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대가로 준 그림이 던진 화두, '구멍숭숭' 청탁금지법
2026.05.04 06:16
김건희 여사 측에 공천을 대가로 그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검사가 재판에서 그림의 진품 여부를 다투면서 청탁금지법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양측이 그림의 가치를 1억4000만원으로 믿고 주고받았어도 100만원 미만의 위작이라고 밝혀지면 형사처벌이 안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오는 8일 청탁금지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 항소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김 전 검사는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구매한 뒤 2023년 2월쯤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에게 전달하며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그림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고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현행 청탁금지법상 그림이 전달된 것이 입증돼도 해당 그림의 가치가 1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최근 새로 제기됐다.
현행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
이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그림의 진품 여부까지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실제로 2심 재판에선 '진품' 의견을 냈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이 특검팀 증인으로, '가품' 의견을 냈던 화랑협회 측이 김 전 검사 측 증인으로 나와 진위여부를 가리는 토론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법조인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이유는 그냥 주고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입법 목적에 맞게 보완을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시행규칙이나 개별 판례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며 "그림에 대해 상호간의 인식이나 의사가 일치한게 맞는데도 나중에 100만원 미만의 위작이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못하는 건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민 법률사무소 창덕 변호사는 "인식한 범죄와 발생한 결과가 다른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런 경우를 법으로 포괄하기 위해 미수범 등의 규정을 두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사례로는 고위 공직자에게 짝퉁 명품을 사서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이번 사안뿐 아니라 이미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특검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이 없고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혐의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결정례를 통해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며 보호 법익을 밝힌 바 있다. 공무원의 직무가 돈·이익에 의해 매수되지 않아야 한다는 뇌물죄의 보호 법익보다 그 범위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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