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고향여자축구단' 17일 입국...판문점 아닌 베이징 거쳐 온다
2026.05.04 13:49
4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은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참가를 위해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이번에 입국하는 선수단의 규모는 39명(선수 27명, 스태프 12명)이다. 내고향은 지난 1일 AFC 측에 경기 출전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들은 20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과 결승전 티켓을 놓고 격돌할 예정이다.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앞서 양 팀은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에서 맞붙었고, 내고향이 3-0으로 승리했다. 내고향 팀이 이번에도 승리해 결승에 진출하면 23일 결승전까지 치른 뒤 24일 출국한다. 4강전에서 패배하면 21일 출국할 예정이다.
내고향팀은 북한 내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체육단이다. 평양을 연고로 2012년에 창단했으며, 상당수가 최근 연령별 여자축구 국제대회(FIFA U-17·U-20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한 국가대표급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2021~2022 시즌 북한 내 1부 리그 우승을 기점으로 조선인민군이 운영하는 전통의 강호인 4·25체육단을 넘어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도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 출전한 5명의 선수단 방남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여를 의외로 보는 분위기다. 김정은이 최근 몇년 사이 대남 단절 기조를 강화하며 남한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제재를 피하고, 국제적으로 스포츠 역량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이번 대회를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보다 선명하게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북한 선수단이 남한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하면서 주최국과 출전국 이상의 교류는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남북이 특수한 동족 관계가 아니라는 메시지 발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판문점을 통하거나 전세기를 띄우지 않고 제3국인 베이징을 경유해 민항기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경로로 파견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내고향 선수단이 AFC가 주관하는 공식 일정 외에는 남측과 별도 교류 일정에 일절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실세 3인방으로 불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대남비서 등 고위급이 함께 방남했으나, 이번에는 선수단만 입국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대회를 “국제 경기, 클럽 대항전 두 가지 측면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이 행사가 잘 시작돼야 한다는 게 중요한 의미”라면서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국제 경기로서 AFC를 통해 운영될 수 있도록 그 틀을 존중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선수단 방남을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는 등 섣부른 시도로 역효과를 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우월한 경기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국제 규범을 따르는 ‘정상적인 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한국을 외국 대하듯 하는 태도를 일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대남 기조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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