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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잠깐 시간 좀…" 공정위 2년여 추적 끝 자백, 설탕 3사 담합 깼다

2026.05.04 06:30

설탕 담합을 적발해낸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가운데), 우병훈 서기관, 정문홍 사무관이 2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본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28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설탕 제조사가 3개사밖에 없는데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가격 자체도 비슷했고, 인상 시기와 폭도 상당 기간 유사했습니다."(정문홍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이른바 '설탕 담합' 적발의 시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가격 모니터링이었다.

지난 2024년 시장 가격을 들여다보던 정문홍 사무관은 전국에 유통되는 설탕 가격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정 사무관은 1996년 공정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방사무소, 심판총괄담당관실, 가맹유통과 등을 거친 후 제조카르텔조사과에서 근무했다. 이제 정년 퇴임을 2년 앞둔 베테랑 조사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설탕을 제조하는 회사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사가 전부다. 정부는 무역장벽까지 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 힘입어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89%(2024년 기준)에 달했다. 수입 설탕은 10%대에 불과하다.


반대로 보면 이 3개사가 담합할 경우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3사는 2007년에도 담합이 적발돼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관건은 점유율의 변화다. 과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회사별 전략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설탕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점유율 구조가 사실상 고착화된 것이다.

회합까지 확인했는데 입 닫은 제당 3사…"일상적인 이야기했다"

지난 2024년 당시 정 사무관의 담당 과장(제조카르텔조사과장)이었던 오행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2007년 3사의 설탕 담합을 직접 적발했던 실무자였다. 1999년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한 오 국장은 가구·돼지고기·밀가루 등 민생 담합 사건을 두루 담당했다.

오 국장은 지난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3사가 각각 시장 점유율을 적어놨는데, 2007년 설탕 담합 조사를 했을 때 당시 합의했던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며 "그래서 '이 회사들이 다시 담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혐의점을 포착한 공정위 직원들은 2024년 3월 3사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3사 직원들의 메신저 기록을 제출받아보니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로 모임을 가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설탕 담합을 함께 조사한 우병훈 서기관은 "보통 담합을 입증하려면 가격을 얼마로 올릴지 합의한 정황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메신저에는 어디서 만나자는 내용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가격을 어떻게 정하자는 내용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우 서기관은 2011년 공직에 입문해 전자거래과, 소비자거래정책과를 거쳐 2023년부터 제조카르텔조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력은 3명 중 가장 짧지만 돼지고기 담합, 국고채 담합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왔다.

정 사무관은 "현장조사 이후 3개사 직원들을 따로 불렀지만, 이들은 '만나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일제히 부인했다"며 "당시에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설탕 담합을 적발해낸 공정거래위원회 오행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 우병훈 서기관, 정문홍 사무관이 2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본사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4.28 ⓒ 뉴스1 김기남 기자

'약한 고리' 집중 공략하니 끝내 결속력 와해…자진신고 이끌어내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결국 담합 회사 중 '배신자'가 등장해야 문제가 풀린다.

하지만 아무리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기업으로부터 자진신고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실제 설탕 담합 사건은 이후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오 국장은 "나중에 알고 보니, 3사 임원들이 조사 이후 서로 조사 정보를 공유했다"며 "현장조사 이후에도 두 차례 가격 담합을 더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사가 길어지자 오 국장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3사 중 1개 회사를 집중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이른바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방식이다. 우 서기관과 정 사무관은 이 회사 임원을 연속 소환해 추궁했다.

정 사무관은 "현장조사 당시 수집했던 관련 자료들을 하나씩 제시하자 임원의 진술이 점점 흔들렸다"며 "세 번째 조사에서 해당 임원이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그로부터 이틀 후 다시 진행된 조사에서 자진 신고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 담합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2026.2.12 ⓒ 뉴스1 김기남 기자

'4년간 8차례 담합' 과징금 총 4083억…"꺼진 불도 다시 봐야"

이후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 회사가 자진신고를 하자 나머지 2개사도 담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3사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변경 폭과 시기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거래처에는 3사가 공동 대응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심사보고서를 3사에 발송한 후 올해 2월 3사에 총 3959억 9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정 사무관에게 1000만 원, 우병훈 서기관에게 500만 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정 사무관은 "사실 제조카르텔조사과에 일 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어려운 사건을 저에게 맡겨준 오 국장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 서기관은 "과거 담합했던 업체들이 또 다시 담합을 하는 것을 보며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정말 큰 경험이 됐다"고 회상했다.

오 국장은 "설탕 담합 사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직원들이 주말까지 반납하며 조사에 매달렸다"며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갖고 일을 해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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