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베네치아, 인천-23] '청색경제' 플랫폼…'송도 마리나 MRO' 제안
2026.05.04 08:00
6·3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핵심 공약 돼야
'동북아 베네치아, 인천'은 인천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미래형 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로서 <더팩트>와 인천학회(회장 김경배)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한다. 2017년 9월 출범한 인천학회는 인하대, 인천대, 청운대, 인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학회로서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이다. 300만 대도시 인천의 도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 담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는 학술 활동의 성과는 다른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동북아 베네치아' 제목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관광, 물류의 세계 거점 도시를 향한 인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인천의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또 동북아 해양 네트워크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이슈를 제공하고, 단순한 도시의 확장을 넘어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인천은 바다를 접한 연안 도시다. 그동안 인천 앞바다는 생계를 위한 어업의 공간이면서 물류 운송을 위한 항만이고,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힐링의 공간이었다. 여름 한철에는 해수욕을 위한 휴식과 레저 공간으로서 을왕리와 하나개해수욕장 등이 이용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해안선 철책이 점차 제거되면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친수 공간이 다소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인천 바다는 어딘지 모르게 멀게 느껴진다. 바다가 도시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이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단법인 인천마리나협회(IMA) 등이 바다를 일상적으로 즐기기 위한 '인천 송도 도심 마리나 MRO(유지·보수·운영)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를 정부·기관에 제안하고 나섰다. '송도 마리나 MRO'는 단순히 요트 계류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뛰어넘어 어업, 항만, 해수욕 중심으로 활용되어 온 바다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바다와 도시를 연결해 지속가능한 '청색 경제(blue economy)'를 창출하는 플랫폼을 확대하는 구상이다.
마리나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요트·선박 등을 설계·교육하는 기관이 필요하고, 생산 제조 시설이 갖춰져야 하며, 선박을 관리·보관·유지하기 위한 계류 시설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마리나 방문객을 위한 숙박 시설과 이벤트 공간 등이 함께 조성되어 집적 효과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인천 '도심 마리나 MRO 클러스터'를 추진하기 위한 최적지로 송도 경제자유구역 10공구가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IMA가 포럼에 앞서 개최한 송도 연안 바다투어에 도시개발 전문가 등이 승선했다. 연안부두를 출발해 골든하버를 지나 인천대교 아래를 통과하고, 송도 10공구 남측 수로를 돌아보는 항로였다. 왼편으로는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의 시티 뷰가 길게 펼쳐졌고, 오른편으로는 아직 매립이 완료되지 않은 10공구의 광활한 수면이 고요하게 이어졌다. 그 사이를 가르는 수로 건너편에는 이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된 마리나 단지 예정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도시를 바라본 순간, 수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현장은 그 어떤 보고서보다도 명확하게 인천 앞바다의 가치를 온전히 드러냈다. 인천 앞바다는 이제 '보는 바다'에서 '즐기는 바다'로 전환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왜 지금, K-도심형 마리나 MRO인가? 우리나라의 주요 마리나는 서울 한강변의 서울마리나, 인천 왕산마리나, 부산 수영만마리나, 경기 김포 아라마리나, 경기 화성 전곡항마리나, 경남 통영 도남마리나 등 70여 개이다. 그러나 마리나와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심형 마리나'는 사실상 수영만마리나가 유일하다. 나머지 마리나들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서 요트 이용자 중심의 시설과 공간으로 기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인천 '송도 도심 마리나 프로젝트'는 이러한 기존 공식을 깨는 새로운 발상에서 출발했다. 즉, 도시와 마리나를 연결해 시민들이 바다를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으로서 실현 최적지가 바로 송도 10공구이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인천공항, 광역 교통망, 호텔, 쇼핑, 주거 등이 집약된 글로벌 도시다. 주요 기능이 10~30분 생활권 안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마리나가 관광시설을 넘어 산업·문화·일상이 결합된 도시형 청색경제의 플랫폼으로 육성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
첫째, 최적의 입지 경쟁력이다.
송도 10공구 남측 수로는 워터프런트 사업에 따른 길이 5.5km, 폭 300m의 자연 정온수역이다. 수심 5m가 기후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국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여건을 갖춘 입지적 우위는 곧 압도적인 경제성으로 환산된다. 영종도 왕산마리나는 1700억 원을 투입해 300선석을 구축했다. 1선석당 5억 6000만 원이 든 셈이다. 반면, 송도 남측 수로는 이미 천혜의 정온수역이 조성돼 있어서 마리나 전문가들은 1선석당 2000만~3000만 원 정도에 구축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같은 예산으로 20배 이상의 마리나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한 것이다. 마리나 MRO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해양 산업과 연결되는 경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둘째, 2600만 명 배후 인구와 수도권 유일의 해양 관문이다.
국가의 해양 정책과 자원이 부산 중심으로 집중되는 현실을 지켜보는 인천시민들의 마음에는 큰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 산업의 핵심은 결국 시장과의 물리적 거리다. 인천은 부산이 갖지 못한 2600만 명 수도권 배후 인구와 탄탄한 MICE 인프라(송도컨벤시아, 원도심 등)를 보유한 대한민국 유일의 해양도시다. 나아가 짧은 지리적 거리로 요트와 크루즈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3억 명 규모의 중국 동부 해양 소비권까지 자연스럽게 허브로 흡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천은 수도권 2600만 명과 중국 3억 명이라는 거대 배후 시장을 동시에 겨냥해 동북아 해양 복합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셋째, '사각형 물류창고'와 '살아 있는 수변' 경관의 선택이다.
현재 항만 배후단지의 예상도는 명확하다. 정적이 감도는 사각형 물류창고의 연속이다. 송도 솔찬공원에서 바라본 해안선의 미래이다. 컨테이너가 쌓이고 트럭이 오가는 풍경은 물류의 효율은 높일지언정, 시민의 삶과 도시의 매력 요인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물류 기능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다. 인천항과 신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 기반은 이미 충분히 견고하다. 그 광활한 배후부지 일부에 물류와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고부가가치 해양 산업 생태계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물류시설과 마리나 MRO가 공존하고, 트럭의 동선과 시민의 수변 산책로가 분리되며, 낮의 산업과 밤의 문화가 교차하는 해안선이 인천의 미래 비전이며 풍경이다.
넷째, 인천 제조업의 부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마리나 MRO는 단순한 선박 수리장이 아니다. 선체 제조 및 가공, 기계 정비, 전기·전자 설비, 소재 제조, 친환경 추진 시스템 개발까지 아우르는 기술 집약적 산업 단지이다. 이미 마리나 MRO의 토양은 인천에 뿌리내리고 있다. 수십 년간 금속·기계·전기 산업을 일궈온 남동공단을 비롯한 인천의 산업단지에서 쇠락의 위기를 맞은 제조 기반이 해양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요와 연결될 때 재도약할 수 있다. 마리나 MRO 단지는 인천 산업단지의 기술 인력에게 새로운 일감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는 해양 엔지니어·요트 정비·친환경 선박 R&D 등 양질의 미래 일자리를 약속할 것이다.
여기에 체험과 교육, 관광과 레저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소년 해양 교육, 요트·카누 정비 실습, 해양 직업 체험이 일상이 되는 순간, 산업단지는 공단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수변을 따라 걷는 시민, 마리나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는 관광객 등 그 풍경 속에서 산업과 관광은 경쟁하지 않고 서로를 살린다. 구도심과 연계되는 하드 앵커(Hard Anchor) 시설의 진짜 의미다.
인천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특혜가 아닌 기존 개발 계획의 현명한 전환을 제안한다. 송도 남측 수로에는 복합 도심형 마리나를 구축하고, 수로 건너편 10공구 물류 배후부지 일부에는 이를 지원하는 K-도심형 마리나 MRO 단지를 조성해 두 공간이 완벽한 시너지를 내도록 하자는 현실적인 구상이다.
인천시는 선제적으로 해양수산부와 논의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시장 후보들이 이를 핵심 공약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인천의 미래를 염원하는 시민운동이기 때문이다. 시민(民)은 이미 배 위에서 같은 방향을 봤다. 경제(産)계는 선진 일거리 창출을 원하고 있다. 전문가(學) 그룹은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행정(官)은 열쇠를 쥐고 있다. 협회(協)는 길을 그렸다. 민·산·학·관·협이 마주 앉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권의 결단뿐이다.
글=허승량 (사)인천마리나협회 상임이사·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
기획=김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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