히 배팅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 1,900억 원의 논란보다 더 큰 '100조 원의 가치'
경찰은 방 의장이 취한 부당이득이 1,9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주요 경제 연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BTS와 하이브가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5조 원을 상회하며, 향후 10년간 약 50조 원에서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방 의장이 구축한 시스템은 단순히 음반을 파는 수준을 넘어 관광, 패션, 식품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수출을 견인하는 'K-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리한 구속 수사로 인해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이 마비된다면, 그 피해는 기업 한 곳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엔터 산업 전체의 신인도 하락과 수조 원의 시가총액 증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 K-문화의 상징에 대한 '낙인찍기' 그 대가는 국가가
방시혁 의장은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K-팝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BTS의 완전체 월드투어를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확정되지 않은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직접 우려를 표할 만큼 방 의장의 행보는 이미 국익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검찰이 "구속 사유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반려한 것 역시, 경찰의 혐의 입증이 무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1년 4개월간 수사에 성실히 임하며 7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피의자에게 이제 와서 증거 인멸의 우려를 묻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며 경영권 보호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활력을 꺾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방 의장이 쏟은 열정과 그가 구축한 시스템의 가치는 우리 사회가 함께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만약 훗날 무죄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이미 실추된 신뢰도와 중단된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남긴 손실은 누가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지금 필요한 것은 차가운 이성으로 법적 쟁점을 다투는 것이지, 한 인물의 성취를 시기하며 낭떠러지로 떠미는 감정적 비난이 아닙니다. 자극적인 프레임보다는 당시의 거래가 자본시장의 상식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K-팝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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