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건설사서만 3300여 명 퇴직…사면초가 건설업계
2026.05.04 09:45
원자재값 상승에 노란봉투법 '3중고'
지난해 국내 20대(시공 능력 평가 순위) 건설회사 근로자 수가 33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1000여 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정부의 주택시장 옥죄기 정책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은 4월부터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여파로 하청업체 노조와의 교섭 부담까지 떠안았다. 일자리 등 내수 경기와 밀접한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감 없다”…몸집 줄이는 건설사들
2024년 5만2233명이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현대산업개발 등 10대 건설사 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9370명으로 1년 새 2863명 감소했다. 10대 건설사 중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9곳 모두 직원 수가 줄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반도체 공사 착공 등으로 직원 수가 259명 늘었다. 본업인 주택, 건축사업이 아닌 모기업 효과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건설사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널리 알려진 DL이앤씨는 5589명에서 4742명으로 847명이 줄었다. 지난해 6월 말 516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 새 423명이 떠난 셈이다. DL이앤씨의 인력 감축 이유는 줄어든 매출에서 드러난다. 이 회사의 작년 별도 기준 매출은 4조7501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일감이 줄어들자 직원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2024년 7405명이었던 직원 수가 6770명으로 635명 줄었다. 이 회사는 작년 2월 세종안성고속도로 붕괴 사고 이후 국내 주택 수주 중단 여파로 일감도 급감하고 있다. 2023년 14조9910억원에 달했던 신규 수주액은 2024년 12조20억원, 2025년 7조895억원 등 매년 줄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도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87명, 357명 직원 수가 감소했다. 이들 회사도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10% 넘게 줄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 많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도 100명 이상이 짐을 쌌다.
올 들어서도 10대 건설사들은 몸집을 줄이는 추세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장기근속자 및 임금피크 대상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최대 기본급 30개월분의 퇴직 위로금과 특별 위로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조건이다. 대학교 재학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도 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인력 선순환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이 목적”이라며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젊고 단단한 조직 구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10대 건설사보다 규모가 작은 건설사 직원들도 짐을 싸고 있다. 시공 능력 평가 순위 11위인 한화 건설부문 직원 수는 2024년 2113명에서 작년 말엔 1932명으로 181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별도 기준 매출은 3조7452억원에서 2조7105억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지역주택조합의 강자로 꼽히던 서희건설도 1년새 직원 수가 156명이나 줄었다. 전체 직원(567명)의 27.5%가량을 줄인 셈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서희건설의 매출도 같은 기간 22.9% 감소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가 아님에도 2023년 ‘시공 능력 평가 톱10(10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호반건설은 작년 매출이 1조2326억원으로 2024년에 비해 48.0% 감소했다. 전체 실적을 견인해온 아파트 분양수익이 2024년 1조1476억원에서 지난해 2531억원으로 77.9%나 급감하면서다. 다만 보유 중인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가가 뛰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8.9% 늘어난 4752억원을 기록했다. ‘본업(건설)’이 아닌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셈이다.
1분기에만 1000여 곳 건설사 폐업
중소형 건설사들의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에 달했다. 2014년(1208건) 이후 처음으로 1000건대를 넘어섰다. 일자리도 줄고 있다. 올 2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된 건설업 근로자 수는 7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만 명 넘게 감소했다. 통계에서 빠진 일용직 노동자까지 감안하면 건설업 종사자 수는 더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건설기성액은 전년보다 16.2% 줄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건설투자 성장률도 -9.9%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건설경기 불황 속에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레미콘 등 필수 원자재 수급 차질까지 빚어지며 공사비도 치솟고 있다. 건자재값과 분양가 상승이 맞물리는 ‘건플레이션’(건설+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쟁 직전인 이미 지난 2월 133.69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계열이나 나프타를 원재료로 쓰는 자재들도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형사는 웃돈을 주고 자재 수급을 맞추겠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건설사는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중동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격상하고 중동발 리스크에 대응 중이다.
노란봉투법도 발목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기업 근로자의 안전사고 방지 조치를 이행한 원청 기업이 ‘사용자’로 판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건설사들엔 부담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관리비를 법정 요율에 따라 집행하고 관리, 감독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이를 하청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4월 17일 사용자성 인정 판단을 받으면서 반도체 핵심 인프라 공사 현장에서 원청의 하청 노조 교섭 의무가 인정된 첫 사례가 됐다. 원청인 SK에코플랜트가 안전·공정·작업 방식 전반을 통합관리하며 현장을 지배·통제하고 있다는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의 주장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노동위는 같은 달 24일에도 삼성물산,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다만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 GS건설, 한화 건설부문 모두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기각됐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 인용에 따른 현장 교섭 증가와 공사 지연 등 급한 불은 껐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건설사들은 “안전을 위해 법을 잘 지킬수록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건설업은 중대재해가 잦은 업종 특성상 교섭 요구가 집중되고 있다. 한 건설사 노무담당 임원은 “안전 문제로 시작한 교섭이 다른 요구로 무한 확장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며 “안전에 신경을 쓰면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노랑봉투법에 묶이고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처벌을 받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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