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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끼고 겨우 남긴 유언…대법, '구수증서 유언' 효력 인정

2026.05.04 13:51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임종 전 병상에서 남긴 '구수증서 유언'이라는 예외적인 방식의 유언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구수증서 유언 외 다른 유언 방식이 가능하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자신의 이부형제(어머니가 같고 아버지는 다른 형제) B씨가 2021년 4월 병상에서 남긴 유언에 따라 B씨의 예금 9600여만원을 받으려 했으나 은행 측이 지급을 거부하자 이듬해 8월 소송을 냈다.


B씨는 폐암 말기 환자로 사망하기 전 "A씨에게 예금채권과 주거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증여한다"는 내용의 구수증서 유언을 남기고, 사흘 뒤 사망했다.

구수(口授)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녹음, 자필증서, 공정증서 등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에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유언 취지를 말(구수)로 전달하고 기록해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하여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는 예외적 방식의 유언이다.

A씨와 증인 2명이 입회한 가운데 B씨는 산소호흡기 등을 낀 채로 유언을 남겼고, 이 모습은 증인에 의해 녹화됐다. 당시 B씨는 발음이 어눌한 상태에서 연속적으로 장시간 말하기 어려웠고 일부 재산 내용은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의사표시가 이뤄졌다.

A씨가 B씨의 예금을 찾으려 했지만, 우리은행 측은 유언의 법적 효력을 문제 삼으며 지급을 거절했다.

원심은 구수증서 유언을 인정하지 않고 무효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은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로 다른 유언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는데, 망인은 녹음 또는 공정증서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며 구수증서 유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는 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 유언을 녹화한 영상이 있었지만 녹음 유언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모든 재산을 A씨에게 증여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녹음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녹음에 유언자가 이름과 날짜를 말하고, 입회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을 확인하는 취지로 이름을 함께 녹음해야 하나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할 수 있었다는 원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언 당시 망인은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고, 자유롭게 계속 말하는 것 또한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제3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언 취지를 자필증서로 작성하거나 육성을 녹음해 주도적으로 유언 취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는 등 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돼 있고, 유언 이후 사흘 만에 사망한 사정을 고려하면 녹음 외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망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언의 요식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녹음이나 녹화 등의 보조수단을 사용할 수 있고, 망인의 구수 과정을 녹화한 것은 이런 취지"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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